[비즈니스포스트] 정우진 NHN 대표이사가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불똥 등으로 신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주요 관계사 NHN페이코가 관련 미회수 채권 약 1천억 원이 넘는 큰 피해를 보며 지격탄을 맞았다. 커머스와 클라우드 사업도 악화 일로다. 이런 가운데 본업인 게임사업도 정체를 겪으면서 사업 전반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티메프' 불똥에 NHN 신사업 확장 제동, 정우진 본업 게임사업도 정체 ‘위기’

▲ 정우진 NHN 대표이사가 신사업 확장에 고심하고 있다.


27일 NHN은 회생절차에 놓인 거래처 미회수 매출채권 규모가 1300억 원이라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 가운데 102억 원에 대해서는 2분기까지 대손 회계처리됐다고 밝혔다. 

또 정우진 NHN 대표는 주주서한을 통해 "NHN페이코는 미회수 매출 채권에 대해 다방면 회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회수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되는 미회수 채권은 올해 3분기 실적에 추가적 대손 금액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밝혔다. 

2017년 취임한 뒤 7년 동안 NHN페이코를 이끌었던 정연훈 NHN페이코 대표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승규 NHN KCP 부사장이 지난달 NHN페이코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취임해 비상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  이날 정 COO 겸 NHN KCP 부사장은 전 직원 간담회를 열고 손실 규모와 복구 계획, 경영 안정화 대책 등을 공유했다.

앞서 해피머니 상품권 운영사 해피머니아이엔씨가 신청한 기업회생에서 NHN페이코의 미회수 채권 규모는 870억 원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티몬캐시 등 다른 손실채권까지 포함해 페이코의 손상채권 규모가  130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NHN페이코의 지난해 매출이 725억 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해 매출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의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이는 같은 기간 NHN의 영업이익인 555억 원도 크게 웃도는 규모다. 

티몬은 올해 7월 초 선불 충전금 '티몬 캐시'를 비롯한 상품권을 선주문 후사용 방식으로 할인 판매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 가운데 해피머니상품권을 할인가에 판매했는데, 상품권을 환금성이 높은 페이코 포인트로 전환할 수 있어 많은 이용자들이 차익을 노리고 상당 부분을 페이코 포인트로 환전했다. 이 때문에 NHN페이코의 피해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NHN페이코는 티메프 사태에 휘말려 피해를 입게 된 셈이지만, 증권업계에서는 NHN이 리스크 관리에 실패해 피해 규모를 키운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NHN페이코 부가수익 창출을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로, 회사 측 의사결정에 따라 회피 가능한 사안이었다"며 "NHN페이코는 거래액 상당이 자체 플랫폼 기반 내부결제가 아니라, 외부결제 중심 수익화를 도모했다는 점에서 통제 가능하고 안정적 트래픽 기반 수익을 내기엔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NHN페이코는 네이버페이의 포털, 카카오페이의 메신저, 삼성페이의 스마프톤과 같은 플랫폼이 따로 없어 외부결제를 중심으로 수익을 내왔다.
 
'티메프' 불똥에 NHN 신사업 확장 제동, 정우진 본업 게임사업도 정체 ‘위기’

▲ 정우진 대표는 이날 2027년을 NHN페이코의 흑자 전환 시점으로 제시했다. 사진은 NHN 사옥의 모습. 


이번 사태로 NHN페이코 사업이 사실상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페이코 사업은 그간 정우진 대표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힘을 실은 사업이다. 2025년 흑자 전환을 목표로 삼았는데, 미수 채권으로 목표 시점도 불확실해졌다. 

정 대표는 이날 주주서한에서 "새로 약속드린 2027년까지 페이코의 흑자 전환을 기한 내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며 "그렇지 못할 경우 페이코 서비스를 정리하고, NHN그룹의 결제사업은 KCP를 통한 기업간 거래(B2B) 영역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또 "페이코는 금융권과 NHN으로부터 차입을 통해 유동성 부족을 해소해 나갈 예정"이라며 "다만 이번 대여가 페이코에 대한 마지막 금전적 지원임을 명확히 알린다"고 했다. 

정 대표는 본업인 게임을 비롯해 비게임 4대 분야인 기술, 커머스, 콘텐츠, 페이먼트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신사업이 잇달아 흔들리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NHN은 웹보드 게임사 한게임을 모태로 출범했지만, 정 대표 취임 이후 이뤄진 사업 다각화 결과로 게임을 비롯해 결제와 광고, 클라우드, 쇼핑몰 솔루션, 데이터센터 운영 등 다양한 IT분야 사업영역에 진출했다. 

정 대표의 사업 다각화 추진으로 NHN은 외연을 확장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콘텐츠, 커머스, 기술 부문은 여전히 적자를 이어가거나 미미한 성과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NHN은 연결 기준으로 영업수익 2조26960억 원, 영업이익 555억 원을 냈다. NHN 실적만 집계되는 별도 기준으로는 영업이익 964억 원을 냈으며, 영업이익률이 연결기준보다 10배 이상 높다. 같은 기간 NHN페이코(157억 영업손실), NHN커머스(263억 영업손실), NHN클라우드(547억 영업손실) 등은 적자를 이어갔다. 

견조한 매출을 이어가고 있는 게임 부문은 최근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정 대표는 다작을 예고하면서 게임사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기대작 출시가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게임 부문 매출 성장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NHN의 무리한 사업 확장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NHN이 최근 다시 수익성 강화에 방점을 찍고 본업인 게임 부문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필요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이날 "기존 약속했던 적자 종속회사의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연내 한계사업의 정리 방향성을 제시하고 2025년 상반기 중에는 마무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