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 노동자들이 노조 결성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 노동자들이여 연대하라’, ‘기업의 탐욕에 맞서자’와 같은 문구가 플랭카드에 적혀 있다. <전미자동차노조>
숀 페인 UAW 위원장이 전기차 제조 공장에 노조 결성 필요성을 꾸준히 언급해 왔던 만큼 올해 연말 가동을 앞둔 현대차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신공장(HMGMA)도 유력한 노조 결성 대상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현지시각) 미국 CNBC에 따르면 UAW발 노조 조직 시도가 현대차의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공장으로 퍼질 가능성이 나온다.
UAW는 테네시주 채터누가에 위치한 폴크스바겐 공장에서 지난 17~19일 열린 노동자 투표를 통해 노조 결성을 확정했다. 다음 찬반 투표는 앨라배마주 밴스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에서 개최되는데 그 이후에 현대차 공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CBS에 따르면 숀 페인 UAW 위원장 또한 현대차와 폴크스바겐 그리고 혼다를 두고 “이 회사들은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이라는 공정한 권리를 위해 싸우는 것을 막고자 법을 어기고 있다”고 2023년 12월에 주장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당시 공식 성명을 통해 앨라배마 공장 직원들은 법적 권리에 따라 노조 가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폴크스바겐 노조 찬성 투표가 가결되면서 UAW가 다음 차례로 현대차에 집중하는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현대차 미국 공장 내부에서도 노조 결성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올해 2월 기준 4천여 명의 고용인원 가운데 30%가 UAW 가입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CNBC는 “UAW가 노조 결성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브랜드에는 현대차가 포함돼 있다”고 바라봤다.
UAW의 영향권이 포드, GM, 스텔란티스 등 미국 ‘빅3’를 넘어 미국에 공장을 갖춘 글로벌 자동차기업으로 확산이 본격화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UAW는 2023년 9월 미국 ‘빅3’ 완성차 업체인 GM과 포드 그리고 스텔란티스를 상대로 파업해 노동환경 개선과 임금 인상을 타결시켰다.
이를 계기로 노조가 없는 다른 완성차 공장들에 노조를 조직하는 움직임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UAW는 현대차와 테슬라 등을 포함 15곳의 기업을 목표로 둔 것으로 알려졌다.
▲ UAW가 현대차그룹이 신설하고 있는 전기차 전용공장인 조지아주 메타플랜트(HMGMA)에도 노동조합이 결성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사진은 메타플랜트의 2024년 2월 건설 현황. <현대차그룹>
로이터에 따르면 현대차는 UAW가 미국 자동차 빅3와 협상하던 당시 몽고메리 공장 노동자들 임금을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25%까지 인상하는 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직 노조가 조직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UAW의 영향력을 의식해 선제적으로 임금을 올렸는데 향후 노조가 결성되면 추가적으로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건설하고 있는 전기차 전용공장 또한 UAW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은 전기차 등 첨단 제조업을 장려하는 미국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재정적 수혜를 받을 것으로 꼽혔지만 한편으로 UAW의 압박이 더욱 커지는 계기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페인 위원장은 전기차 제조에 필요한 일자리 숫자가 내연기관차보다 적다는 점을 반복해서 지적해 왔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절반 정도라 일반적으로 고용 인력이 내연기관차 공장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또한 이런 여론을 의식해 전기차로의 전환 정책을 일부 늦추겠다고 조정할 정도로 노조 결성 분위기가 미국 자동차 업계에 무르익었다.
UAW 또한 향후 현대차의 전기차 공장에 더 많은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라고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로이터는 “현대차그룹은 곧 문을 열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에서도 임금을 당초 수준보다 인상할 계획을 세웠다”며 현대차 또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