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가 근무형태 변경에 따른 노동조합의 강한 반발에 맞닥뜨렸다.

홍 대표는 지난해 10월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직원들의 전면출근제 전환을 추진해왔는데 노조가 서비스 장애와 근무형태는 서로 상관이 없다며 반대 입장을 밝혀 갈등이 예상된다.
 
[오늘Who] '카카오 먹통'이 낳은 또 다른 숙제, 홍은택 노조 반발에 직면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가 근무제도 변경과 관련해 노조의 반발에 부딪혔다.


17일 카카오 노조인 크루유니언은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에서 '책임과 약속 2023'이라는 이름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측의 일방적인 근무제 변경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우선 노조는 재택근무가 사무실 출근보다 비효율적이라는 사측의 주장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해 12월 카카오는 새해부터 새로운 근무제인 '카카오 온'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서 6개월 동안 한 달에 2번씩 시행한 '놀금(노는 금요일)' 제도는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만 쉬는 '리커버리데이'로 바꾸고 3월부터는 원칙적으로 재택근무 대신 사무실 출근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것은 지난해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을 때 복구가 제 때 이뤄지지 못하자 홍은택 대표가 근무제 변경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카카오 노조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데이터센터 화재는 발생 시점이 주말이라 출근제도와 무관했는데 이를 단순히 근무제 이슈로 몰아가는 것은 직원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며 "부서마다 달라 대면 업무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원격이 더 편한 부서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택근무 폐지 자체보다 근무제를 자주 바꾸는 것과 그 과정에서 소통 부족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카카오 노조 관계자는 "이번 근무제 변경 당시 시행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충분한 논의 없이 최종안을 공유했다"며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노사협의회와 노동조합도 실질적으로 논의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오늘Who] '카카오 먹통'이 낳은 또 다른 숙제, 홍은택 노조 반발에 직면

▲ 서승욱 카카오 크루유니언 지회장이 17일 카카오 판교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 노조는 근무제도의 안정화와 공동체 통합논의기구 설치 등을 요구했다.

홍 대표 입장에서는 먹통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취한 조치가 오히려 노조의 반발로 이어져 곤혹스러운 상황이 됐다.

홍 대표는 카카오 유·무료 이용자에 대한 지원 대책을 내놓고 지난해 사건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면 새로운 성장 과제를 찾으려 했지만 노조와의 갈등으로 다시 한번 발목을 잡혔다.

카카오는 노조의 주장과 다르게 근무제도 변경을 놓고 직원들과 협의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근무제 이슈는 모든 직원들에 영향을 주는 것인 만큼 설문조사나 인터뷰 등을 진행해 결정된 사항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측도 노조의 요구사항을 무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협의 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했다는 노조의 목소리가 높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 과정에서 노조와 대립 끝에 매각이 불발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지난해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를 매각하려고 하자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적으로 매각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또한 카카오 판교 사옥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하면서 모든 계열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매각반대 서명운동을 벌였고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와의 면담도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은 대거 노조에 가입했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카카오 대표이사로 선임된 홍 대표는 취임 한 달 만에 결국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철회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노조는 이번에도 김범수 창업주와 공개 협의를 요청하며 카카오를 압박했다.

게다가 노조는 노동조합법상 과반 노조 달성이 확실시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반 노조로 인정되면 노조에게는 사측과 단체교섭에 나설 권리가 주어진다.

홍 대표로서는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논란 당시처럼 노조의 불만이 커지는 것만큼은 원하지 않기 때문에 노조 측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다만 카카오 노조는 근무제도 변경에 대한 불만을 쟁의행위로 이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향후 근무제도 변화에 대해 사원협의회, 크루유니언(노조) 등과 다양한 소통을 바탕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