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산업의 쌀인 철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포스코의 포항제철소가 고로 가동을 시작했지만 완전한 정상 가동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완제품을 생산하는 압연 공정의 침수가 심각한 만큼 이를 완전히 복구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피해 상황을 확인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가늠조차 힘들어 복구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힌남노 덮친 포스코 포항제철소 완전가동 언제쯤, 피해 파악도 못 마쳐

▲ 포스코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피해를 완전히 복구하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포항제철소 배수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포스코>


14일 포스코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포항제철소 정상 가동에 기약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포항제철소의 한 현장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전화통화에서 “제선과 제강 공장은 80%정도 복구가 됐지만 압연 공장의 경우 라인 지하시설물이 침수된 만큼 공장 가동에 필요한 모터뿐 아니라 하부에 있는 전자 부품들도 거의 못 쓸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부품 교체 등이 이뤄져야 한다면 언제쯤 복구작업을 마무리할 지 가늠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포항제철소는 6일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인근 하천인 냉천이 범람해 제철소 내부 변전소를 포함해 주요 공정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를 복구하기 위해 포스코는 총력을 기울이면서 10일 3고로 정상가동 이후 12일부터 4고로와 2고로 등 모두 3곳의 고로를 정상 가동까지 끌어올렸지만 전체 공정을 완전 정상 가동하기까지가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압연공장이 문제로 꼽힌다. 압연공장은 고로에서 녹인 반제품 철을 강판이나 선재로 만드는 곳으로 포스코 주요 제품의 핵심 후처리 공정으로 꼽힌다.

압연은 연속주조 공정에서 생산된 슬래브(반제품) 등을 회전하는 여러 개의 롤 사이로 통과시켜 연속적 힘을 가해 늘리거나 얇게 만드는 과정을 말한다. 사실상 고로를 중심으로 하는 현재의 부분 가동은 반쪽짜리에 그친다는 뜻이다.

더구나 압연공장의 경우 생산라인 지하시설물을 복구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정확한 피해규모도 집계되지 못했다. 공장별로 살펴보면 1열연공장과 3후판공장은 배수가 완료됐지만 압연라인 배수 작업은 80%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압연공장 밑에 설치된 모터가 침수된 만큼 대부분 고장났다고 가정하면 새로운 설비가 필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언제 완전 복구될지는 알 수 없다는 시선이 많다.

특히 제철소에서 사용되는 모터는 국내에서는 구하기 어렵고 해외에서 들어와야 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수입해 다시 설치하고 공장을 가동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철강 수해복구 및 수급점검 TF' 회의에서 현재 복구 작업이 마무리되지 못한 2열연 공장만 해도 정상 가동에 최대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추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포스코는 비상출하대응반을 가동하면서 고객사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포스코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 방안이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고로가 가동되고 있는 만큼 포항제철소에서 생산한 슬라브를 광양제철소로 이동하는 것을 포함해 모든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시방편으로 광양제철소로 옮겨 슬라브를 가공하더라도 정상적 생산까지는 공정 효율화와 최적화 등이 필요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6일부터 12일까지 약 8일 동안 발생한 피해규모만 따져봐도 4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포항제철소에서 연간 18조4947억 원 규모의 매출을 거뒀다. 이를 365일로 단순 계산해보면 하루 가동을 하지 못할 때마다 평균 500억 원 이상 규모의 매출 감소가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대표적으로 스테인레스강판과 전기강판 등 포항제철소에서만 생산하는 제품이 고부가가치 제품이라는 점에서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제품들은 포항제철소에서만 생산되는데 평균 단가는 톤당 100만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된다.

만약 이들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반제품이 고철(스크랩) 가격으로 계산될 가능성이 큰데 현재 스크랩 가격은 톤당 40만~50만 원으로 60% 이상 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기차에 반드시 필요한 제품인 전기강판의 경우 공급 대비 수요가 넘치는 상황인 만큼 수익성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포항제철소 현장 관계자는 “전기강판 등 고부가제품은 수요가 넘치는 상황인데 언제 복구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현재 반쪽짜리 복구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