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이 핵심 생산시설인 당진 공장에서 자회사를 통한 사내하청 노동자 고용을 놓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9월 자회사 출범을 눈앞에 두고도 당진 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자회사 지원율이 절반 수준에 머물러 원활한 생산을 이어가기가 만만치 않을 수도 있다.
 
현대제철 사내하청의 자회사 통한 고용 진통, 당진공장 생산에 부담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


안 사장으로서는 철강업황 회복 분위기 속에서 생산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도록 새 자회사의 조직안정과 인력확충에 총력을 기울일 공산이 커 보인다.

20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현대제철 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당진 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를 고용할 자회사 현대ITC 설립을 중단하기 위한 쟁의활동을 지속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조는 현대제철에서 본사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기존 소송을 취하하거나 앞으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류를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받고 있다는 점을 자회사 설립 반대의 명분으로 내세운다. 

자회사 설립을 통한 사내하청 노동자 고용이 또다른 형태의 간접고용일뿐이라는 것이다.

현대제철 비정규직노조는 18일 오전7시부터 32시간에 걸쳐 파업을 진행한 데 이어 게릴라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안동일 사장이 7월 철강업계에서 선도적으로 사내하청 노동자 고용을 위한 자회사를 출범한다는 방침을 세운 뒤 현대제철은 기존 당진 공장 협력업체 가운데 15곳과 도급 및 고용관계 계약을 종료했다. 

계약이 종료된 협력업체에 남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고용문제도 현대제철 노사문제에서 갈등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계약이 종료된 협력업체에 소속된 사내하청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약속했다. 하지만 현대제철이 기존 일하던 공정에서 이동이 불가피하다고 말하는 만큼 노동자들로서는 일자리 안정성을 놓고 불안감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제철 생산시설 4곳 가운데 핵심인 당진 공장에서 사내하청 노동자와 갈등이 커지는 데다 자회사 지원율까지 낮아 안동일 사장은 부담을 크게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정대로 9월 자회사 출범을 추진하더라도 안 사장으로서는 당진 공장 생산 안정화를 원만하게 이뤄내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진 공장은 현대제철에서 유일하게 고로(용광로)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장으로 회사 전체 사내하청 노동자 7천여 명 가운데 5300명이 일한다.

이 곳에서 자회사 현대ITC에 지원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600명에 그친다. 당진 공장 전체 사내하청 노동자의 절반가량만 자회사 인력으로 흡수되는 셈이다.

당진과 함께 자회사 설립이 예정된 포항과 인천 공장에선 1700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 대부분이 자회사에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핵심인 당진 공장에서 기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세고 자회사 지원율도 낮은 만큼 인력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

특히 당진 공장은 현대제철 철근 생산의 절반 가까이를 담당한다. 철근은 국내에서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현대제철은 2분기 형강 등 다른 공정의 일부를 바꿔가며 기존 생산능력을 넘어설 정도로 철근을 생산했다.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13일 기준으로 국내 철근 유통가격은 1톤에 122만 원으로 7월 중순과 비교해 16만 원 올랐다. 2020년 상반기 평균 철근가격이 1톤에 66만 원 안팎이었다는 점에서 1년 만에 2배 이상 뛰었다.

현대제철은 철근을 비롯한 업황 회복에 힘입어 2분기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5453억 원)을 냈다. 

하반기에도 국내에서 철근 공급부족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안정적으로 철근을 공급하는 것이 수익성 개선 추세를 이어가는 데 중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안 사장은 사내하청 노동자 고용을 위한 자회사 출범 뒤 조직안정화 등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인력부족 문제가 예상되는 만큼 당진 공장 자회사에서 추가 채용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현재 회사가 게릴라 파업과 관련해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있다”면서 “자회사 출범 뒤 추가 채용에도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