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민주노총이 도로요금 수납원 직접고용을 놓고 강대강으로 대치하고 있다.

17일 공기업계에 따르면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대법원 판결 없이 직접고용은 없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민주노총 조합원인 도로요금 수납원들의 요구에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이강래와 민주노총, 도로요금 수납원 직접고용 놓고 강대강 대치

▲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경찰이 11일 강제해산을 보류하고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 대화로 갈등을 해결해보도록 했지만 이후 이 사장은 도로요금 수납원들의 본사 점거에 강경 대응할 방침을 세웠다.

도로공사는 불법 점거와 업무방해에 고소장도 제출했다.

민주노총 역시 투쟁력을 도로요금 수납원 직접고용 문제에 집중하기로 했다.

도로공사 본사 앞에서 18일 영남권 결의대회, 21일 전국집중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경찰이 도로공사 본사 강제진압을 시도하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김천 도로공사 본사로 즉시 집결한다는 행동지침까지 마련해 뒀다. 

민주노총 도로요금 수납원들은 이 사장과 면담도 요구하고 있지만 이 사장은 12~15일 추석연휴를 포함해 그 이후로도 도로공사 사무실로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민주노총 도로요금 수납원들이 이 사장과 직접 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사정상 그것은 어려워 본부장과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보겠다고 회신했다”며 “현재까지는 대화 자리 마련이 결렬됐지만 도로공사에서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도로요금 수납원들은 "8월29일 대법원에서 499명에게 도로공사 직접고용 지위를 인정한 판결이 나온 만큼 같은 상황에 놓인 다른 도로요금 수납원 1천여 명에게도 똑같이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도로공사에서는 고용조건, 임금 정산범위 등이 도로요금 수납원별로 다르기 때문에 별도로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는 한 직접고용을 똑같이 적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지키고 있다.

8월29일 대법원 판결로 도로공사의 직접고용 지위가 인정된 도로요금 수납원들은 주로 2014년 소송을 제기했고 입사는 그 전에 했다. 이들은 해고기간에 해당하는 임금 청구소송을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반면 아직 대법원 판결을 받지 않고 1·2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도로요금 수납원 1116명은 직접고용 지위 확인과 임금 청구소송을 병합해서 진행하고 있다. 그 가운데 2015년 신규 입사자가 630여 명에 이른다. 

도로공사는 2015년을 중요한 차이가 나는 기점으로 보고 있다.

도로공사는 용역계약을 진행할 때 형식은 외부회사와 계약이면서 실질은 직접지시를 내리는 불법적 관행을 2015년에 전면 개편했다고 주장한다.   

당시 도로요금 수납업무 계약에서 파견법 위반 요소를 확실히 없앤 만큼 대법원 판결에서 직접고용 지위 인정 여부나 임금 정산금액 범위 등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8월29일 대법원 판결에서는 도로공사와 외주 용역업체 소속 도로요금 수납원들이 유기적 보고·지시·협조관계로 업무를 수행하고 외주 용역업체를 독자적 조직체계를 갖춘 회사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2년을 초과해 근무한 도로요금 수납원을 도로공사가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직접고용하지 않으면 파견법 위반이다.

그러나 민주노총 도로요금 수납원 측은 직접고용 지위를 확대적용한 뒤 임금 정산만 개별로 진행하면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민주노총 법률원 소속 신인수 변호사는 “다툼이 없고 명확한 근로자 지위부터 먼저 전면 인정해 부당해고된 도로요금 수납원들을 우선 원직에 복직하도록 하면 된다”며 “임금차액 부분은 그 뒤에 차분히 정산하거나 소송으로 다투면 된다”고 설명했다.

손지승 민주노총 부대변인은 “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야만 직접고용을 인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소송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사회적 비용만 커질 뿐”이라며 “소송이 길어지면 돌려줘야 하는 임금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는데 그 비용은 결국 도로공사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