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Stephen E. Biegun) 포드 국제정치담당 부회장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맡아 북한과 미국의 협상에서 실무를 전담하게 됐다.

백악관과 미국 상·하원을 두루 거치며 외교·안보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만큼 러시아, 시리아, 중국 문제 등 많은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폼페이오 장관을 대신해 앞으로 북미협상을 이끌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오늘Who] 포드 부회장 스티븐 비건, 북한과 협상 제일선 맡아

▲ 스티븐 비건(Stephen E. Biegun)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3일 비건 부회장을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지명했다.

조셉 윤 전 특별대표가 2월 은퇴한 뒤 6개월 만이다. 그뒤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가 북미 실무회담 대표 역할을 대행해왔다.

비건 특별대표는 8월 마지막 주 초로 예정돼 있는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에 동행하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이번 방문은 종전 선언 문제와 북한의 핵 시설 리스트 신고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9월 중순으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 일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쉽지 않은 이슈들을 해결해야 하는 험난한 길이 되겠지만 북한 사람들의 평화로운 미래를 향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기회를 활용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이 여정의 시작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라며 “우리는 더욱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계를 목표로 세계의 동맹과 협력국뿐 아니라 국무부 동료 및 정부 인사들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특별대표의 지명을 두고 미국이 사실상 북미 협상이 장기화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비건 부회장이 특별대표로 일상적 협상을 비롯한 미국의 대북정책과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인 ‘최종적으로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외교적 시도들을 진두지휘하게 될 것”이라며 “포드에서 외국 정부들과 대화를 통해 전 세계 실적을 향상시킨 경험을 살려 그 역량과 헌신을 북한 문제 해결에 쏟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슈아 폴락 북한미사일 전문가는 싱가포르 매체 ‘스트레이트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방북에서 비건 특별대표를 평양에 직접 소개해 협상가로서 비건 특별대표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지명으로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실무 협의에서 어느 정도 토대가 마련될 때까지 뒤로 물러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국 국방 차관보대행으로 북한 미사일 문제를 담당했던 켈리 매그서먼 미국 진보센터(CAP) 부소장은 “비건의 임명을 통해 미국이 북한 외교에 초점과 일관성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이 외교·안보분야의 전문가로 경험을 쌓아왔지만 주로 러시아 문제를 다뤄왔던 점을 들어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도 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북한과 관련된 오랜 경험이나 북한 문화와 대북 협상의 역사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다”며 “비건 특별대표는 북한이나 한반도 관련 경험이 없다”고 지적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1963년 태어났다. 미시간 대학에서 러시아어와 정치학을 전공한 뒤 1992년부터 1994년까지 미국 공화당 연구소인 ‘국제 공화당 연구소’(IRI) 러시아 담당 연구원으로 일했다. 

1994년부터 미국 하원과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외교정책 고문으로 일하면서 외국 원조 예산, 무역정책과 유럽 문제를 담당했다.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유럽위원회에서 일했고 1999년과 2000년에는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의 참모장을 지냈다.

그 뒤 백악관에 들어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국가 안보 보좌관의 선임 보좌관으로 일했고 국가안전보장회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역할을 맡기도 했다.

2004년 미국 자동차기업 포드에 합류하기 전 빌 프리스트 전 미국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의 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내며 상원의 대외정책, 방위·정보 문제, 국제 무역협정에 관한 분석과 전략을 세운 경험도 있다.

포드에서 국제정치담당 부회장을 맡아 무역 전략과 정치적 위험 평가를 포함한 포드의 국제관계를 모든 측면에서 감독하며 총괄했다.

비건은 31일자로 포드 부회장에서 물러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