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현 CJ그룹 회장.
실제로 이 회장의 문화와 영화 사랑은 유명하다. 미래 비전으로 내세운 ‘월드 베스트 CJ’ 전략의 중심에도 문화와 콘텐츠사업이 자리잡고 있다.
올해는 영화산업의 본거지 할리우드에 직접 손을 뻗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CJE&M은 미국 현지에서 10여 편의 영화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판 `숨바꼭질`과 스페인어 버전 `수상한 그녀` 등 두 작품은 올해 크랭크인(촬영 개시)에 들어간다.
CJE&M은 올해 하반기부터 할리우드 제작사들과 영화를 공동으로 제작해 북미에 배급하기로 했다고 최근 밝혔다.
우선 50억~200억 원대의 저예산 작품부터 시작해 앞으로 블록버스터시장까지 침투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뒀다. 이를 위해 할리우드 제작자 등과 인적 네트워크를 쌓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영화사업으로 공격적 해외진출에 나선 만큼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복귀설에도 더 힘이 실린다. 이 부회장은 CJ그룹의 문화예술사업을 키우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그동안 CJE&M이 할리우드에 리메이크 판권을 판매한 적은 있지만 직접 영화를 제작해 배급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재현 회장이 직접 이번 사업을 지시해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한국영화를 수출하는 방식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CJE&M과 CJ오쇼핑을 합병하겠다는 결정 역시 이런 움직임과 결을 같이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세계적 콘텐츠회사들과 어깨를 견주려면 몸집을 키우는 것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원래부터 영화사업에 애정이 각별했다. 지난해 4년 만에 경영에 복귀하면서 가장 먼저 찾은 현장도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의 그랜드오픈식이었다.
‘이제는 문화가 미래다.’ 이 회장이 기업가로서 오랫동안 품어온 신념이다.
1995년 3월 이 회장은 세계적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설립한 영화 제작사 ‘드림웍스’에 3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이런 결심을 했다.
당시 이 회장은 제일제당에서 상무이사를 맡고 있었다. CJ그룹이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뒤로 막 독립경영을 시작했을 때인데 이 회장은 식품에서 문화로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1990년대만 해도 영화는 사양산업이었지만 이 회장의 주도로 CJ그룹은 영화, 미디어사업을 밀어붙였다. 1998년 닥친 IMF 외환위기에도 그는 반대를 무릅쓰고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영화관 CJCGV를 개관했고 2011년에는 그룹의 미디어콘텐츠회사를 통합해 CJE&M을 세웠다.
지금도 국내에서 CJ그룹 만큼 콘텐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대기업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CJ그룹은 20년 동안 문화사업에 8조 원에 이르는 돈을 투자했다. 현재 CJE&M은 국내 1위 영화 투자배급사, CJCGV는 1위 극장사업자로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물론 CJ그룹이 영화 등 문화사업에서 쌓아온 역량을 감안해도 할리우드에서의 성공은 낙관하기 쉽지 않다. 미국 영화산업은 유대인이 장악하고 있어 외국 사업자의 진입은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다. 한국의 영화제작사가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제작하고 배급해 성공한 사례도 전무하다.
하지만 이 회장은 스스로의 좌우명 ‘겸허’를 도전정신이라고 풀이한다. 1등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기업은 쓰러지며 항상 부족하다 여기고 도전해야 겸허라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