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장인화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 김준식 전 포스코 사장, 구자영 전 SK이노베이션 부회장.
포스코 다음 회장을 뽑기 위한 경쟁이 막을 올렸다. 관전 포인트는 3가지다.
우선 권오준 현 회장체제를 승계할 포스코 내부인사로 누가 부각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다음으로 과거 포스코에서 일했던 인사 가운데 누가 회장후보 경쟁에서 주도권을 쥘 것인가 하는 점도 주목된다.
마지막으로 고위직 관료출신도 도전장을 던졌는데 포스코 순혈주의를 깰 수 있을까 하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13일 포스코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CEO승계카운슬이 후보자를 11명으로 압축한 가운데 내부 후보자로 장인화 사장이 앞서 가고 있다.
장 사장은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미국 MIT 해양학 박사를 졸업한 기술 전문가이며 권오준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과 같은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출신이다.
권오준 회장 선임 이후 포스코 철강솔루션마케팅실장, 기술투자본부장, 철강생산본부장 등 주요 요직을 거쳤으며, 권 회장이 사퇴직전 사장으로 승진시켜 후계구도에 편입시켰다.
이 때문에 포스코 안팎에서 장 사장이 권오준 회장의 경엉성과를 이어갈 적임자로 꼽힐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 내부 후보로 조청명 포스코플랜텍 대표이사 사장과 박기홍 포스코에너지 대표이사 사장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사장은 막판에 내부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1986년 포스코에 입사해 포스코 종합기획팀장, 혁신기획실 실장 등 포스코그룹의 기획부문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권오준 회장 취임 이후 포스코 가치경영실장을 맡아 포스코그룹 구조조정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오인환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이 후보군에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오 사장은 2017년부터 포스코의 2인자 격인 철강부문장을 맡아 철강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포스코 내부 인사가 다음 회장 후보로 낙점되느냐 여부는 권오준 회장 재임 동안 포스코 경영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이 나온다.
권오준 회장 재임 동안 철강 본연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해 체질을 바꿨다는 공도 많았다. 하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는 미흡했다는 지적도 높은 만큼 포스코를 바꾸기 위해 권오준 회장체제와 거리를 둔 인사를 다음 회장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폭넓게 나온다.
이런 점에서 김준식 전 포스코 사장과 구자영 전 SK이노베이션 부회장도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김 전 사장은 포스코 사장에 앞서 포스코 광양제철소장을 맡은 경험이 있다. 포스코 고위 임원진 가운데 주류로 꼽히는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 출신이기도 하다. 기술적 이해도도 높을 뿐 아니라 마케팅업무 경험도 갖고 있다. 또 일진제강 대표이사를 지내 포스코 외부에서 경영자로 재직해 객관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초중교 동창이며 이낙연 국무총리와 고교 동창인데 이런 인연이 강점이자 약점으로 꼽힌다.
구 전 부회장은 1988년 포스코에 입사한 뒤 5년 동안 근무했다. 김 전 사장과 마찬가지로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했다.
2014년 권오준 회장이 선임될 당시 포스코 회장 하마평에도 올랐지만 포스코에서 일한 경력이 짧은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포스코 내부 부산 인맥의 지원을 받고 있는데 국적이 외국이다 보니 ‘국민기업 포스코’에 적합하지 않는다는 말도 듣는다.
이 밖에도 김진일 전 포스코 사장, 황은연 전 포스코 인재창조원장도 포스코와 인연을 앞세워 회장에 도전하고 있다.
▲ 조석 전 지식경제부 차관(왼쪽)과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
관료 출신으로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과 조석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11인 후보에 포함됐는데 이들이 포스코 순혈주의를 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역대 포스코 회장 가운데 김만제 전 회장을 제외하면 모두 포스코 내부 출신이었다.
이 전 장관은 행정고시에 수석으로 합격해 상공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정통 관료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산업자원부 장관을 맡아 2년 동안 새 성장동력이 될 산업을 육성하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장관에서 물러난 뒤 서울산업대학교 총장, 한국무역협회 회장, STX중공업 총괄회장, LG상사 부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평장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지냈다. 학계와 기업을 두루 거쳐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지만, 49년생으로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다.
또 다른 관료 출신인 조석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2006년 산업자원부 에너지정책국장을 지내며 에너지 전문가로서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에너지기본법 제정과 국가에너지위원회를 발족한 주역으로 꼽힌다. 특히 2004년 산자부에서 원전사업기획단장을 맡아 경주 방폐장 부지 선정을 주민투표 방식을 도입해 원활하게 해결하기도 했다.
조 전 차관은 서치펌의 연락을 받고 다음 포스코 회장에 출사표를 던졌다고 밝혔지만 문재인 정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그의 등장으로 포스코 회장 후보군 경쟁구도가 급변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포스코가 워낙 거대한 글로벌 기업이다 보니 철강회사 경영 경험이 없는 관료 출신들이 포스코의 경영을 책임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포스코 CEO승계카운슬은 12일 6차 회의를 열고 내부에서 5명, 외부에서 6명의 후보자를 추렸다.
CEO승계카운슬은 다음 회의에서 11명의 후보 가운데 5명을 추려 CEO후보추천위원회에 제안한다. 위원회는 두 차례의 심층면접을 거쳐 6월 말 최종 후보자 1명을 이사회에 추천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