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철강과 2차전지 쌍두마차의 성공을 다짐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포스코그룹의 양대 축인 철강사업과 2차전지소재 사업이 모두 부진을 겪고 있는 데다 최종 회장 후보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들로 내부 조직을 다잡아야 하는 등 쉽지 않은 과제들이 장 회장 앞에 놓여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홀딩스는 21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제56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장인화 회장 후보의 회장 선임 안건을 의결했고, 곧 이어 이사회를 열고 장 회장을 포스코그룹 제10대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했다.
장 신임 회장이 무엇보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주력인 철강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77조1270억 원, 영업이익 3조5310억 원을 거뒀다. 전년보다 매출은 9%, 영업이익은 27.2% 줄었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어서는 철강사업 실적이 국내외 시황 악화에 따른 제품 가격 하락 등으로 부진했던 탓이다.
장 회장이 포스코그룹의 유력 회장 후보로 거론됐던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을 제치고 최종 후보로 선정된 데도 30년 넘게 포스코에 몸담으며 대표이사까지 지낸 정통 '철강맨'으로 철강 사업을 다시 부활시킬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그룹은 2022년 3월 지주사 포스코홀딩스 출범을 계기로 2차전지소재와 원료 사업 등 신사업을 강화해 친환경 미래소재 전문 그룹으로 도약하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그 초석을 닦은 최정우 전 회장에 이어 2차전지소재 사업의 외형과 내실을 더욱 다져나가는 것 또한 장 회장 앞에 놓인 중요한 과제다.
특히 장 회장이 최종 회장 후보로 낙점된 뒤 증권업계에선 그룹의 중심축을 철강으로 되돌리면서 2차전지소재 등 신사업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포스코그룹은 2차전지 산업 초기에 소재 사업에 집중 투자,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2026년까지 그룹 전체 투자 자금의 46%를 2차전지소재 사업에 집중 투입하고, 그 해부터 본격적 이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앞서 밝혔다.
장 회장 임기는 3년으로 포스코그룹이 2차전지소재 사업에서 초기 주도권을 확보하고, 철강 중심의 사업포트폴리오를 재편해 나가는 전환의 시기를 관통하고 있다.
최 회장은 향후 2년 동안 2차전지소재 공장 증설 등 투자 일정을 차질없이 진행하는 동시, 철강사업의 근원적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사업 방향을 잡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저탄소 철강 생산체제 전환과 궁극적으로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하는 것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 장인화 포스코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21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56기 포스코홀딩스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CBAM은 유럽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 가운데 역내 생산 제품보다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에 비용을 부담시키는 제도로 실질적으로는 수입관세의 성격을 띈다.
장 회장이 최종 포스코그룹 수장에 오르기까지 포스코홀딩스 회장 선임 절차는 사외이사진으로 구성된 CEO후보추천위원회 모두가 '호화 이사회' 논란으로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초유의 상황에서 진행됐다.
장 회장은 그룹 수장으로서 주어진 과제들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지금까지 그룹이 겪어온 외풍의 역사를 끊어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2000년 10월 민간기업으로 전환한 뒤 이구택, 정준양, 권오준 등 전 회장들이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들은 정권 교체 뒤에 맞은 두 번째 임기는 모두 마치지 못한 채 물러났다. 전임 최정우 회장만 두 번째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물러나는 유일한 회장이 됐다.
다만 임기 중 끊임없이 정부로부터 '패싱' 당한다는 논란이 일었던 최 전 회장과 달리 장 회장은 윤석열 정부와 관계도 원만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주주 국민연금 역시 최 회장의 연임 도전에는 반대의 뜻을 나타냈지만 이날 주총에서 장 회장을 사내이사에 선임하는 안건에는 찬성했다.
장 회장은 이날 주주총회가 종료된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임 일성으로 포스코그룹의 새 비전 '미래를 여는 소재 초일류를 향한 혁신'을 제시했다.
아울러 앞으로 포스코그룹을 이끌어갈 경영 방향성도 밝혔다.
장 회장은 포스코그룹의 사업 전략 방향에 관해 "포스코는 철강사업이 기본이고 그 기본에 10여년 간 노력해 이룬 2차전지소재 사업이 쌍두마차로 똑같이 초일류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철강업과 2차전지소재사업 모두 경기가 좋지 않지만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나타냈다.
장 회장은 "철강업은 전세계적으로 경기가 별로 좋지 않고, 2차전지소재사업은 신사업이 흔히 겪는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침체) 현상의 초기에 있다"면서도 "둘 다 위기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2차전지는 최근 완공된 공장도 많고, 앞으로 준공될 공장들도 많은데 이런 공장들을 초기에 다잡아서 정상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2차전지소재사업에서도 운이 따르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조직의 단합과 관련해선 현장 경영부터 시작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오늘부터 100일 동안 현장에서 직원들과 같이 있을 것"이라며 "그 기간 동안 포항과 광양 뿐만 아니라 여러 사업회사를 돌아다니며 현장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고, 그분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무엇보다 2차전지소재사업 육성의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2차전지소재사업은 그동안 포스코가 많은 신사업에 도전해왔는데, 그 중에서 가장 잘 한 사업이라 생각한다"며 "무조건 이 사업을 성공시키겠다는 굳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나쁘다고 투자를 멈추면 안된다"며 "적기에 적절하게 투자하겠으나, 결코 소홀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