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8일 내부 출신인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확정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추위)는 8일 '외풍'에 휘말려온 포스코그룹의 역사와 단절하면서도 철강 분야를 잘 이해하고, 내부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차기 회장 후보로 장 전 사장을 최종 선택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날 임시 이사회를 열어 장 전 사장을 포스코그룹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하고,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장 전 사장은 오는 3월21일 포스코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이 의결되면 포스코그룹 회장에 공식 취임한다.
이번 차기 회장 선정 절차는 '호화 해외 이사회' 논란이 불거지면서, 포스코홀딩스의 후추위 멤버 7인 전원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외부 압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진행됐다.
그럼에도 후추위는 지난달 31일 '파이널리스트' 후보 6명을 확정해 발표하면서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장관 출신 외부 인사들을 모두 배제했다.
후추위는 이번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외부 입김을 등에 입은 인사는 1차 후보군에서부터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는데, 경찰 수사가 다각도로 진행되는 와중에도 독자적 선택을 밀고 나간 셈이다.
후추위는 6명 후보 가운데 장 전 사장 외 내부 출신 3명과 함께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을 포함해 경영능력을 어느 정도 검증받은 외부 인사 3인을 포함했다. 앞서 2013년 회장 선임 과정에선 최종 후보 5명 가운데 4명, 2018년엔 5명 모두가 내부출신 인사였다.
후추위는 내부 출신 현직인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연구원 사장을 제외하면 가장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됐던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을 비롯해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유병옥 포스코홀딩스 부사장 등 현직 인사들도 6명 후보에서 모두 제외했다.
해외 호화 이사회 논란으로 불거진 후추위와 내부 후보들 사이의 유착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인물들을 모두 배제한 것이다. 그러면서 내부와 외부 후보를 3명씩으로 균형을 맞춰 외풍 압력을 차단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소유분산기업의 현직에 있는 인사들을 소위 '카르텔'이라고 분류하며, 현직 인사를 차기 CEO로 앉히는 데 상당한 거부감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후추위는 이런 상황 속에서 외부 입김을 차단하면서도 포스코그룹의 주력사업인 철강을 잘 이해하고 있고, 내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로 장 전 사장을 최종 선택한 것이다.
장 전 사장은 권오준 전 포스코그룹 회장(2014년~2018년) 시절부터 요직을 두루 거치며 승진 가도를 달렸던 인물이다.
2018년 4월 권오준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돌연 물러나자 최정우 회장, 오인환 사장 등과 함께 포스코 CEO 승계카운슬이 추린 대표이사 최종 회장후보 5인에 이름을 올렸고, 최종 후보 2인에 포함되며 막판까지 현 최정우 회장과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장 전 사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선임됐던 최정우 현 회장과 거리가 있는 데다 윤석열 정부와 관계도 원만한 것으로 전해진다.
▲ 장인화 신임 포스코그룹 회장 내정자.
외부 출신 유력 후보였던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외풍을 막겠다는 후추위의 강한 의지에 결국 고배를 마셨다.
장 전 사장은 1955년생으로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조선해양공학 석사학위를, 미국 매사추세츠대학교(MIT) 대학원에서 해양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1988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입사해 2009년엔 RIST 강구조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2011년 포스코 성장투자부문 신사업실장 상무에 오른 뒤 2014년 전무로 승진해 재무투자본부 신사업관리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5년 철강사업본부 철강솔루션마케팅실장을 맡은 지 1년 만에 기술투자본부장(기술연구원장 겸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7년 포스코 사내이사로 합류하면서 철강생산본부장에 임명됐고 2018년 3월~2021년 3월 당시 사업형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했던 포스코에서 철강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2021년 주총 이후 현재까지도 포스코 자문역을 수행하면서 여전히 경영 현안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장 전 사장은 포스코에서 연구소부터 시작해 신사업, 재무, 마케팅까지 두루 경험한 철강과 신사업 분야 전문가란 평가를 받는다.
노사 관계에서는 사측 대표로 활동하면서 특유의 친화력과 현장중심 행보를 보이면서 화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등 구성원들로부터 두루 호평을 받아왔고, 조직을 단합시킬 수 있는 덕장형 리더라는 평가도 나온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조카로 알려져 있다.
포스코그룹은 2000년 10월 민간기업으로 전환한 뒤 이구택, 정준양, 권오준 등 전 회장들이 연임에 성공했지만, 정권 교체 뒤에 맞은 2번째 임기는 모두 마치지 못한 채 물러났다. 이를 놓고 포스코그룹이 CEO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정치권 입김을 버티지 못했다고 보는 견해가 우세했다.
장 전 사장에게 사령탑을 넘겨주는 최정우 현 회장은 두 번째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물러나는 최초 사례를 남기게 됐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