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홀딩스가 회장 셀프 연임을 없앴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이에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재연임 도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최 회장이 세 번째 임기 도전과 용퇴 가운데 어떤 결정을 내리든 역대 포스코그룹 회장 가운데 최초의 사례가 된다.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19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이사회를 열어 지배구조 개선안을 확정하고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회장 선임절차 개편을 완료했다.
개편안을 살펴보면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단독으로 우선 심사를 받을 기회를 줬던 '연임 우선 심사제'를 폐지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앞으로 현직 회장의 연임 의사 표명 여부와 관계없이 임기만료 3개월 전에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작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신임 회장 후보군 발굴을 위한 '승계카운슬'을 폐지하고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후보 추천위원회(후추위)'가 회장 후보군 발굴 및 자격심사 기능을 수행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현직 회장이 연임의 뜻을 정한 때는 'CEO 후보추천위원회'가 1달 동안의 심사를 거쳐 적격으로 판단하고 주주총회에서 선임 안건이 통과되면 연임이 결정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현직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더라도 다른 후보자들과 동일 선상에서 심사를 받게 된 것이다. 이른바 '셀프 연임'이라는 비판을 반영해 지배구조를 개선한 것으로 풀이된다.
▲ 최정우 포스홀딩스 회장에게 재연임 도전과 용퇴의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최 회장은 2018년 7월 포스코 회장에 취임한 뒤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해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이번 회장 선임 방식 개편으로 최 회장이 재연임에 도전할 경우 지난번 연임 때와 달리 다른 후보들과 동등하게 경쟁해야 할 부담을 안게 됐다.
반면 회장 선임 방식 개편을 통해 제도의 정당성 및 투명성 제고된 점은 최 회장의 재연임 명분을 강화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면 역대 회장 가운데 첫 3연임에 도전하는 사례가, 퇴진하면 두 번째 임기를 완료하고 물러나는 최초의 포스코그룹 회장이 된다.
포스코홀딩스 기존 사규에 따르면 최 회장은 회장 선임을 확정하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기 90일 전까지 이사회에 연임 도전 여부를 알려야 한다. 주주총회가 보통 3월 중순에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주 또는 늦어도 다음주 초 안에 연임 관련 거취를 놓고 의사를 밝힐 공산이 크다.
다만 이번 지배구조 개선안에 따라 현직 회장 임기 만료 3개월 전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자동적으로 시작되므로 최 회장이 별도로 연임 의사를 밝히지 않아도 후추위가 심사를 통해 최 회장을 후보군에 포함할 경우 연임 도전에 나설 수는 있다.
애초 업계에선 최 회장이 무리하게 재연임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11일 최 회장이 포스코홀딩스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도전할 뜻을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 회장은 11일 두 차례에 걸쳐 포스코홀딩스 주식 700주를 약 3억 원에 사들였다. 일반적으로 임기를 마치는 임원들이 퇴사하는 시점에 자신이 보유한 자사주 일부 또는 전부를 처분하는 것과 대조된다.
이를 놓고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개인 투자 목적에서 주식을 취득한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최 회장은 재임 기간 동안 지주사 체제 전환을 이루고 2차전지소재를 비롯한 신사업을 키워 철강기업에서 '친환경소재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주춧돌을 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회장이 처음 회장에 취임한 2018년 30조 원 수준이었던 포스코그룹 주요 상장사 시가총액은 현재 100조 원으로 3배 넘게 뛰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처음 회장에 오른 최 회장이 현 윤석열 정부와의 관계를 의식해 퇴진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7.25%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으로 확실한 지배주주가 없어 금융지주회사 등과 함께 '주인없는 회사'로도 불린다. 이에 포스코그룹은 정권이 바뀌는 때면 끊임없이 '외풍'에 시달려 왔다.
포스코그룹은 과거 공기업이었다가 2000년 10월 민간기업으로 전환한 뒤 이구택, 정준양, 권오준 등 전 회장들이 연임에 성공했지만 정권 교체 뒤에 맞은 2번째 임기는 모두 마치지 못한 채 물러났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