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이 민영화 뒤 취임한 역대 포스코그룹 회장 가운데 처음으로 임기를 완주할 수 있을지를 놓고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 회장은 재임 기간동안 지주사 체제 전환을 이뤘고 2차전지소재를 비롯한 신사업을 키워냈다. 철강기업을 넘어 친환경소재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주춧돌을 놓으며 포스코그룹에 큰 발자취를 남길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임기 완주 기록 눈앞, 친환경소재기업 주춧돌 놓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사진)이 내년 3월까지인 임기를 무난히 마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 회장이 3일 포항 포스코 본사에서 열린 포항제철소 1기 설비 종합준공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에 위해 본사 건물 로비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8개월가량 남은 임기를 무난히 마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 회장은 2018년 7월 포스코그룹 회장에 선임된 이후 2021년 3월 정기 주총에서 연임을 확정하면서 임기가 2024년 3월까지로 한 차례 연장됐다. 

다만 윤석열 정부로 정권 교체 뒤 과거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된 KT와 포스코를 향한 정치권의 압박이 거셌다. 

KT에서는 구현모 전 KT 대표이사 사장이 연임을 시도했다가 정치권 외풍에 휩쌓이자 자진사퇴했다. 그 뒤 차기 KT 대표이사 후보로 선출된 윤경림 사장 역시 물러나 현재까지 KT에는 CEO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포스코그룹은 KT와는 좀 다른 상황에 놓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최 회장은 연임에 성공한 뒤 임기를 이미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 데다 과거 포스코그룹의 관행을 고려할 때 차기 회장 인선 작업은 이르면 오는 10월에서 11월 사이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최 회장의 실질적 임기는 사실상 4~5개월가량만 남은 셈이어서 정치권에서 부담을 안고 최 회장에게 사퇴를 압박한다고 해도 실익이 크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최 회장이 두 번째 임기를 차질 없이 마무리하게 된다면 포스코가 2000년 민영화된 이후 처음으로 임기를 마친 첫 사례가 되어 의미가 크다.

포스코그룹은 2000년 10월 민간기업으로 전환된 이후 이구택, 정준양, 권오준 등 전 회장들이 연임에 성공했지만 정권 교체 뒤에 맞은 2번째 임기는 모두 마치지 못한 채로 물러났다. 이를 놓고 포스코그룹 CEO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정치권 입김을 버티지 못했다는 견해가 우세했다.

처음으로 임기 완주를 앞두고 있는 최 회장은 지주사 체제 전환과 함께 2차전지 소재사업을 성공적으로 키우면서 기업가치도 높이는 성과를 냈다.

임기 초반만 해도 최 회장의 경영성적은 철강 업황 악화로 인해 신통치 않았다.

주력계열사 포스코는 2019년 예년과 비슷한 연결기준 64조 원 초반대의 매출을 냈으나 영업이익은 2019년 3조 원대 후반으로 주저 안았다.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0%나 후퇴한 것이다.

2020년 코로나19까지 확산하면서 매출은 물론이고 영업이익도 2조 원대 중반으로 더욱 후퇴했다. 그해 2분기 포스코는 별도기준으로 영업손실 1085억 원을 보기도 했다. 포스코가 영업손실을 본 것은 1968년 포스코 창립 뒤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2021년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뒤 경기부양을 위해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 영업환경이 좋아지면서 포스코 실적은 반전을 이뤘다.

최 회장은 재무책임자(CFO) 출신답게 업황 호전에 맞춰 비용절감과 경영효율화로 2021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9조2381억 원을 거두며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2022년에는 철강회사에서 친환경 미래소재 그룹으로 전환하기 위해 포스코의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체제 전환을 추진해 그 해 3월 포스코홀딩스를 출범했다.

포스코홀딩스가 출범한 이후 양극재와 음극재 등 2차전지 소재사업을 맡았던 포스코퓨처엠(당시 포스코케미칼)뿐 아니라 이에 필요한 아르헨티나 염호기반의 수산화리튬사업과 니켈 정제사업 등 원료분야까지 투자를 확대하며 단단한 수직계열화 구조를 만들었다.

최 회장은 최근 포항제철소 1기 종합준공 50주년 기념식에서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2030년까지 모두 121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임기 완주 기록 눈앞, 친환경소재기업 주춧돌 놓다

▲ 포스코가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에서 탐사를 진행하는 모습. <포스코홀딩스>


이렇듯 2차전지소재뿐 아니라 에너지, 수소 등 신사업에 투자를 빠르게 확대하면서 최 회장은 포스코홀딩스의 기업가치를 크게 높였다.

최 회장이 처음 회장에 올랐던 2018년 7월 이후만 하더라도 당시 포스코 주가는 30만 원 중반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2차전지소재를 비롯한 신사업에 힘입어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43만6천 원까지 치솟았다.

특히 코로나19 기간이던 2020년 초 한때 포스코 주가가 13만3천 원까지 빠졌던 것을 고려하면 기업가치가 3배 이상 오른 셈이다.

최 회장은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목표를 줄곧 강조했는데 그 기반을 다졌다고 볼 수 있다.

2018년 11월 취임 100일을 맞아 내놓은 ‘100대 개혁과제’에서 최 회장은 2023년까지 포스코그룹을 포브스 산정 기업가치 130위에 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후 2022년 3월 포스코홀딩스 지주사 출범 과정에서도 2030년까지 기업가치를 3배가량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최 회장은 포스코의 물적분할 지주사설립 안건이 상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 경영구조를 지주사로 전환해야 철강과 신사업의 균형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다"며 "정체성 또한 친환경 미래 소재기업으로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