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원가 공개를 확대 시행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압박이 높아지면서 건설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분양원가 공개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분양가 하락요인으로 작용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까 걱정하고 있다.
 
"분양원가 공개해야" 정치권 압박 높아져 건설사 긴장도 커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김현미 장관이 시행령을 개정해서라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평가할 만하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는 동안 후퇴한 분양원가 공개를 원상태로 되돌리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평화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부동산 폭등을 잡을 3종세트로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후분양제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며 다시 한 번 분양원가 공개에 힘을 실었다.

분양원가 공개는 건설사가 아파트를 분양할 때 공사원가를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로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됐으나 이명박 정부에서 공개항목이 축소됐고 박근혜 정부에서 민간주택의 정보는 공개하는 않는 쪽으로 규제가 완화하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분양원가 공개는 분양가 상한제와 함께 건설사의 분양가 거품을 잡을 수 있는 정책으로 여겨져 문재인 정부 출범 때부터 규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말이 나왔으나 다른 정책에 밀려 시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러 부동산정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고 오히려 서울 등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폭이 커지자 분양원가 공개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중앙 정부보다 한 발 앞서 움직이고 있다.

경기도는 1일부터 경기도시공사의 10억 원 이상 공공건설 공사원가를 공개한 데 이어 7일부터는 경기도시공사가 민간업체와 함께 분양한 아파트의 공사원가도 공개하도록 했다.

건설업계는 공사원가는 영업기밀에 해당한다는 점, 건설사만 원가를 공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 등을 들어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하고 있다.
 
"분양원가 공개해야" 정치권 압박 높아져 건설사 긴장도 커져

▲ 3.3㎡당 1억 원을 넘어선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아파트와 아크로 리버 파크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 관계자는 “공사원가 공개가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 침해 등에서 위헌소지가 있다는 법률 자문에 근거해 경기도청에 반대 건의서를 8월 말 공식 제출했지만 경기도가 그대로 규제를 강행했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분양원가 공개가 분양가 인하로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건설사들에 부담이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최근 몇 년 동안 해외사업보다는 국내 재건축시장을 기반으로 실적을 확대해 왔는데 분양시장 수익성이 하락하면 실적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분양원가 공개가 실제 분양가 인하로 이어지지 않고 분쟁과 혼란만 유발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참여정부에서 분양원가 공개 제도를 도입한 이후 실질적으로 분양가가 낮아졌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국토교통부도 2014년 분양원가 공개제도가 분양가 인하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만큼 분양원가 공개는 정책의 실익이 전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원가 공개는 규제가 과한 감이 없잖아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해 확정된 것이 없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