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지정요건이 완화됐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도입으로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실제 시장에서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의심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국토부, 분양가 상한제로 아파트 가격 잡을 수 있을까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 지정요건 완화를 뼈대로 하는 주택법 시행령이 7일 개정됐다.

기존 주택법 시행령에 따르면 △3개월 동안 주택가격 상승률 10% 이상 △3개월 동안 거래량이 전년 거래량보다 3배 이상 증가 등과 같은 조건에 걸리는 지역만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었다.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더라도 주택법 시행령을 만족하지 못하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지 여부를 심사하지 못해 제도가 유명무실했던 것이 사실이다.

국토교통부는 시행령을 손봐 최근 3개월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웃돈 곳 가운데 △1년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를 초과한 곳 △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간 청약경쟁률이 일반주택은 5대 1, 국민주택규모 이하는 10대 1을 초과한 곳 △3개월 주택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증가한 곳에서 하나라도 충족하면 분양가 상한제 대상지역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이는 기존 시행령보다 지정요건을 대폭 완화한 것으로 앞으로 서울을 비롯한 주요지역의 부동산시장이 과열될 경우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됐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지역에 선정되면 이 지역에서 분양되는 아파트가격은 주변 시세보다 최대 10% 이상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오히려 분양시장에 혼란만 낳을 것이라는 지적이 만만찮다. 정부가 분양가격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오히려 분양가 상한제 적용단지에 대한 청약수요가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가격은 시공사의 아파트브랜드, 입지조건뿐 아니라 인근 단지의 시세에 맞춰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슷한 지역에 위치한 같은 평형의 아파트 가격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아파트단지 분양가격에 제한이 생기면 투자이익을 노린 사람들의 투기수요가 대폭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분양가격이 인근 아파트보다 평당 500만 원가량 낮게 책정된 삼성물산의 ‘강남래미안포레스트’의 경우 당첨만 되면 2억~3억 원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로또청약’ 단지로 불리면서 수요가 쏠려 청약경쟁률이 최고 234대 1을 보이기도 했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분양가 상한제가 집값 안정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분양가 상한제 도입은 아파트 건설에 따른 이익을 건설사가 직접 차지하느냐, 청약당첨자가 가져가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다른 효과를 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