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가 중국 현지 투자를 다시 늘리며 거대 중국 전기차 시장을 공략한다. 현대차는 중국 현지 수요에 맞춘 주행거리연장형 전기차(EREV)를 출시해 판매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 판매 부진이 길어지자 2021년부터 현지 사업장을 축소했고, 지난해부턴 중국 생산 물량의 수출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그러나 이번 투자를 계기로 세계 최대 중국 자동차 시장 판매 고삐를 다시 죌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포기 못 해" 현대차 중국 BAIC와 베이징현대에 1.6조 투자 합의, 전기차 공세

▲ 현대자동차가 중국 현지 합작법인에 대규모 투자를 계기로 주행거리연장형 전기차(EREV) 출시 등을 통해 중국 내수 판매 확대에 다시 나선다. 사진은 베이징현대 공장 모습. <베이징현대>


12일(현지시각) 현대자동차와 중국 파트너사인베이징자동차(BAIC)는 합작법인 베이징현대에 각각 5억4800달러씩, 모두 10억9600만 달러(약 1조6천억 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BAIC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베이징현대가 중국 소비자 요구에 맞는 제품을 더 많이 출시하고 세계 시장에 더 많이 수출할 계획을 밝혔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는 2018년 이후 비야디(BYD) 등 중국 경쟁사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고 판매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현대차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현대차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EREV 중국 출시 준비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REV는 전기차와 같이 전기로 바퀴를 굴리지만 내연기관 엔진이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 충전을 지원하는 차량이다. 업계에선 엔진이 발전기 역할에만 국한되고, 동력은 전기모터에서만 발생하는 만큼 EREV를 하이브리드차가 아닌 전기차로 분류한다. 

현대차는 주유와 충전을 동시에 하는 EREV는 1회 충전으로 9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배터리 사용량이 전기차의 30% 수준에 그치는 데다 내연기관 엔진을 탑재하지만 변속기는 들어가지 않는다. 현대차는 PHEV와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가격을 목표로 EREV를 개발중이다.

현대차는 2026년 말부터 북미와 중국에서 EREV 양산 시작해 이듬해부터 현지에 본격 판매할 계획을 세웠다. 중국에선 경제형 준중형 EREV를 연간 3만대 이상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EREV는 한국에서 상용화한 적이 없지만 중국에선 최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선 62만3천 대의 EREV가 판매돼 전년보다 판매량이 173% 급증했다. 지난 9월엔 한달 동안 EREV 11만4천 대가 팔려 중국 전체 전기차 판매량의 10.2%를 차지했다.

중국의 EREV 전문 제조업체 '리오토'는 지난해 현지에서 전년보다 182% 증가한 37만6030대를 판매했다.

중국에서 현대차는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EREV는 기술적으로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에 갖췄던 기술들을 공용화 하는 것인 만큼 현지 수요에 가장 부합하는 차량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EREV에서 차별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핵심 요소를 제어기술로 보고 있다. 배터리 충전량이 떨어졌을 때 내연기관 발전기가 전기를 만들어 충전하는 과정에서 이질감 없이 전기차 수준의 주행감을 유지시키는 것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김흥수 현대차 글로벌전략본부(GSO) 부사장은 지난 8월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현대차는 파워트레인의 제어 기술 내재화를 중심으로 샤시와 바디 등의 제어 역량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왔다"며 "(EREV)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회사 차원의 전략적 의미가 있는 만큼 전략적으로 투자해서 잘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2016년 중국에서 약 113만 대의 자동차를 팔아 현지 연간 최다 판매실적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고고도미사일(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한한령으로 인해 판매량이 절반 가까이 꺾였다. 지난해 판매량은 약 25만 대로 2016년과 비교해 80% 가까이 줄었다.

중국 시장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현대차는 현지 사업장 규모를 줄이고, 중국발 수출을 늘려 수익성을 제고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현대차는 2021년 베이징 1공장을, 지난 1월 충칭 공장을 현지 업체에 매각한 데 이어 창저우 공장도 매각한다는 방침을 정해, 기존 5개였던 현대차 중국 현지 공장은 2개로 줄게 된다. 남은 2개 공장에선 생산 효율화를 추진하고, 글로벌 모델을 생산해 신흥시장으로 수출을 늘리고 있다.

다만 현대차가 중국에서 부진을 거듭한 7년여 동안 중국 전기차 시장은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다. 

2016년 연간 40만 대 수준이던 중국 내 전기차(BEV) 판매량은 지난해 669만 대로 17배 가까이 뛰었다. 올해 연간 전체 신차 판매량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4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월간 기준으론 올해 사상 처음 50%를 넘어섰다.

현대차 관계자는 "2026년 EREV 양산을 시작하는 만큼 이번 중국 법인에 대한 투자는 EREV 출시 준비에 속도를 내는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