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차기 NH농협은행장에 새 얼굴이 내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같은 경남 출신 인사가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경남 출신 행장이 탄생한다면 농협은행은 4년 만에 비수도권 출신 행장을 맞는다.
 
교체 유력 농협은행장 '출신 지역'에 쏠리는 눈, 강호동 '보은 인사'에 무게 실리나

▲ NH농협은행이 4년 만에 비수도권 출신 행장을 맞이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 NH농협은행 >


2일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석용 NH농협은행장 임기가 12월 말 끝나는 상황에서 차기 행장 인사는 12월 중순 이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직전 행장 인사가 있었던 2022년 NH농협은행이 12월22일에 최종 후보자를 발표한 만큼 이번에도 비슷한 시기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차기 농협은행장에 경남 출신 인사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 도는 하마평에도 경남 출신인 강태영 NH농협캐피탈 부사장, 강신노 농협은행 리스크관리부문 부행장, 최영식 농협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 등 모두 경남 출신이 거론되고 있다.

강태영 부사장은 경남 진주 출신이다. 농협중앙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농협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뒤 인사팀장, 전략기획단 단장 등을 거쳐 2024년 2월 NH농협캐피탈 부사장에 취임했다.

강신노 부행장은 경남 의령 출신으로 농협은행에서 전략기획부 기획조정팀장, 광화문금융센터장을 맡았다. 농협중앙회 상호금융재무기획단장, 농협금융지주 홍보부장과 기획조정부장으로 일한 뒤 2022년 12월 농협은행 부행장으로 선임됐다.

경남 하동 출신인 최영식 부행장은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경남지역본부 단장을 역임했다. 농협은행에서는 금융기획부 팀장, 산청군지부장, 여신관리부장, 경남영업본부장 등 경력을 쌓은 뒤 강 부행장과 같이 2022년 12월 부행장에 올랐다.

이처럼 경남 출신에 이목이 쏠리는 배경에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경남 합천율곡농협 조합장을 오래 지낸 경남 출신이라는 점이 있다.

농협은 중앙회장이 바뀌면 그에 따라 특정 지역 인사가 힘을 받는 경향을 보인다.

중앙회장이 선거 때 힘을 실어준 지역조합장 등 출신 지역 인사를 챙긴다는 것인데 농협은 이에 따라 '보은인사' 지적도 자주 받았다.

이 같은 지적은 강 회장의 전임인 이성희 전 농협중앙회장 때에도 제기됐다.

이성희 전 회장은 농협중앙회 사상 첫 수도권 출신 회장인데 당시 농협은행장에는 경기 평택 출신인 권준학 전 농협은행장에 이어 경기 파주 출신인 이석용 현 농협은행장이 선임됐다. 연달아 경기 출신 인사가 발탁되면서 역시 경기 출신인 이 전 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여겨졌다.

농협중앙회장은 농협금융지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는다. 다만 농협금융지주 이사회 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비상임이사를 두고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계열사 CEO 인사에 금융지주 회장의 참여는 제한된다. 지주 이사회 내 하나의 위원회가 지주와 계열사 CEO를 모두 뽑고 있어 이해상충을 이유로 지주 회장은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계열사 인사에 중앙회장의 의중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

강 회장은 자기 사람들을 잘 챙기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10월 국감에서 낙하산 인사 지적에 “낙하산 인사라기 보다는 마음을 나눈,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주신 분들”이라고 답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강 회장이 사실상 선거 때 도움을 받은 이들을 중용하는 인사 스타일을 인정한 만큼 농협은행장에 경남 출신이 올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이석용 행장의 연임은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체 유력 농협은행장 '출신 지역'에 쏠리는 눈, 강호동 '보은 인사'에 무게 실리나

▲ NH농협은행장 인사를 두고 농협중앙회장의 의중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 <연합뉴스> 


올해 초 새 회장 체재가 출범한 것은 물론 농협은행의 내부통제 문제도 이 행장 연임의 발목을 잡는다. 올해 농협은행에서는 7번의 금융사고가 적발됐다. 합산 사고금액 규모는 450억 원이 넘는다.

농협중앙회도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묻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강 회장은 5월 범농협 차원의 내부통제 및 관리책임 강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중대 사고를 낸 계열사 대표의 연임을 제한하겠다”고 말했다.

2012년 농협 신경분리(신용과 경제 사업 분리) 뒤 농협은행장 가운데 처음부터 1년 임기를 받아 행장에 올랐던 이대훈 전 행장을 제외하면 연임 사례가 없다.

농협금융에 따르면 차기 농협은행장은 롱리스트(1차 후보군)나 숏리스트(2차 후보군)를 따로 발표하지 않고 최종 후보자 1인을 바로 공개한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