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컴퍼니 '뉴남양' 이미지 구축 온힘, 남양유업 투자금 회수 기반 만들기

▲ 김승언 남양유업 대표집행임원(가운데 왼쪽)과 채원일 남양유업 전국 대리점협의회 회장(가운데 오른쪽)이 6월27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리점 상생회의에서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남양유업>

[비즈니스포스트]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의 이미지 변신에 공을 들이고 있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시절 쌓인 부정적 이미지를 씻기 위해 남양유업의 경영권을 확보한 뒤 주주환원과 윤리경영 등을 강조하는 행보가 부쩍 눈에 띈다.

한앤컴퍼니는 사모펀드라는 특성상 앞으로 수년 동안 투자금 회수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위해서라도 남양유업의 이미지를 바꿔 실적을 회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13일 남양유업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홍원식 전 회장이 이끌었던 과거와 거리를 두기 위한 한앤컴퍼니의 움직임이 도드라진다.

우선 주주환원을 강조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6월 2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9월 231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10월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주당 액면가액을 기존 5천 원에서 500원으로 낮추는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유통주식 수를 늘려 주가를 부양하자는 취지에서 결정된 일로 여겨진다.

홍 전 회장 체제의 남양유업에서 볼 수 없었던 결정들이다. 

남양유업은 자사주 소각과 액면분할을 결정하며 '경영권 변경에 따른' 책임경영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굳이 경영권 변경을 언급했다는 것은 홍 전 회장 시대와 다른 주주친화적 정책을 통해 ‘새로운 남양유업’이 탄생했음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8월에는 준법경영 조직인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출범하며 윤리경영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도덕적 행보를 통해 남양유업이 외부에서 받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한앤컴퍼니는 ‘대리점주 상생회의’는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매 분기마다 점주 대표들과 상생회의를 개최하며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구축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새 경영진이 부임한 이후에도 해당 제도를 유지한 것은 훼손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은 7월 올해 첫 대리점 상생회의를 열고 새로운 경영진과 대리점주들이 모여 상생방안을 논의했다. 경영권 교체 이후 처음 열린 상생회의에서 대리점을 위한 지원과 복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생안을 발전시키겠다고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9월에는 2차, 10월에는 3차 대리점 상생회의를 개최하며 대리점주와 동반 성장 의지를 꾸준히 드러내고 있다.

이밖에도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을 홍 전 회장 시대와 명확히 구분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남양유업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회사와 전직 임직원에게 내려진 벌금형을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홍원식 전 회장 경영 체제 아래 있던 2021년 4월 자사 발효유 제품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심포지엄을 열었다가 논란을 빚었다”며 “당시 물의를 일으킨 홍 전 회장 및 주요 임직원은 회사를 떠났으며 새로운 경영진은 과거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사회적 물의를 깊이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 경영진과 차별성을 거듭 강조한 셈이다.

한앤컴퍼니가 이런 행보를 보이는 것은 사모펀드의 주된 목적인 투자금 회수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투자금융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한앤컴퍼니는 1월 남양유업 지분 52.63%를 3107억 원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조만간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전략에 점차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투자금 회수의 대표적인 방안은 배당 확대다. 하지만 남양유업의 실적부터 개선해야만 배당을 늘릴 여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은 2012년 최고 실적을 기록했지만 이후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당시 실적은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3650억 원, 영업이익 637억 원이었다.

하지만 이른바 영업사원의 대리점주 갑질 사태 이후 남양유업은 불매운동 기업으로 낙인찍혀 10여 년 동안 실적이 꾸준히 악화했다. 2023년 실적은 연결기준으로 매출 9968억 원, 영업손실 724억 원을 기록했다. 2012년보다 매출은 27.0%, 영엽손익은 1300억 원 이상 줄었다.
 
한앤컴퍼니 '뉴남양' 이미지 구축 온힘, 남양유업 투자금 회수 기반 만들기

▲ 서울 영등포구 백미당 타임스퀘어점. <남양유업>


경영권이 바뀐 올해 성적도 좋은 편은 아니다. 남양유업은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4787억 원, 영업손실 23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4.7% 감소했으며 적자폭은 10억 원가량 늘었다.

남양유업이 올해도 연간 영업손실을 낸다면 2020년부터 5년 연속으로 적자 수렁에 빠지게 된다.

한앤컴퍼니는 기업의 이미지 개선 노력과 별개로 사업 재편을 통한 투자금 회수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은 10월 말 이사회를 열고 커피, 아이스크림 등을 판매하는 전문 브랜드 백미당을 별도 자회사 '백미당아이앤씨'로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2014년 신사업으로 해당 브랜드를 출범한 지 10년 만의 일이다.

한앤컴퍼니는 법인 분리를 통해 남양유업을 주력 사업인 우유·분유 부문에 집중하도록 하고 백미당은 외식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독립적 성장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한앤컴퍼니가 백미당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한 결정을 두고 매각을 위한 투자금 회수 전략의 하나일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백미당은 남양유업이라는 브랜드의 노출 없이 운영되면서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아이스크림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구체적으로 수치를 밝히기 어렵지만 백미당의 매출이 성장세에 있다고 남양유업 관계자도 말한 바 있다.

이른바 알짜사업부라는 것인데 이를 별도법인으로 분류한 뒤 매물가치를 높여 시장에서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