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가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의 인도 SUV 제품들. <현대자동차>
25일 자동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는 내년 1월 인도에서 현지 생산한 크레타 EV를 시작으로 총 4개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해 전동화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는 인도 전기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다는 계획이다.
인도자동차공업협회(SIAM)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자동차 판매량은 518만6624대로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자동차 시장으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정부 주도의 강력한 전동화 전환 정책까지 더해졌다.
인도 전기차 시장은 아직 절대적 판매량은 적지만, 정부의 강력한 전기차 전환 정책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의 ‘인도 전기차(EV) 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5천 대 수준에 불과했던 인도 전기차 판매량은 2021년 1만5천 대, 2022년 4만8천 대, 지난해 9만 대로 매년 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인도 전기차 시장이 2032년까지 연평균 22.4% 성장해 1177억8천만 달러(약 163조4197억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회사가 인도 증시에 입성한 지난 22일(현지시각) “인도 전기차 시장은 아직 작지만 향후에는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카 인디아는 현대차가 출시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크레타 EV 외에도 3종의 새로운 현지 맞춤형 전기차를 출시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크레타 EV 외 새로운 전기차 3종은 인스터 EV, 그랜드 i10 니오스 EV, 베뉴 EV 등이다.
출시 예정인 전기차 4종 가운데 ‘가장 저렴한 전기차’ 포지션을 맡을 인스터 EV를 제외하면 나머지 전기차는 모두 인도 소비자 취향을 적극 반영한 ‘현지 전략 모델’이다.
▲ 현대자동차 크레타. <현대자동차 인도법인 홈페이지 갈무리>
현대차는 유럽, 중국, 북미, 남미, 아시아 등 다양한 시장에 현지 맞춤형 전략 모델을 투입해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크레타 EV의 기존 모델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는 철저하게 인도 맞춤형 상품으로 개발됐다. △대가족 문화를 반영한 넓은 뒷좌석 공간 △열악한 도로 상황을 고려해 높인 최저 지상고 △실내 공기청정기 등이 적용됐다.
이 같은 전략에 힘입어 크레타는 2015년 7월 출시된 뒤 3개월 연속으로 인도 전체 SUV 가운데 월간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출시 첫해에만 4만888대가 팔려 ‘2016 인도 올해의 차(ICOTY)’로 선정되기도 했다.
▲ 현대자동차 그랜드 i10 니오스. <현대자동차 인도법인 홈페이지 갈무리>
쌍트로는 현대차의 첫 인도 전략 차종이자 ‘국민 경차’로 불리며 회사가 인도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하는 데 원동력이 됐다.
i10은 2007년에 쌍트로 후속으로 인도 시장에서 첫 출시됐다. 쌍트로의 후광을 입으며 출시되자마자 ‘2008 인도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현대차 인도 공장에서 생산되는 i10은 인도 시장에서 크레타, 베뉴와 함께 현지 인기 모델이다. 현 모델은 2019년에 선보인 3세대로, 인도에서는 ‘그랜드 i10 니오스(Grand i10 NIOS)’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i10의 세단형 파생 모델인 아우라(Aura)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차 인도판매법인(HMIL)에 따르면 그랜드 i10 니오스는 최근 인도 시장에서 누적 40만 대 판매를 돌파했다. 지난 2019년 그랜드 i10 후속 모델로 출시된 이후 약 5년 동안 꾸준하게 연평균 판매량 8만 대를 나타내는 등 높은 인기를 얻었다.
베뉴는 2019년 4월 미국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처음 공개된 현대차의 글로벌 현지화 전략 차종이다. 지역마다 조금씩 사양이 다르며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글로벌 엔트리 SUV’로 개발됐다.
▲ 현대자동차 베뉴. <현대자동차 인도법인 홈페이지 갈무리>
인도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차량 보호를 위해 차체가 높은 SUV를 선호하는데, 도로 폭이 좁은 사정을 반영해 대형 SUV보다는 날렵하게 움직일 수 있는 소형 모델이 더 잘 팔린다. 국내에선 연간 판매량 1만 대가 안 될 정도로 판매 부진을 겪는 베뉴는 인도에선 3년간 30만79대가 팔렸다.
베뉴의 현지 판매 가격은 1200만 원~2천만 원 사이다. 현지 전략 맞춤형으로 국내 판매 베뉴보다 동력성능을 줄이고 불필요한 옵션을 빼 가격을 합리화했다.
현대차는 인도 판매 네트워크 거점을 활용해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소를 485개까지 확대하는 한편 기아와 함께 인도 배터리 전문 기업인 엑사이드 에너지와 협력해 전용 전기차 모델에 현지 생산 배터리 탑재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크레타 EV 출시와 함께 인도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전동화 사업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