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현대차 ST1' 일본은 '기아 PV5', PBV 세계시장 선점 시동 걸어

▲ 현대자동차와 이탈리아 이베코가 협력해 개발한 목적기반차량(PBV) 'e무비'. <이베코>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저마다 고유의 전기차 플랫폼을 갖추면서 개화기를 지나고 있는 세계 목적기반차량(PBV)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자사 PBV 모델이 본격 출시되는 가운데 유럽과 일본을 시작으로 세계 PBV 시장 선점에 나선다.

26일 현대차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 상용차 전시회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4'에서 이탈리아의 글로벌 상용차 전문 기업 이베코와 함께 개발한 전기 경상용차 'e무비(eMoovy)'를 최초 공개한 뒤, 곧이어 유럽 판매를 시작했다.

e무비는 현대차의 '배지 엔지니어링'을 적용한 첫 차량으로, 현대차가 지난 4월 출시한 'ST1'과 사실상 같은 모델이다. 배지 엔지니어링은 하나의 모델을 시장 수요에 따라 여러 브랜드로 출시하는 것을 말한다.

현대차는 e무비를 제조하고, 이베코가 현지 맞춤형으로 자사 판매 채널을 통해 유럽에 유통한다.

ST1 출시 당시 현대차 측은 "ST1은 PBV임과 동시에 외부로 생태계가 개방돼 있는 비즈니스 플랫폼"이라며 "ST1을 통해 비즈니스 플랫폼 사업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현대차는 이베코와 협력을 통해 글로벌 PBV 시장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PBV는 기존 운전자 중심의 자동차 개념을 넘어 사용 목적에 초점을 둔 간결한 구조의 이동 수단을 말한다. 차체를 움직이는 하부와 사람 또는 사물을 위한 상부로 나뉘어 상부 설계에 따라 다양하게 용도를 바꿀 수 있다. 이에 유통차량뿐 아니라 카페, 식당, 병원, 숙박, 레저 등의 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 
 
유럽은 '현대차 ST1' 일본은 '기아 PV5', PBV 세계시장 선점 시동 걸어

▲ 현대자동차의 목적기반차량(PBV) ST1 샤시캡 모델로 제작된 애완동물 케어 숍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앞서 미국 GM은 2021년 PBV를 상용화하며 PBV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 뒤 약 3년 동안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평평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기반한 다양한 전기 PBV차 양산을 본격화하면서 최근 글로벌 PBV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PBV용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은 주행 관련 시스템을 모둘화해 차체 하부에 통합한 것을 이른다. 차체 상부의 설계 자유도를 크게 높일 수 있어 PBV 제작에 적합하다.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 CATL은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CIIC를 올 3분기부터 양산하고, 이에 기반한 차량을 생산할 계획을 세웠다. 2020년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e-팔레트를 공개한 일본 도요타는 지난해 '도쿄모빌리티쇼'에서 PBV 콘셉트 모델 '카요이바코'를 선보였다. 

이호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를 기점으로 주요 업체에서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상용화를 진행하고 있어 PBV 시장의 본격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기아는 2030년 세계 PBV 1위 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은 '현대차 ST1' 일본은 '기아 PV5', PBV 세계시장 선점 시동 걸어

▲ 기아가 내년 출시할 목적기반차량(PBV) 'PV5'. <기아>

기아는 내년 브랜드 첫 전용 PBV인 PV5 출시를 시작으로 중형→대형→소형으로 이어지는 PBV 라인업 구축하고, 완전한 맞춤화(비스포크) 제작 등을 뼈대로 하는 단계별 PBV 사업 전략을 펼친다.

2030년 중형 PV5 15만 대, 대형 PV7 10만 대 등 모두 25만 대의 PBV를 글로벌시장에 판매해 20% 수준의 점유율을 가져가는 것이 목표다.

글로벌 PBV 시장 진출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기아는 최근 PBV를 앞세워 일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발표했다. 

회사는 일본 종합상사인 소지츠와 함께 2026년부터 PV5의 현지 판매를 시작한다.

PBV 시장은 기업고객별 맞춤형으로 설계·생산되는 상용차 시장인 만큼 현대차그룹은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차가 유럽에서 이베코와 손잡은 것처럼 기아는 소지츠와 협력을 통해 일본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판매 볼륨을 더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PV5가 출시되면 곧 유럽 PBV 시장에도 발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현대차 ST1' 일본은 '기아 PV5', PBV 세계시장 선점 시동 걸어

▲ 기아의 목적기반차량(PBV) 'PV1'. <기아>

기아 역시 이달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4에서 PV5 등 PBV 콘셉트 모델을 유럽 최초로 선보였다.

앞서 지난 6월 송호성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기아 주요 경영진은 독일 베를린에서 '2024 범유럽 딜러대회'를 열고 PBV 시장을 집중 공략해 오는 2028년 유럽 점유율 5%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공유했다.

작년 7월엔 기아 유럽법인 PBV 비즈니스 총괄 책임자로 피에르 마르탱 보 상무를 영입했다. 마르탱 보 상무는 이탈리아 피아트그룹에서 B2B 사업 담당을 시작으로 스텔란티스 산하 여러 브랜드에서 글로벌 전역의 상용차 판매, 마케팅, 고객사 관리, 사업 총괄을 두루 거친 PBV 비즈니스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송 사장은 지난 1월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 2024에서 PBV 사업에 뛰어든 배경과 목표를 설명하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기아는 오랜 기간 군용차를 만들어왔는데 군용차는 모두 개조된 차인 만큼 기아의 PBV 사업 경력은 30년에 달한다"며 "기아는 PBV에 득도한 회사"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