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양유업이 보건복지부와 11일 돌봄 취약계층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이미지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승언 남양유업 사장,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남양유업>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는 1월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에게서 남양유업의 경영권을 넘겨받는데 성공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잡음이 나오고 있다.
남양유업을 향한 부정적 이미지를 회복하고 실적 개선을 이루기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남양유업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올해 하반기에도 기업 이미지를 개선해 실적 반등의 토대를 닦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경영권이 인수된 지 8개월이 지났음에도 한앤컴퍼니와 홍 전 회장 사이의 법적 분쟁이 지속되며 기업 내외부적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남양유업의 대외적 이미지 회복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
현재 남양유업과 홍 전 회장은 고가 미술품에 대한 소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남양유업은 13일 홍 전 회장으로부터 미술품을 인도받기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회사 차원에서 구매한 작품 3점의 명의가 구매 직후 홍 전 회장으로 이전됐다고 남양유업은 주장하고 있다.
그밖에도 다양한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남양유업은 8월2일 홍 전 회장과 전직 임직원 3명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횡령 혐의를 받은 금액은 약 200억 원이다.
홍 전 회장은 5월 남양유업을 상대로 444억 원 규모의 퇴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남양유업은 경영진 교체 이후 새로운 기업 이미지 구축과 실적 회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이전 오너 일가와의 법적분쟁이 지속되며 부정적 이미지가 고착화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실적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남양유업은 1월 경영진 교체 이후에도 실적이 개선되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남양유업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4787억 원, 영업손실 23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4.7% 감소했으며 적자폭은 10억 원가량 늘어났다.
남양유업은 대리점을 대상으로 한 ‘갑질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인 2012년 최고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남양유업은 2012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3650억 원, 영업이익 637억 원을 냈다.
이후 10여 년 동안의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남양유업은 2023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9968억 원, 영업손실 724억 원을 기록했다. 11년 만에 매출은 27.0%, 영업손익은 1300억 원 이상 감소하며 외형도 줄었고 내실도 망가졌다.
남양유업은 이미지 쇄신을 위한 활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데다 저출산 등으로 유제품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기업 이미지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과 한앤컴퍼니 사이의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홍 전 회장이 2021년 10월21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종합감사에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남양유업은 9일 이사회를 열고 231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과 액면분할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경영진의 주주가치 제고 의지 및 책임경영을 보여주기 위한 움직임으로 읽힌다.
10일에는 복지부와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사회공헌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8월28일 준법경영 조직인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출범하며 윤리경영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도덕적 행보를 강화하며 남양유업에 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다만 남양유업에 붙은 ‘나쁜 기업’이라는 오명을 완전히 씻어내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시선이 여전히 많다. 오너리스크에서는 벗어났으나 한 번 각인된 기업 이미지를 떨쳐내기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상품 강매 사건으로 비도덕적 기업이라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해당 사건은 남양유업의 영업사원이 대리점 점주에게 욕설과 상품을 강매하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되며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당시 소비자들은 대대적으로 남양유업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기업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이후에도 오너일가를 중심으로 지속적 논란은 이어졌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기업 이미지 역시 여전히 부정적인 상태다.
2019년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며 2021년 홍 전 회장의 장남인 홍진석 상무가 회사 자금으로 고가의 외제차를 리스하는 등 횡령 의혹으로 직책에서 해임되기도 했다.
홍 전 회장은 소비자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2021년 대국민 사과를 통해 회장직 사퇴와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이와 함께 경영권을 포함한 오너 일가 지분 전체를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홍 전 회장은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를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경영권을 행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며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2024년 1월 한앤컴퍼니가 경영권을 모두 가져오며 60년 오너 경영은 막을 내리게 됐으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남양유업에 대한 불신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남양유업은 기업 이미지 개선과 더불어 수익성 중심의 경영 환경 마련 등 경영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분유, 발효유, 가공유 등 수익성 중심 포트폴리오 재편 및 단백질, 건기식 등 신제품 시장 확보, B2B와 수출 물량 확대 등을 추진하며 실적 개선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