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이사가 해외시장으로 사업을 넓히는 과정에서 유망 중소기업과 협력기반을 더욱 단단히 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한류 문화 확산 덕분에 해외시장 진출에 좋은 여건이 조성된 만큼 '싸지만 품질 좋은 브랜드'를 아우르는 플랫폼이라는 점을 앞세워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CJ올리브영 ‘중소 브랜드’ 손잡고 해외 공략, 이선정 ‘시장’과 ‘이미지’ 한 손에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이사(왼쪽)가 해외시장으로 사업을 넓히는 과정에서 유망 중소기업과 협력기반을 더욱 단단히 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은 이 대표가 24일 서울 용산구 올리브영 본사에서 열린 K-화장품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 및 업계 간담회에서 업무협약서에 서명한 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오른쪽)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5일 CJ올리브영에 따르면 국내 중소 뷰티 브랜드들과 연합전선을 이루며 해외시장 진출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CJ올리브영의 역직구 플랫폼 ‘올리브영 글로벌몰’에서 중소 뷰티 브랜드와 구축한 협력체계의 성과가 눈에 띈다.

올리브영 글로벌몰에서는 세계 150여 개 나라에서 한국 화장품을 주문할 수 있다.   

CJ올리브영은 올리브영 글로벌몰을 통해 유망 중소 브랜드의 해외 판로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K-뷰티 큐레이션 서비스인 ‘뷰티박스’를 새롭게 출시해 80개 중소기업 브랜드의 상품을 모은 체험형 상품을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역직구몰과 글로벌 컨벤션 행사 등을 통해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를 해외시장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25년 동안 국내에서 중소기업 브랜드 위주로 성장해 온 만큼 중소기업과 상생해 해외시장 진출에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CJ올리브영은 다방면으로 중소기업들을 향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초 K-뷰티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3년 동안 3천억 원가량을 투입하는 상생경영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을 줄여주는 상생펀드를 조성하고 K-뷰티 생태계 전반에 투자도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 개설한 기업 공식 홈페이지에도 중소기업을 위한 ‘종합 정보 플랫폼’ 기능을 담는 데 비중을 실었다. 기업 홈페이지의 산업지원정보 카테고리를 보면 중소기업이 응모할 수 있는 각종 정부지원사업의 정보를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다. 

CJ올리브영이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하면서 최대 강점인 플랫폼 역량을 십분 발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수의 우수 브랜드와 제품을 한 데 모아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플랫폼 역량은 CJ올리브영의 여러 강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실제 중소기업 브랜드와 제품들은 소비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CJ올리브영이 지난 달 진행한 ‘올영세일’의 판매 통계를 보면 세일 기간 인기상품 10위 안에 든 상품들이 모두 중소기업 브랜드였다.

지난해 기준으로 올리브영에서 연 매출 100억 원 이상 브랜드의 51%는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이기도 했다. 매출 상위 10대 브랜드 가운데 7곳도 신진·중소 브랜드였다.

이선정 대표도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해온 CJ올리브영의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표는 24일 CJ올리브영 본사에서 열린 'K-화장품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 및 업계 간담회"에서 "올리브영 매출의 80% 이상이 중소기업 제품에서 발생된다"며 "중소 브랜드사의 끊임없는 도전과 올리브영 같은 채널의 도전이 만나 함께 성장하며 세계를 대표하는 뷰티 생태계를 만들어 온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CJ올리브영 '명동타운점' 외국인 특화 매장으로 재단장, 3개 외국어 서비스

▲ CJ올리브영이 국내에 운영하는 글로벌 특화 매장은 국내에 여행 온 외국 관광객들이 귀국한 뒤 올리브영 글로벌 몰을 통해 K-뷰티 제품 재구매를 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CJ올리브영의 글로벌 특화 매장 '올리브영 명동 타운'에서 외국인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 CJ올리브영 >

CJ올리브영에게 해외시장은 새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에 1339개 매장을 운영하며 핼스앤뷰티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롭스'나 GS리테일의 ‘랄라블라’ 등 국내 브랜드는 물론 세계 최대 편집숍인 세포라도 올리브영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모두 철수했다. 

하지만 국내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점차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어 국내 시장의 성과에만 안주하면 앞으로 성장성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중소기업과 상생경영을 강조하는 데는 이런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국내 헬스앤뷰티(H&B) 시장의 강자로서 지위를 남용할 수 있다는 의혹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점도 의식하고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시장지배력을 앞세워 납품업체들을 압박해 경쟁회사로 정상적 상품공급을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아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았다.

당시 과징금 처분이 최대 6천억 원에 이를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결론이 유보된 채 심의절차가 종료됨으로써 과징금 18억9600만 원을 부과받았다.

다만 무혐의로 결론 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CJ올리브영으로서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긴장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중소기업과 상생을 계속 강조하는 것 역시 이런 배경들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