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신선식품 새벽배송 기업 오아시스가 11번가 인수 카드를 만지작하고 있다.

오아시스 창업자이자 오아시스의 모회사인 지어소프트를 이끌고 있는 김영준 의장이 11번가 인수에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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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아시스가 11번가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사진은 오아시스 창업자인 김영준 지어소프트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


오아시스가 11번가를 인수하더라도 시너지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많음에도 김 의장이 인수 의향을 내비친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현재 11번가 보유 지분을 매각하려는 사모펀드 측에 인수의향서를 보냈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오아시스는 지분 교환 등의 방법을 통해 11번가를 인수하는 방법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모펀드는 당장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오아시스의 제안 수용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1번가 매각과 관련해 오아시스가 후보군에 오른 것만으로도 이례적인 일이라고 이커머스 업계는 보고 있다.

오아시스는 안정적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사세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일으키거나 매출을 키우기 위해 신선식품 이외의 사업 분야로 손을 뻗는 경우도 드물었다.

오아시스는 그 흔한 마케팅도 잘 하지 않는다. 오아시스가 지난해 지출한 광고선전비는 모두 39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0.8%에 불과했다. 이전에도 오아시스의 광고선전비 지출 비중은 0.3~0.4% 정도에 그쳤다.

이런 오아시스가 ‘1세대 이커머스’의 대표주자 가운데 하나인 11번가 인수와 관련해 몸을 움직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업계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셈이다.

오아시스는 새벽배송 시장의 유일한 흑자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유명세와 비교해 몸집은 크지 않다. 지난해 낸 연매출이 아직 5천억 원에도 미치지 않는다. 이커머스 업계의 작은 플랫폼인 셈이다.

반면 11번가는 오아시스보다 몸집이 크다. 지난해 매출 8655억 원을 냈다.

외형뿐 아니라 인지도에서도 11번가가 앞선다. 11번가를 이용하는 사용자 수가 쿠팡에 이어 2위라는 소비자 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11번가가 오아시스와 지분 매각을 놓고 협상을 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11번가를 찾는 매수자를 찾기 힘들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11번가는 지난해 말 위메프와 티몬, 인터파크커머스 등을 거느린 큐텐과도 지분 매각 협상을 했지만 틀어지면서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김영준 지어소프트 대표이사 의지에 따라 오아시스의 11번가 인수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김 대표는 오아시스의 창업주이자 오아시스 모회사인 지어소프트의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이다.

김 의장은 최근 한 매체에 “장기적으로 오아시스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판단해 인수 추진을 결정했다”며 11번가 인수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오아시스의 11번가 인수를 놓고 의아하다는 반응도 내놓고 있다.

오아시스는 신선식품 배송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11번가는 오픈마켓 중심의 생태계를 가진 플랫폼이다.

온라인 상거래, 즉 이커머스라는 영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세부적으로 봤을 때 아예 다른 사업을 하는 회사라는 의미다.

신선식품 중심의 사업에서 오픈마켓 영역으로 사업을 펼치는 것은 오아시스 입장에서 완전히 다른 사업 분야로 진출하는 셈이라고도 볼 수 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사업 다각화에 첫 발을 떼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만큼 큰 위험부담만 질 수 있다.

오픈마켓 사업을 하는 회사들의 상황도 썩 좋지 않다. 11번가는 이미 수년 째 적자를 보고 있으며 오픈마켓의 절대강자로 여겨졌던 G마켓 역시 부진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물론 11번가는 최근 몇 달 연속으로 오픈마켓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매각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수치를 좋게 만들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업계 관측도 나온다.

김영준 의장이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그가 그럼에도 오아시스를 통해 11번가 인수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아시스의 절대적 한계로 꼽혔던 것은 바로 회사의 외형이다. 흑자 플랫폼이라고는 하지만 연매출 5천억 원에 영업이익 100억 원 남짓한 실적으로는 회사의 가파른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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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아시스가 11번가 인수로 얻을 것이 많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김영준 의장은 긍정적 지점을 바라보고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다. <오아시스>


오아시스가 지난해 초 상장 문턱에서 발길을 돌렸던 이유 가운데를 바로 오아시스의 매출 규모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데서 찾는 사람들도 있었다. 

11번가를 품게 되면 이런 약점을 한 번에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은 김 의장에게 매력적인 지점으로 다가왔을 가능성이 높다.

오아시스와 11번가의 매출을 단순 합산하면 연매출 1조3천억 원대의 회사로 거듭날 수 있다. 연매출 5천억 원대의 회사를 상장하는 것과 1조3천억 원대의 회사를 상장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11번가는 올해 3~4월 두 달 연속으로 오픈마켓 사업에서 흑자를 달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기조를 이어갈 수만 있다면 오아시스가 11번가 인수로 외형 확장과 영업이익 규모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김 의장이 당장 큰 돈을 들여야 한다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오아시스는 현재 11번가를 매각하는 측에 오아시스 주식과 관계사인 루트의 주식을 11번가 주식과 맞바꾸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루트는 지어소프트와 김영준 의장이 지분 86.4%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 제안을 11번가 매각 측이 수용할 지는 미지수지만 만약 김 의장의 바람대로 협상이 진행된다면 돈 한 푼을 들이지 않고도 11번가를 인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