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샘 올트먼 오픈AI CEO(왼쪽)가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회의에 참석해 애플의 서비스 부문 수석 부사장 에디 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공개는 체급이 커진 챗GPT 운영에 필요한 자금 통로가 될 수 있다. 다만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의 투자 이력이 기업공개 성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16일 외신을 종합하면 오픈AI가 인력 수혈과 애플이라는 대형 고객사 확보를 바탕으로 기업공개를 추진할 동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전문지 배런스는 오픈AI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새로 선임한 것을 두고 IPO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고 짚었다.
신임 CFO에 오른 사라 프라이어가 미국판 당근마켓인 ‘넥스트도어’ 및 결제 플랫폼 스퀘어를 상장시켜 기업 가치를 크게 끌어올렸던 인물이라는 점이 이런 분석의 근거로 꼽힌다.
기업 인사 전문업체인 SB서치 파트너스의 설립자 조쉬 배스킨스는 “오픈AI가 새 CFO를 데려온 이유는 기업 공개를 앞두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애플에 챗GPT를 제공해 향후 막대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오픈AI는 2024년에 전년도의 2배 이상인 34억 달러(약 4조6730억 원)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부터 큰 매출 성장폭이 유력한 상황에서 애플과 협업으로 추가 수익원을 확보한 셈이라 상장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애플로부터 챗GTP 사용료를 직접 받는 계약은 아니지만 오픈AI로서는 유료 구독자 증가 효과를 노릴 수 있다.
경제 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애플의 인공지능(AI) 발표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건 오픈AI와 샘 올트먼”이라고 보도했다.
오픈AI에게 기업공개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챗GPT 운영과 인공지능 반도체 확보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외부 투자를 통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샘 올트먼은 2023년 6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한 강연 당시만 해도 기업공개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 3월21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을 앞둔 레딧의 기업 로고가 화면에 띄워져 있다. 샘 올트먼은 레딧의 3대 주주다. <연합뉴스>
영리활동에 무게를 두는 인사들이 오픈AI 경영을 주도해 비영리 목적으로 짜 둔 기업 지배구조를 바꿔낼 가능성도 있다. 챗GPT 상용화에 반대 입장을 펴던 일리야 수츠케버 등은 최근 사임 의사를 밝혔다.
다만 IPO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로는 의외로 샘 올트먼의 개인 이력이 꼽힌다.
샘 올트먼이 다른 업체에 대거 투자를 하고 있으며 자신이 투자한 기업들과 오픈AI 사이 거래에 적극적인 점이 오픈AI 기업공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트먼이 3대 주주로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기업 레딧이 5월16일 오픈AI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6천만 달러(약 824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계약을 발표한 직후 레딧 주가는 11% 이상 급등했는데 올트먼이 보유한 주식 가치도 따라 오르는 구조다. 올트먼이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한 원자력 에너지 기업인 헬리온 에너지도 오픈AI에 전력을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는 잠재적으로 이해충돌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올트먼이 자신의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오픈AI와 다른 투자 기업들 사이에 계약을 맺는다는 의심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샘 올트먼의 투자 현황을 다룬 기사를 통해 “상장 기업 이사회는 일반적으로 경영진이 외부 벤처에 큰 지분을 보유하는 것을 금지한다”라고 지적했다.
샘 올트먼의 개인 투자 내역이 상장기업 경영진으로서는 부적절할 수 있다는 비판으로 풀이된다.
결국 오픈AI가 애플과 계약을 계기로 기업공개까지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샘 올트먼 개인 투자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투자사와 오픈AI 사이 거래에도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트먼이 투자한 다수 스타트업들이 오픈AI와 거래하고 있다”라며 “오픈AI와 다른 투자기업 사이 누구의 이익을 우선시할 지 잠재적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