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사진)가 31일 서울시 중구에 있는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하이브측 인사들이 어도어 이사회에 대거 합류한 점을 의식한 행보라는 시각이 나온다. 하이브가 사실상 어도어 이사회를 장악한 만큼 어도어 이사회에서 자신이 대표를 맡기 힘든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민 대표는 31일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사업적 비전을 위해 다 같이 가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며 “모두를 위해서 어떤 결정을 해야하는 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이브와 어도어가 화합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그래서 감정적 부분들은 다 내려놓고 이제 모두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는 부분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라며 “그게 경영자의 마인드고 인간적 도리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민 대표는 뉴진스의 성과도 강조했다.
민 대표는 “일반적으로 남자 아이돌의 수익성이 높은데 뉴진스는 2년 만에 남자 아이돌 5년~7년치 성과를 냈다”며 “경영인으로서 보여야 하는 자세는 숫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경영 능력을 충분히 보유한 만큼 어도어 대표이사를 계속 맡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꺼낸 발언으로 보인다.
민 대표는 하이브와 화해하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을 기자회견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해 발언했다. 실제로 하이브에 화해의 신호를 보낸다고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민 대표가 하이브와 화해하자고 먼저 말을 꺼낸 것은 다소 뜻밖이다.
민 대표는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하이브와 경영권 탈취 논란을 두고 심하게 대립했다. 사적 대화라고 주장하는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으며 이 과정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하이브를 향한 막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이브와 어도어 모두 하나의 사건을 두고 정 반대의 시각에서 입장문을 연달아 발표하는 등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민 대표가 갑자기 입장을 선회한 데는 자신의 달라진 처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 대표는 어도어가 이날 연 임시 주주총회 결과 사실상 고립됐다. 하이브가 민 대표를 제외한 기존 사내이사 2명 해임 안건과 새 사내이사 3명 선임 안건에 모두 찬성하면서 하이브가 사실상 이사회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어도어 이사회는 하이브측 사내이사 3명과 민 대표 등 4명으로 구성됐다.
새로 어도어 이사회에 합류한 인물은 김주영 하이브 최고인사책임자(CHRO)와 이재상 최고전략책임자(CSO), 이경준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다. 일반적으로 이사회에서 과반수 이사의 출석과 출석이사 과반수의 동의가 있다면 대표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
사실상 하이브가 원한다면 어도어 이사회를 소집해 대표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대표이사를 유지하려면 앞으로 하이브와 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크다고 판단했을 수밖에 없다.
물론 하이브와 민 대표 사이에 주주간 계약에 따라 5년 동안 하이브는 민 대표가 대표이사로 재임할 수 있도록 해야하고 하이브가 선임한 이사들로 하여금 이사회에서 민 대표가 대표이사가 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각각의 이사들 개인이 민 대표의 해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하면 이를 법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는 법조계 시각도 있다.
실제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 대표의 법정대리인인 이수균 법무법인세종 변호사도 “이사들의 의결권을 법적으로 제한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누구를 위한 분쟁인지도 모르겠고, 무얼 얻기 위한 분쟁인지 모르겠다"며 "법적으로도 어도어에 대한 배임이 아니라고 한 상황에서 이런 부분이 더 건설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며 사실상 하이브와 논란을 수습하자는 뜻을 보였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