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1분기 하이테크 매출 감소로 실적이 둔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약 27조 원의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꾸준한 수익을 거둬 실적 개선을 이루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실적 오름세를 유지하기 위해 양질의 신규 수주에도 매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 1분기 매출 늘어도 영업이익 감소 추정, 오세철 양질의 수주 매진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이 15일 서울 강동구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16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2024년 1분기에 삼성물산은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매출은 늘고 영업이익은 줄어든 실적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15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1분기 매출 4조7660억 원, 영업이익 2400억 원을 거둔 것으로 추정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7.8% 감소한 것이다.

백 연구원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원인으로 삼성물산 하이테크 사업부의 매출 감소를 꼽았다.

다만 삼성물산 하이테크 사업부의 매출 감소에 따른 부진은 길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4년 1분기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물산이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하이테크 사업부로 분류되는 미국 테일러 반도체공장 신축공사의 계약잔액은 12월 말 기준 3조4412억 원이다. 이 공사는 2024년 4월 완공이 예정돼 있어 계약잔액이 실적에 반영된다면 하이테크 사업부의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로부터 9조 원 상당의 보조금을 받은 삼성전자가 15일 400억 달러(약 55조 원) 규모의 미국 텍사스 신규 반도체공장 투자 계획을 공시한 것도 삼성물산 하이테크 사업부의 실적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여겨진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사이의 공장 건설 계약이 이뤄지기까지 실제 수주잔고나 매출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른 하이테크 부문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른 시일 안으로 계약이 진행될 가능성도 떠오른다.

하이테크 사업부는 미국 테일러 반도체공장 외에도 평택 반도체공장,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풍부한 예상 수주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물산은 2023년 12월 기준으로 26조9759억 원에 이르는 수주잔고를 통해 견조한 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삼성물산이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한 배경이 된 2022년 말 기준 수주잔고 27조5955억 원과 비교하면 2.3% 정도 줄기는 했으나 여전히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주택 사업 부문 실적이 기대를 받는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2023년 주택사업의 수주총액과 수주잔고는 각각 9조6178억 원, 6조1242억 원이었다. 이는 2022년과 비교해 수주총액은 19.6%, 수주잔고는 12.1% 늘어난 것이다.
 
삼성물산 1분기 매출 늘어도 영업이익 감소 추정, 오세철 양질의 수주 매진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오른쪽 두 번째)이 2월28일 경기 성남 네이버 1784 사옥에서 업무협약을 맺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 정책 대표, 오 사장,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 <네이버>


삼성물산은 이 가운데 부산 동래구 래미안 포레스티지, 서울 동대문구 래미안 라그란데,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 등 3곳을 올해 안으로 완공하겠단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23년 12월 기준 세 사업장의 계약잔액 합계만 9954억 원에 이른다. 

오 사장은 올해에도 적극적으로 도시정비 사업 수주를 시도하는 등 주택사업 실적 개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은 2024년 시공권 확보 목표로 지난해보다 2조1천억 원 늘어난 3조4천억 원을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위해 삼성물산은 지난해 수도·배관을 바깥벽으로 옮겨 욕실과 주방 위치까지 변경이 가능할 정도로 구조 변경의 자유를 부여한 ‘넥스트홈’과 함께 홈플랫폼 브랜드인 ‘홈닉’을 공개하는 등 삼성물산이 보유한 주택사업 경쟁력을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 사업 수주와 관련해 “삼성물산은 입지나 사업조건 같은 것을 신경을 쓰면서 도시정비 사업을 수주하고 있다”며 “여의도 대교 아파트를 포함해 한남, 압구정, 성수 등 앞으로 뜨거워질 도시정비 사업 지역들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해외건설 부문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신규 추가 수주가 예상돼 향후 실적 개선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리야드 메트로 공사, 타나집 친환경 발전소 프로젝트, 네옴시티 스파인 터널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세 사업의 수주잔고는 모두 합쳐 8976억 원으로 이 가운데 리야드 메트로 공사(수주잔고 1220억 원)은 30일 완공이 예정됐다.

아울러 이슬람 금식 기간인 라마단이 끝난 만큼 사우디 네옴시티 관련 신규 수주 계약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네이버와 업무협약을 맺는 등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등 스마트시티 사업에 도전하기 위한 역량을 다지고 있다. 2월28일 네이버클라우드·네이버랩스와 국내 및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홈·빌딩 솔루션 협업 및 건설 혁신 정보통신기술(ICT)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백 연구원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2024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0조2830억 원, 영업이익 1조660억 원을 거두며 역대 최고 실적을 갱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3년과 비교해 매출은 5%, 영업이익은 3% 늘어나는 것이다.

분기별 매출을 살펴보면 1분기 4조7660억 원, 2분기 4조9080억 원, 3분기 5조3700억 원, 4분기 5조2390억 원이다. 분기별 영업이익은 1분기 2400억 원, 2분기 2830억 원, 3분기 3080억 원, 4분기 2350억 원으로 예상됐다.

다만 이란과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중동전쟁 위기감이 고조된 점은 삼성물산 실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다. 중동지역 매출 저하, 고유가에 따른 공사비 인상 등이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는 시선이 존재한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