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서울 아파트값은 하락하고 있지만 전세가격은 봄 이사철과 맞물려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에 부과된 실거주 의무가 3년으로 완화되며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이나 전세값 상승을 막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서울시 입주물량이 줄고 아파트값 하락이 예상되면서 전세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서울 집값은 떨어지는데 전세값은 고공행진, 실거주의무 유예 효과 '글쎄'

▲ 서울 아파트값이 내리고 있지만 공급부족과 수요증가에 따라 전세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지역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4일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열 달 가까이 오르고 있는 반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3개월 연속 하락세로 엇갈리는 모습을 보인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2023년 5월 넷째 주 오름세로 바뀐 뒤 2월 셋째 주까지 41주 연속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매매가격은 지난해 12월 첫째 주 이후 13주째 내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매매 관망세가 전세 수요로 전환되는 등 전세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주여건 양호하고 역세권 단지 위주로 임차문의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며 “신축 및 수리상태 양호한 매물 위주로 상승거래가 발생하며 전세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전세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서울시 입주물량이 감소하고 있고 주택 수요자들은 아파트값 하락을 기대하고 있어 매수·매도 희망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2월 주택시장 리뷰 보고서를 통해 “아파트 선호 현상과 입주물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시는 3일 25개 자치구와 부동산R114 등 관계기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입주물량이 3만8천 세대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11월14일 예상했던 2만5천 세대와 비교해 1만2천 세대가 늘어난 것이다.

2025년 1월로 예정됐던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주공, 1만2천 세대) 입주시기가 올해 11월로 당겨진 영향이다. 결국 시점의 차이일뿐 절대적으로 물량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현재 인허가 물량 등을 고려하면 2025년 서울 입주물량은 2만 세대를 밑돌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서울시 주택 인허가는 2021년 말 8만3260세대에서 2022년 말 4만2724세대, 2023년 말 2만5567세대로 급감했다.

2024~2025년 각각 입주물량은 2만5천 세대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이는 지난 10년(2012년~2022년) 서울시 연평균 입주물량을 밑도는 규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12년~2022년 서울시 연평균 입주물량은 3만2387세대로 집계됐다. 2018년 3만7591세대, 2019년 4만9241세대, 2020년 4만9728세대로 늘다가 2021년 3만3517세대, 2022년 2만4192세대로 감소했다.

더욱이 입주물량 대부분이 정비사업으로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조합원 물량을 뺀 일반분양 물량이 적어 전세매물은 더욱 귀해질 것이란 관측도 떠오른다.

이에 서울 전세 갱신계약 비중도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R114 조사자료를 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전세 갱신 비중은 32.4%로 2023년 12월 27.3%와 비교해 5.1%포인트 높아졌다. 

전세 갱신계약은 또한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면 전세가격 인상률을 5% 이내로 낮출 수 있다. 집주인과 협의에 따라 신규 전세보다 싸게 재계약을 할 수도 있어 전세가격 상승기에 신규 전세의 대안으로 고려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를 3년 동안 유예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이 지난 2월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전세값이 안정될 것이란 시선도 나온다. 

주택법 개정안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실거주 의무 시작 시점은 ‘최초 입주 가능일’에서 ‘최초 입주 후 3년 이내’로 완화됐다. 실거주 의무제도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면 2~5년 동안 직접 거주해야 한다는 규정으로 갭투기를 막겠다는 취지로 2021년 도입됐다.
 
서울 집값은 떨어지는데 전세값은 고공행진, 실거주의무 유예 효과 '글쎄'

▲ 사진은 e편한세상 고덕 어반브릿지 조감도. < DL이앤씨 >


주택법 개정안 통과에 따라 전국 77곳 4만9766세대가 혜택을 보게 됐다. 아파트 입주자들이 실거주 전 3년 동안은 전세를 놓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실거주 의무 제도가 완화되면서 실제 서울 일부 수혜 단지 위주로 전세물량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부동산 빅테이터 기업 아실에 따르면 ‘e편한세상 고덕 어반브릿지’(2월 입주, 593세대) 전세 매물은 44건으로 1개 월 전 8건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전세가격을 보면 전용면적 84㎡이 전세 6억~6억5천만 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이곳과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상일동 대장아파트로 꼽히는 고덕 아르테온에서 같은 면적이 지난 2월 7억3500만~8억 원에 전세 계약이 갱신된 점을 고려하면 어반브릿지 전세 가격이 조금 더 낮은 것이다. 

올해 6월 강동구 길동에 위치한 강동헤리티지자이(1299세대)를 시작으로 은평구 역촌동 ‘센트리움아스테리온시그니처’(11월, 752세대),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11월, 1만2032세대) 등 실거주 의무 완화 단지들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부동산업계관계자는 “올림픽파크포레온의 경우 입주물량의 3분의 1 수준인 4천여 세대가 전월세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실거주 의무 규제 완화가 적용된 단지의 입주가 시작되더라도 전세값이 꺾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세 수요가 높은 만큼 일부 단지만 영향을 받을 뿐 서울 전체적으로는 전세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전세 매물은 3만1882건으로 한 달 전(3만4702건), 두 달 전(3만5319건)에서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윤지해 부동산R114 연구원은 “서울에서 재건축이나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가 지속해 나올 것이고 절대적 주택 공급량이 줄어 전세가격이 하락할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