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둘러싼 기대가 예년보다 훨씬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상 후보로 꼽히는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와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을 둘러싸고 두 게임 모두 대상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2023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지난해까지와 사뭇 다른 분위기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은 눈에 띄는 후보가 한 작품인 경우가 많아 대상을 받을 작품이 예상되곤 했었지만 이번에는 데이브 더 다이버와 P의 거짓, 나이트크로우우 가운데 어떤 작품이 대상을 수상할지 전혀 예측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그들만의 리그’ 취급을 받으며 국내 게이머들에게는 그다지 취급이 좋지 않았지만, 이번 시상식에서 대상 후보인 게임들이 글로벌 게이머들에게도 호평을 받은 고퀄리티 게임인만큼 진짜 ‘대상’ 다운 대상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팽배해 있다.
재미있는 점은 대한민국 게임대상과 관련해 세 게임의 제작사, 넥슨과 네오위즈, 그리고 위메이드가 노리고 있는 수상의 효과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 ‘돈슨’ 이미지 탈출의 마침표이자 새로운 넥슨의 시작, 데이브 더 다이버
먼저 넥슨은 이번에 데이브 더 다이버가 게임대상을 받으면 그동안 넥슨이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쳐왔던 ‘돈슨’의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넥슨은 최근 데이브 더 다이버를 포함해 ‘퍼스트 디센던트’, ‘워헤이븐’ 등 상품성보다 작품성을 중시한 여러 게임들을 내놓으면서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 넥슨은 데이브 더 다이버의 대한민국 게임대상 수상을 통해 '돈슨'의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나려 하고 있다. <데이브 더 다이버 공식 이미지>
이런 노력의 결과 일부 국내 게이머들에게는 어느정도 다른 ‘3N(엔씨소프트, 넷마블, 넥슨)’과는 다르다는 평가를 얻어내기도 했지만, 여전히 많은 국내 게이머들과 대다수의 글로벌 게이머들은 넥슨에게 그다지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지 않고 있다.
넥슨 역시 이런 시선을 의식해 데이브 더 다이버를 넥슨의 이름이 아닌 새로운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의 이름으로 개발하고 유통하기도 했다. 실제로 글로벌 게이머들 가운데 대다수는 데이브 더 다이버가 넥슨 게임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작품성과 참신함 등에서 엄청난 고평가를 받은 데이브 더 다이버가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한다면 국내, 글로벌 게임업계에 넥슨의 변화와 그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결과를 낼 수 있다.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넥슨은 넥슨을 대표하는 새로운 IP(지식재산)를 찾기 위해서 여러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데이브’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내세운 데이브 더 다이버가 대상을 수상하게 된다면 넥슨의 IP 확장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 살짝 아쉬운 P의 거짓 판매량과 주가, 대한민국 게임대상 수상으로 날개 달 수 있을까
반면 네오위즈는 P의 거짓 수상을 통해 대내, 대외적인 이미지 개선 뿐만 아니라 좀 더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로 P의 거짓 본편의 판매량 증대와 앞으로 나올 DLC(다운로드 콘텐츠) 홍보 효과다.
게임업계에서는 앞으로 나올 P의 거짓 DLC가 P의 거짓 2차 흥행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DLC는 게임 본편에 새로운 스토리와 캐릭터, 각종 요소들을 추가해주는 일종의 ‘확장팩’같은 개념으로, 일반적으로 대형 DLC가 새롭게 출시되면 그 게임의 본편 판매량도 함께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본편의 판매량이 저조했지만 DLC가 출시되면서 게임의 평가가 반전되어 본편의 판매량이 말 그대로 ‘역주행’을 하는 경우도 많다. 폴란드의 게임 개발사 CDPR이 개발한 ‘사이버펑크2077’의 DLC인 ‘사이버펑크 2077:팬텀 리버티’가 대표적 사례다.
▲ 네오위즈는 현재 P의 거짓의 DLC(다운로드콘텐츠) 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P의 거짓 공식 이미지>
만약 P의 거짓이 대상을 수상하게 된다면 현재 판매되고 있는 P의 거짓 판매량 증가에 더해 P의 거짓 DLC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
P의 거짓 개발을 총괄한 네오위즈의 최지원 P의 거짓 총괄 디렉터는 1일 공개한 ‘디렉터의 편지’ 영상을 통해 현재 준비하고 있는 P의 거짓 DLC의 콘셉 아트를 공개하며 “요즈음 DLC도 하루 빨리 선보이고 싶고, 차기작도 속도를 내고 싶어서 개발팀이 매일 바쁘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P의 거짓이 대상을 수상한다면 본편의 판매량 증가와 DLC에 대한 기대감 고양을 통해 네오위즈의 기업가치도 더욱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네오위즈의 주가는 P의 거짓 출시 직전 5만3천 원까지 올랐지만, 출시 직후 하락하기 시작해 10월5일에는 52주 신저가인 2만3350을 기록했다. 현재는 주가가 조금 회복되긴 했지만 10일 종가 기준 네오위즈의 주가는 2만9050원에 머물러 있다.
네오위즈의 주가가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이유는 P의 거짓이 작품성 측면에서 평단과 유저들에게 매우 높은 평가를 받은 게임인 것은 맞지만, 전 세계에서 ‘대흥행’을 했다고 보기에는 판매량 측면에서 살짝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P의 거짓을 플레이 한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게임의 퀄리티와 비교해 판매량이 조금 아쉽다는 평가가 많이 나오고 있다.
네오위즈에 따르면 P의 거짓은 올해 10월까지 누적 글로벌 판매량 100만 장을 넘어섰다. 물론 이는 매우 훌륭한 성과지만, 증권가에서 P의 거짓이 출시되기 전 P의 거짓 판매량이 200만~300만 장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었던 것에 비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기도 하다.
글로벌 100만 장의 판매로도 네오위즈는 올해 3분기에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을 57%, 영업이익을 286% 늘리는 효과를 냈다. 만약 P의 거짓이 대상을 받고 본편 판매량에 다시 탄력이 붙음과 동시에 추후 DLC 판매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주게된다면 네오위즈의 실적은 다시 한 번 높게 뛰어오를 가능성이 높다.
◆ 위메이드의 나이트크로우, 리니지라이크 홍수 속 '큰 형님'으로 자리매김 노린다
위메이드의 나이트크로우는 나머지 두 게임과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두 게임이 독창성과 작품성을 놓고 승부하고 있다면, 나이트크로우는 대중성 측면에서 고득점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 나이트크로우가 대상을 받는다면 나이트크로우는 범람하는 리니지라이크 게임 가운데 '대상 수상작'이라는 차별적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게 된다. <나이트크로우 공식 이미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와 유사하다고 해서 '리니지라이크'라고 불리는 게임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역시 리니지라이크인 나이트크로우는 이미 매출이나 DAU(일간 활성 이용자 수)에서는 데이브 더 다이버와 P의 거짓을 훌쩍 뛰어넘은 게임이다.
리니지라이크라는 용어가 따로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이트크로우의 장점이자 단점은 비슷한 게임들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나이트크로우가 대상을 수상할 수 있다면 나이트크로우는 범람하고 있는 리니지라이크 가운데 '대한민국 게임대상 수상작'이라는 독보적 타이틀을 차지했다는 차별성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 가운데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한 리니지라이크 게임은 넥슨의 'V4', 카카오게임즈의 '오딘:발할라라이징'이 전부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이브 더 다이버와 P의 거짓 가운데 어떤 게임이 대상을 받더라도 모두가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두 게임 모두 매우 훌륭한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2017년 배틀그라운드 이후 처음으로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은 '지스타 2023' 개막 하루 전인 15일 부산 벡스코 컨벤션에서 열린다. 본상 후보작은 데이브 더 다이버, P의 거짓, 나이트크로우를 포함해 모두 11작품이며 심사위원회 심사 60% + 대국민 투표 20% + 전문가 투표 20%를 더해 대상이 결정된다. 심사위원회 심사의 심사 항목은 창작성(40%), 작품성(40%), 대중성(30%)이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