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LNG사업 가치사슬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30년까지 기업가치(시가총액)를 23조 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정탁 부회장은 LNG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해 중장기 성장동력의 한 축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현재 LNG사업의 모든 단계에 걸쳐 2025년까지 빠르게 사업 규모를 크게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올해 초 포스코에너지를 흡수합병하고 통합법인으로 공식 출범했다. 이에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기존 E&P(Exploration&Production, 탐사·생산) 및 트레이딩 역량에 LNG터미널과 LNG발전소를 운영해 온 포스코에너지의 역량을 더하며 탐사부터 생산, 저장, 발전에 이르는 사업구조를 갖추게 됐다.
통합 법인의 첫 대표이사를 맡은 정 부회장은 LNG 가치사슬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외 발전사업과 연계한 LNG터미널 증설과 신규 가스전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올해 1월 말 광양 제2 LNG터미널 착공식을 열었다. 광양 제2 LNG터미널 공사는 9300억 원을 투입해 LNG탱크 20만kl(킬로리터)급 2기를 추가 증설하는 사업으로 완공시점은 2025년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현재 광양LNG터미널에서 73만kl 규모의 1~5호기 LNG 탱크를 운영하고 있다. 2024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20만kl급 6호기도 건설 중이다.
LNG터미널은 국내로 도입된 LNG를 하역·저장·기화·송출하는 설비다.
2025년까지 6~8호기 60kl LNG탱크 3기 건설이 완료되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광양LNG터미널 저장용량은 73만kl에서 133만kl로 2배가량 늘어나게 된다. 또 광양 LNG터미널은 국내 민간1위이자 전세계 11위 터미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05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광양LNG터미널 상업운전을 시작한 바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LNG탱크 증설을 통해 LNG 전 밸류체인에서 가스를 개발 생산하는 업스트림과 최종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다운스트림의 중간과정인 LNG 저장 인프라자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LNG터미널 사업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이익체력을 다지는 데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LNG터미널 임대 사업은 10~15년 장기계약으로 안정적 실적을 낼 수 있는 데다 영업이익률은 30%를 넘어선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말에도 LX인터내셔널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당진LNG터미널에 27만㎘ LNG 저장탱크 2기를 2027년까지 건설하기로 했다.
정 부회장은 신규 가스전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월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주관하는 국제입찰에 인도네시아 국영기업인 PHE와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벙아(Bunga) 광구 탐사권을 획득했다.
탐사권은 천연가스 개발 과정에서 필수적인 탐사·개발·생산까지 진행할 수 있는 권리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PHE와 지분 50%씩을 나눠 갖는다. 운영권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보유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현재 미얀마와 호주의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2021년부터 탐사를 시작한 말레이시아 PM524광구와 인도네시아 벙아광구 개발이 더해지면 생산 규모를 대폭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가스전 탐사에 성공하면 LNG를 국내로 들일 수 있어 LNG연계사업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직도입한 LNG를 활용해 탱크 임대사업과 LNG벙커링(LNG터미널에서 선박에 LNG연료를 주입하는 충전 방식) 사업을 확장하고 LNG복합발전소를 운영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4월 호주 6위 천연가스 생산 및 개발업체 세넥스에너지를 인수해 8020억 ft³(세제곱피트) 규모 천연가스 매장량을 확보한 바 있다. 이는 2019년 기준 한국 천연가스 연간 소비량의 44%에 해당하는 규모다. 세넥스에너지는 3개 가스전과 2개 탐사광구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세넥스에너지는 2025년까지 2개의 가스전에서 생산·판매하는 물량을 3배로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 포스코인터내셔널 LNG사업 가치사슬.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달 국내 전용선 전문 해운회사 에이치라인 해운과 장기용선 계약을 맺으며 174K CBM(큐빅미터)급 LNG전용선을 확보했다. 이 선박은 현대 삼호중공업이 올 10월 건조를 시작해 2025년 상반기 포스코인터내셔널에 인도된다. 한 번에 한국 전체가 반나절가량 쓸 수 있는 양의 천연가스를 수송할 수 있는 규모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LNG전용선을 우선 기존 트레이딩용 가스 조달에 활용한 뒤 2026년부터 2046년까지 20년 동안 국내 수급과 트레이딩용으로 도입하는 북미산 셰일가스 40만 톤 운송에도 활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LNG선을 운영하게 되면 가스를 생산, 저장, 발전하는 단계를 지금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앞으로 가스사업 확대에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LNG 각 사업 단계별 확장과 고도화를 위해 올해부터 2025년까지 3년 동안 3조8천억 원 규모의 투자계획도 마련해 뒀다.
탐사·생산 부문에서는 자회사 세넥스에너지 생산량 확대와 인도네시아 등 탐사권 확보에 1조3천억 원을 투입한다.
저장부문에서는 광양·당진 LNG터미널의 저장탱크 확충에 모두 1조 6천억 원을 투입한다. 기존 LNG발전소 가운데 일부를 수소 혼소 발전 등 친환경 체제로 전환하는 데도 7천억 원을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0년 포스코그룹에 편입된 뒤 10여년 동안 괄목할 외형성장을 이뤘지만 기업가치는 그에 걸맞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2010년 매출은 15조6720억 원, 영업이익은 1717억 원 수준이었으나 2022년 매출 41조7000억원, 영업이익 1조1740억원의 실적(포스코에너지와 합산기준)을 기록했다. 10여년 만에 매출 약 3배, 영업이익 약 7배의 성장을 이뤘다.
반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현재 기업가치(시가총액)는 2010년 3조5천억 원 수준에서 현재 약 7조 원으로 2배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에 정 부회장은 4월 기존 '종합상사'에서 '글로벌 친환경 종합사업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새로운 비전을 밝히며 에너지, 철강, 식량, 신사업 등 4대 사업 역량을 강화해 시가총액을 2030년까지 23조 원 수준으로 높여나가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년 뒤 증설투자의 성과를 본격 가시화하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LNG사업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부회장은 4월 비전선포식에서 "회사의 실제가치와 시장가치의 갭을 극복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라며 "이를 위해서는 상사라는 사업 패러다임에서 과감히 벗어나 미래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종합사업회사’로 진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