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보다 더 무서운 미입주, 건설사 분양 줄이고 미입주 위험 관리 총력

▲ 건설사들이 부동산시장에 온기가 감돌자 미입주를 막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부동산시장에 온기가 감도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미입주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입주에 따라 잔금을 받을 수 없게 되면 현금흐름에도 큰 타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 입장에서 미분양 물량은 판촉행사 및 할인분양 등의 대처방안이 있지만 미입주가 발생했을 때는 대응 방안이 마땅치 않다.
 
20일 서울·수도권 지역 위주로 입주율이 서서히 올라오면서 건설사들이 사업을 마무리 짓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5월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전월보다 0.1%포인트 내린 66.7%로 집계됐다. 다만 서울의 입주율은 80.1%로 전월(75.7%)보다 4.4%포인트, 경기·인천 입주율은 76.7%로 전월(72.6%)과 비교해 4.1%포인트 상승했다. 

아직 2020~2022년 서울 평균 입주율인 93.3%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치지만 입주율이 회복되고 있는 추세인 셈이다.

입주를 하지 못한 이유로 ‘기존 주택 매각지연’(44.0%), ‘세입자 미확보’(26.0%), ‘잔금 대출 미확보’(20.0%) 등이 꼽혔다. 다만 전세 퇴거 자금 대출 규제 폐지,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 인하 등 금융 환경 개선으로 잔금 대출 미확보 응답자 비중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 거래량 증가, 기준금리 동결, 시중은행 금리 하락 등에 따른 기대감이 조성되고 있다”며 “입주전망지수 등이 상승추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서울 지역 부동산 가격도 반등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는 등 부동산시장 분위기에 온기가 돌고 있다. 다만 하반기에 전세시세가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역전세 위험이 커지는 등 부동산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건설사들은 분양물량은 줄이고 미입주를 막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분양보다 미입주가 건설사 입장에서 더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신규 주택 분양실적은 이미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5월 누적으로 6만1천 세대를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9% 줄었다. 올해 분양 예정물량은 28만 세대 가량으로 2022년과 비교해 27% 줄어들 것으로 부동산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주요 대형건설사들도 2023년 분양 목표치를 보수적으로 제시했다. 현대건설이 별도기준으로 1만5천 세대, GS건설은 2만 세대로 전년보다 30% 낮은 수치를 제시했고 대우건설(1만8천 세대)과 DL이앤씨(연결기준 2만 세대)가 전년과 비슷한 분양목표를 설정했다.

분양물량을 줄여 미분양 위험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관심사는 사업을 마무리 짓기 위한 미입주 관리로 넘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일반적으로 분양대금은 10% 계약금, 60% 중도금, 30% 잔금으로 이뤄진다. 수분양자(아파트 등 부동산 분양을 받은 사람)들이 10%에 해당하는 계약금을 포기하고 미입주를 선택한다면 건설사들의 현금흐름에 큰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실상 계약금만 건지고 나머지 금액을 받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수분양자들이 자신의 보유 주택을 매각하고 자금을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잔금을 치르지 못한다면 이를 미루게 된다. 건설사·시행사는 입주 정산기간인 6개월 안에 잔금을 받지 못하면 분양계획서에 따라 분양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을 몰취하게 된다. 

미입주가 현실화하면 건설사들은 잔금을 받지 못하게 되고 중도금 대출 대위변제 위험에 처하게 된다. 

수분양자들이 입주를 포기하면 중도금 대출기관인 은행은 대출금에 보증을 선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보증보험 등에 대출금을 청구한다. 보증기관은 이를 처리한 뒤 시행사와 시공사에게 대위변제를 요청한다. 

건설사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채비율 상승 등으로 재무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미입주는 악성물량인 ‘준공후 미분양’을 의미하고 건설사들은 이에 대처할 뾰족한 수가 없다. 

미분양은 판촉행사, 할인분양 등을 통해 해소할 수 있지만 미입주는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은 매물로 평가돼 더욱 처리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미입주를 막기 위해 아파트 입주민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한 달 동안 고객만족 서비스 일환으로 롯데캐슬 입주민들에게 '캐슬링(CASTLing)'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이는 문화행사로 단지의 날 행사와 재활용 분리수거 인식개선 체험 등의 참여형 행사 등으로 구성된다. 

대우건설은 지난 5월13일 인천 중구 영종센터를푸르지오자이 단지 내 클래식 음악회를 열었다. 이는 대우건설이 입주민을 생활양식 서비스 ‘푸르지오 에이션 2023’ 서비스 가운데 하나다.

현대건설은 입주민의 건강과 생활전반을 관리하는 입주민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지난 5월31일엔 생명공학분야 미국기업인 써모피셔사이언티픽, 유전자 분석·검사 분야 국내기업 마크로젠과 함께 ‘유전자 분석 기반의 미래 건강주택 개발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입주민들을 위해 행사를 열고 헬스케어 서비스 등 입주민 대상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은 입주를 앞둔 수분양자에게 입주 때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홍보활동 범주에 포함된다”며 “부동산시장 방향성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만큼 기존 사업 위험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