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미래 자동차는 전기차라는 말에 이견을 보이는 나라들이 있다.
독일과 일본 두 나라는 내연기관자동차 시대의 주역이었지만, 전동화 경쟁에서는 뒤처지면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독일과 일본 자동차기업들이 전동화 경쟁력을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일본 토요타는 2022년 전기차 ‘bZ4X’ 리콜사태로, 독일 폴큿그바겐은 2023년 전기차 ‘ID.4’ 리콜사태를 통해 아직 적정품질과 원가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을 드러냈다.
두 나라는 자동차산업을 구하기 위해 이미 대세로 굳어진 줄만 알았던 전동화 흐름을 늦추거나 심지어는 멈출 생각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다소 소극적으로 전동화에 적극 동참하지 않는 모양새였다면 독일은 한 발 더 나아가 유럽의 전동화 움직임에 제동을 걸 기세다. 독일의 뜻에 독일 자동차산업에 의존하는 스페인, 이탈리아도 함께했다.
2023년 유럽 세 나라는 공동 행동을 통해 유럽연합이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를 완전히 퇴출한다는 목표를 수정하도록 했다. 2023년 3월 수정된 EU그린딜에 따르면 이퓨얼(e-fuel)을 사용한 내연차까지 친환경차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이퓨얼은 탄소와 수소를 고온고압에서 합성해 만든 액체연료다. 1,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의 견제로 석유 수급이 어려워진 독일이 석유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했다. 고온고압 공정에 막대한 에너지가 들기 때문에 전후에는 경제성이 없어 사실상 폐기된 기술이었다.
그런데 개발 배경부터 석유를 대체한 연료였던 만큼 석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에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 장점이 내연차 산업을 되살릴 열쇠로 떠오른 것이다.
이퓨얼 연구의 선두 주자인 독일과 일본에서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경제성 문제도 해결 가능하다는 태도를 보인다. 이퓨얼은 현재 리터당 8천 원 수준인데 2050년까지 휘발유와 비슷한 1천 원 선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는 목표도 세워뒀다.
이퓨얼이 정말 친환경 연료인가 하는 비판어린 시선도 있는데 이퓨얼 생산에 필요한 수소와 이산화탄소가 천연가스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수소는 천연가스를 열분해해서 만들며 이산화탄소는 그 부산물로 얻는다.
이와 관련해서도 찬성측은 풍력발전으로 물을 분해해 만든 그린 수소, 각종 산업의 굴뚝에서 재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사용하면 괜찮다는 입장을 보인다.
또 전기차와 수소차 역시 연료인 전기와 수소를 화석연료에서 얻지 않느냐는 반론을 펴기도 한다.
어떤 형태가 됐든 친환경차 후보가 많아진다면 환경과 소비자의 선택권 측면에서 좋은 일일 수밖에 없다.
다만 이퓨얼이 정말 대세가 되고 유럽의 전동화 속도가 늦춰진다면 유럽 전기차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었던 현대차에게는 아쉬운 소식이 될 수 있다.
현대차에게 유럽 전기차 시장은 미국 다음으로 중요한 시장이다. 특히 2023년 4월부터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보조금 대상에서도 제외되면서 더 중요해졌다.
현대차는 2035년까지 완전 친환경차로 돌아선다는 유럽연합의 계획에 따라 2022년부터 체코 공장을 친환경차 생산 거점으로 전환했다. 계열사인 기아도 2025년부터 슬로바키아에서 유럽 전용 전기차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현대차가 전기차 다음으로 공을 들인 수소차 입지 역시 불안해진다.
수소차는 친환경차 경쟁에서 전기차에 밀리고 있다.
주된 이유는 동급 전기차보다 수소차 가격이 1천만 원 정도 비싸기 때문이다. 수소를 충전하기 위한 인프라 역시 주유소나 전기충전소에 비해 훨씬 많은 비용이 들어 보급에 어려움이 있다. 부동산 비용을 제외하고 봤을 때 주유소나 전기충전소는 1억 원 정도면 지을 수 있지만 수소충전소는 충전설비만 30억 원이 든다고 한다.
반면 이퓨얼은 기존 주유소를 거의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소차는 물론 전기차조차 뛰어넘을 가능성을 품고 있다.
또 이퓨얼 역시 그린수소를 필요로 한다. 수소차는 그린수소 수급을 놓고도 이퓨얼을 사용하게 될 기존 내연차들과 경쟁해야 할지 모른다.
다가오는 미래에 어떤 친환경차가 승리하게 될까? 환경과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생각하면 친환경차 후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일이다.
하지만 전기차와 수소차에 많이 투자해온 한국 기업들이 친환경차 주류 경쟁에서 밀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하게 된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