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와 기아 차량 도난사고 건수가 미국 주요 도시에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델라웨어주 도버 경찰당국이 공개한 도난사고 피해 차량 이미지.
더 적극적인 방식을 통해 차량 탈취 위험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미국 교통당국에서 대규모 리콜을 실시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10일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여러 지역에서 현대차와 기아 차량 도난건수가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AP통신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뉴욕시와 시애틀, 애틀랜타, 미니어폴리스 등 대도시에서 4월까지 보고된 차량 탈취사고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미니어폴리스에서 발생한 현대차와 기아 차량 도난사고는 올해 들어서만 1899건으로 지난해 1~4월의 약 18배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니어폴리스 경찰당국은 AP통신을 통해 “이러한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차량 도난사고 건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부 도시에서는 전체 차량 도난사고 가운데 약 60%가 현대차와 기아 자동차라는 통계도 나왔다.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초부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차량 탈취 시도를 차단하는 데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틱톡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열쇠가 없어도 현대차와 기아 자동차의 시동을 쉽게 걸 수 있다는 내용이 확산되며 미국 전역에서 도난사고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미국 경찰당국은 물론 척 슈머 미국 상원 원내대표,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과 같은 유력 정치인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데 목소리를 내며 적극적으로 비판에 나섰다.
현대차 북미법인 대변인은 AP통신을 통해 온라인상에 배포되는 차량 탈취방법을 삭제하기 위해 힘쓰고 있지만 계속 새로운 안내 영상이 등장하면서 대응에 한계를 맞고 있다는 점을 전했다.
온라인상에 유포되고 있는 방식으로 차량을 탈취할 수 있는 현대차와 기아 차량은 현재 미국에 830만 대 가량이 판매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와 기아가 차량 구매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실시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아직 이런 조치가 적용된 차량 대수는 모두 43만5천 대 수준에 불과하다.
AP통신은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미국 교통당국인 NHTSA가 정식으로 해당 차량에 대규모 리콜을 실시한다면 업데이트 배포 속도가 빨라지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식 리콜이 실시되면 현대차와 기아 차량의 보안 결함에 대해 아직 올바르게 전달을 받지 못 한 소비자들이 이를 인식하고 보안 업데이트를 적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AP통신은 리콜을 실시해도 평균적으로 적극적 조치를 취하는 차량 구매자의 비중은 60% 안팎에 불과하다며 도난사고 문제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모든 차량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목됐다.
현대차와 기아는 무상으로 물리적 도난 방지장치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두고 있지만 이러한 방식의 대응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될 수도 있다.
시애틀과 클리브랜드, 세인트루이스 등 미국 주요 도시는 당국 차원에서 현대차와 기아를 상대로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현대차와 기아가 보안 결함이 있는 차량을 통해 청소년의 차량 탈취 범죄를 사실상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이러한 범죄 사례가 늘어날수록 현대차와 기아의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이 불가피하고 사후 조치에 따른 비용도 꾸준히 늘어나며 부담을 키울 수 있다.
AP통신은 “미국 전역에서 차량 도난사고가 우려스러운 수준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현대차와 기아가 다른 제조사보다 수 년 늦게 도난방지 장치를 적용했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