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이사가 4일 '2020년 상반기 공동체와 함께하는 빅히트 회사설명회'에 참석해 발표를 하고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불만은 생활에 독을 섞어 놓는다. 참고 견디면 생활에 시적 정취와 엄숙한 아름다움이 생긴다.”
스위스 철학자이자 문학가인 헨리 프레드리크 아미엘 교수도 불만을 멀리하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이사가 불만을 그저 쌓아뒀다면 지금의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방탄소년단이 생겨날 수 있었을까?
6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따르면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국내 엔터업계를 좌지우지해온 3대 연예기획사 판을 흔들고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데는 방 대표의 ‘불만’들이 배경에 깔렸다.
방 대표는 국내 엔터테인먼트업계가 여러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 문제점들을 해결하면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확장할 뿐 아니라 음악산업 자체를 혁신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방 대표는 우선 '고객'인 팬들을 산업 안으로 끌어들이고자 힘을 쏟고 있다.
5일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2020년 상반기 공동체와 함께하는 빅히트 회사설명회’를 살펴보면 방 대표와 윤석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이사, 서우석 비엔엑스 대표이사 등 연사들은 ‘고객’을 거듭 언급한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임원진은 음악산업이 대부분 산업들과 달리 팬을 고객으로 대우하지 않고 너무 뒷전에 둔다고 바라본다.
가령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팬들이 아티스트 관련 상품을 사기 위해 밤새워 줄을 서는 행동을 당연하게 여긴다. 어린 학생들도 길에 진을 치고 기다린다.
방 대표도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세우기 전 작곡가 및 작사가로 활동하고 JYP엔터테인먼트에 몸을 담은 만큼 이런 환경에 익숙할 법도 하지만 그는 이를 불만스럽게 인식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이미 자회사 비엔엑스의 플랫폼 ‘위버스’와 ‘위플리’ 등을 이용해 공연장에서 동선을 개선하는 등 편의성을 높였고 이를 바탕으로 매출까지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방 대표는 회사설명회를 마무리하면서 “음악산업에 X, Y, Z축이 있다면 각각 팬과 아티스트, 기업일 것”이라며 “우리 고객과 함께 음악산업을 더 발전하고 업계를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방 대표의 이런 인식은 세계적으로 ‘아미’가 형성하면서 빛을 내고 있다. 아미는 방탄소년단의 팬을 가리킨다.
방 대표는 팬이 고객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기울이는 노력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업계로 퍼뜨리겠다는 의지를 품고 있다.
그는 “우리 방법론이 업계 스탠다드(기준)가 될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 대표의 불만은 여럿 더 있다.
아티스트가 행복하게 활동을 하고 업계 종사자들이 자부심을 느끼며 일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아티스트들이 한국 출신인 탓에 세계 무대에서 부딪히는 한계들도 뚫어내려 노력하고 있다.
방 대표는 스스로를 불만이 많은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지난해 서울대학교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말하면서 “나는 꿈은 없지만 불만은 엄청 많은 사람이다”며 “내 일은 물론 직접적으로 내 일이 아닌 때도 최선이 아닌 상황에 불만을 제기하고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만이 분노로까지 변한다”고 말했다.
방 대표는 “앞으로도 꿈 없이 살겠다”며 “알지 못하는 미래를 구체화하기 위해서 시간을 쓸 바에 지금 주어진 납득할 수 없는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