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보이며 대형 건설사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일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대림산업과 대우건설, GS건설 등 주택사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형 건설사들은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택지로 확대 시행되면 매출 후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에 '촉각'

▲ (왼쪽부터) 박상신 대림산업 건설부문 대표, 김형 대우건설 대표, 임병용 GS건설 대표.


김치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분양가 규제가 강화하면서 건설업체의 하반기 분양 전망에 먹구름이 꼈다”며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 재건축·재개발 사업과 개발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사업지에 따라 상당한 사업 지연·취소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분양가 상한제의 강력함은 후분양이든 선분양이든 원가수준의 분양을 해야한다는 점에 있다”며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 시행되면 주요 대형 건설사는 분양물량이 이연될 가능성이 높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서울 강남권 일부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 강화를 피해 후분양을 선택하자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의 민간택지 확대 적용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대형 건설사의 텃밭으로 평가되는 만큼 대형 건설사는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의 시기, 방식 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건설사들은 재건축·재개발사업에서 주로 시공만 맡는 도급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 시행되더라도 단기적으로 수익성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건설사는 이미 정해진 가격으로 시공을 하고 발주처로부터 돈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장기적 매출 하락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가 수도권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분양 연기로 이어지면 대형 건설사는 조합이나 시행사 등 발주처의 사업 일시중단이나 지연에 따라 매출 발생 시점이 미뤄질 수 있다.

더군다나 발주처가 공사비용을 줄이면 매출에 직접적 타격도 입을 수 있다. 발주처가 분양가 상한제에 따라 낮은 공사비용을 제시하며 경쟁 입찰을 붙이면 장기적으로 수익성 악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이나 시행사가 공사비용을 낮춰 분양가 상한선을 맞추려 한다면 시공사인 건설사 입장에서는 그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며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되면 장기적으로 주택사업 수익성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 가운데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 등 주택사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형 건설사들이 실적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GS건설과 대우건설, 대림산업은 2017년 각각 4조4천억 원, 4조2천억 원, 4조1천억 원 규모의 아파트 공사를 진행해 2018년 시공능력 평가 아파트 부문 실적 1,2,3위에 올랐다. 2조9천억 원의 시공실적으로 4위를 차지한 롯데건설보다 세 건설사 모두 1조 원 이상 실적이 많았다.

GS건설과 대우건설, 대림산업은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해 주택사업 매출 감소는 전체 실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에 '촉각'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GS건설은 주택 공급과 관련해 상반기 다소 더딘 모습을 보였는데 하반기 또 다시 분양 일정이 미뤄질 가능성이 나온다.

오경석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GS건설은 올해 분양목표 2만8800세대 가운데 상반기에 6500세대만 분양했다”며 “GS건설은 분양가 규제 강화로 장위동과 길동 등 서울 재건축 현장 일부의 분양 일정이 연기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오 연구원은 하반기 분양 실적을 현재 시점에서 GS건설의 최대 투자 변수로 꼽았다.

대우건설은 2018년 전체 매출총이익에서 주택(건축)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연결기준 88%, 개별기준 96%에 이를 정도로 주택사업에 수익을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대림산업 역시 지난해 매출총이익에서 주택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개별기준 73%로 높은데 여기에 주택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 삼호까지 거느리고 있는 만큼 주택분양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과 관련해 아직 구체화한 내용이 없는 만큼 실제 시행 여부, 시행 시기, 시행 기준 등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며 “제도 확대 적용이 확정되면 사업장마다 각자의 셈법으로 다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