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의 뒤집어보기] KT 박윤영의 '본업 충실' 경영철학과 어긋난 설비투자 축소, 노조 지적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 KT 새노조가 박윤영 사장의 첫 경영성적표(2분기 실적)에 대해 논평을 하며 특별히 설비투자 우하향 흐름에 주목했다. 박 사장의 '본질 경영' 경영철학을 잣대로 실적을 뒤집어본 셈인데, 통신사 설비투자 흐름이 우상향으로 반등하는 계기로 작용할지 눈길이 간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이례적이다.

KT 새노조(제2노조)가 박윤영 사장 취임 뒤 첫번째로 받아든 경영성적표(지난 2분기 실적)에 대해 논평을 하며, 특별히 설비투자(CAPEX) 흐름에 주목했다. KT 설비투자가 최근 3년 연속 하향세를 보인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줄어든 점을 끄집어냈다.

앞서 KT는 지난 2분기에 연결기준으로 6조6799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6483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매출은 10.1%, 영업이익은 36.1%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4806억 원으로 34.5% 줄었다.

KT는 "지난해 강북 개발사업 분양이익이 빠진 기저효과가 컸다. 전 분기 대비로는 영업이익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이 줄긴 했지만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KT 새노조(이하 새노조)는 논평에서 2분기 실적에 대한 회사 측 설명과 관련해 "매출과 영업이익의 증감률보다 통신서비스 본업에서 어떤 변화를 이뤘는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2분기 무선통신(이동통신) 매출이 1조674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 감소한 점을 짚었다.

"2025년 연간 무선통신 매출이 6조8509억 원까지 올라왔고, 올해 1분기까지도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2분기 들어 이런 흐름이 꺾였다. 5G 가입자 비중이 83.2%까지 높아졌음에도 무선통신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3만4412원으로 2.3% 감소했다."

5G 이동통신 요금은 요금제별 월 정액 기준으로 기존 LTE 이동통신 대비 최대 2~3배 높다. LTE 가입자들이 5G 가입자로 전환하면 가입자당매출이 높아져야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줄었다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새노조는 이어 '그렇다면 회사는 이 위기를 무엇으로 돌파하려 하는가'란 질문을 던지며 설비투자 흐름을 앞세웠다.

"상반기 설비투자도 줄었다. 올해 상반기 KT 별도 기준 설비투자는 718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460억 원보다 15.1% 감소했다. 별도 기준 KT 연간 설비투자 역시 2023년 2조4120억 원, 2024년 2조3천억 원, 2025년 2조1440억 원으로 줄곧 축소돼왔다."

KT가 설비투자를 후발 사업자보다 소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상반기 LG유플러스 설비투자가 7950억 원으로 KT보다 많다. 가입자 수와 매출 규모가 더 큰 KT가 통신망과 설비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SK텔레콤 이동통신 가입자는 2250만 명, KT는 1339만 명, LG유플러스는 1124만 명이다. KT 이동통신 가입자가 LG유플러스보다 200만 명 이상 많다.

박윤영 KT 사장은 지난 7월 취임 100일 맞이 기자간담회에서 중기 투자 계획을 밝혔다. 앞으로 3년 동안 네트워크에 8조 원, IT와 정보 보안에 4조 원 등 총 12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5년 동안 AIDC(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해저케이블 등 AX(인공지능 전환) 인프라에 6조 원을 투자하겠다고도 했다. 합치면 18조 원 규모에 이른다.

설비투자 확대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새노조는 이에 대해 "18조 원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언제, 어디에, 얼마나 집행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특히 해킹으로 고객 신뢰가 훼손되고 무선통신 본업 매출까지 감소한 상황에서 네트워크와 정보보안에 배정한 12조 원이 실제 현장의 품질 개선과 보안 강화로 이어지는지, 국민과 고객 앞에 투명하게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박 사장이 취임 전 최종 후보 때부터 강조해온 'KT 소명', '본업 충실' 경영철학을 잣대로 삼아 실적을 평가하고 지적한 게 눈에 띈다.

KT 민영화 뒤, 통신 문외한 낙하산 CEO들의 '탈통신' 외침에 밀려, 사라진 언어처럼 여겨졌던 설비투자 흐름이 다시 전면에 내세워진 게 반갑다. AI 대중화 흐름을 바탕으로 새로운 차원의 기술과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요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통신사들이 앞선 성능의 통신망을 한 발 앞서 내놔 전자정부 시대가 열릴 수 있게 했던 것과 같은 역할이 재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흔히 통신서비스를 '기간통신서비스', 통신서비스 사업자는 '기간통신사업자'라고 한다. 국어사전은 여기에 붙여진 '기간'(基幹)에 대해 '어떤 분야나 부문에서 가장 으뜸이 되거나 중심이 되는 부분'이라고 풀이한다. 통신서비스는 국가의 중심이 되는 서비스이고, 통신서비스는 사업자는 국가의 중심이 되는 사업자라는 뜻이다.

통신서비스 사업자는 주어진 책무를 다하라는 뜻으로 규제와 보호를 동시에 받는다.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가 마련돼 있다. 통신서비스를 대표적 규제 산업으로 꼽기도 한다.

우선 통신망 고도화 책무를 진다. 고품질 통신망을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고품질 통신서비스를 끊김없이 제공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부여받은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 

또 국민 모두가 적정한 요금으로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보편 서비스와 요금 감면 등으로 취약계층은 물론 재난지역 주민들도 통신서비스를 끊김없이 이용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를 게을리하거나 외면하면 정도에 따라 사업허가 취소, 사업 정지, 영업 정지 같은 행정처분과 과징금 및 과태료 등의 제재를 받는다.

대신 정부가 보이지 않는 규제 장벽으로 국외 사업자들의 약탈적 시장 진입을 막고, 경쟁 관리 적정 수준 이상의 이익 보장 등의 정책을 통해 기간통신사업자가 망하거나 수익성 악화에 빠지지 않게 해준다. 보호다.

지금의 '통신 3사'(KT·SK텔레콤·LG유플러스) 구도 역시 사업자 간 과당 경쟁을 막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1990년대 초반 한-미 통신 협상과 우루과이라운드를 통해 우리나라 통신시장이 개방될 당시, 통신 정책을 총괄하던 정보통신부(지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 3개 사업자가 통신 시장을 '5대 3대 1' 구도로 나눠갖게 해야 글로벌 사업자들의 국내 시장 진출을 막을 수 있다는 밑그림을 그렸고, 이후 업계 구도를 이 그림대로 만들기 위해 애써왔다.

김영삼 정부 시절 PCS(개인휴대전화) 사업 허가 남발로 이동전화 사업자가 5개로 늘어나자 사업자간 인수합병을 유도해 다시 3개 사업자 체제로 되돌렸다.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합병해 선두로 나섰고, KT프리텔이 한솔텔레콤과 합쳐지며 '넘버 2'가 됐다.

이를 통해 이동통신 업계 구도가 SK텔레콤 50%대, KT 30% 안팎, LG유플러스 10%대로 만들어졌다. 이를 계기로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탄력성'은 뚝 떨어졌고, 이동통신 가입자들은 '호갱'(호구+고객)으로 전락했다.

그나마 LG유플러스가 '꼴찌 사업자' 지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며 경쟁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는 않았다. LG유플러스가 선발 사업자들과 국지전을 벌이며 가입자 점유율을 야금야금 끌어올려온 게 동력이었다. 그 결과 LG유플러스 가입자 점유율은 20% 돌파를 눈앞에 둘 정도로 높아졌다.

SK텔레콤이 KT를 제쳐두고 LG유플러스를 '주적'으로 꼽아 맞대응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는 '단말기 유통법'(단통법)을 만들어 경쟁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기도 했다. 새 단말기 출시 때 등 사업자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단말기 보조금 불법 지급 조사에 나서 찬물을 끼얹었다. 시장 보호 명분의 정부 정책이 '사업자 보호' 함정에 빠졌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당시 정부가 명분으로 내세운 게, 소모적인 마케팅 비용을 아껴 통신망 고도화와 요금 인하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통신망을 고도화하려면 설비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명분상 방향은 옳았다. 하지만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요금 인하를 거부하는 동시에 설비투자도 줄이면서 설득력을 잃었다. 대신 '배당·성과급 잔치'가 벌어졌다.

통신사 실적 발표 때마다 설비투자 규모를 따로 공개하도록 하는 장치가 마련됐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정책 당국과 투자자는 설비투자 수치 흐름으로 통신망 고도화 노력을 가늠한다. 설비투자 수치가 우하향 흐름을 보이면, 통신망 고도화 및 안정적 운용 투자가 후퇴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가 똑같은 자세를 취하면서, 셋 중 어느 사업자도 이런 평가에 두려워하거나 주눅이 들지 않았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KT 박윤영의 '본업 충실' 경영철학과 어긋난 설비투자 축소, 노조 지적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 통신사 설비투자 흐름은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통신 요금 형태로 국민 호주머니서 나온 돈이 설비투자를 통해 전후방 산업 쪽으로 돌아 새로운 산업과 고용 창출 효과를 내기도 한다. 통신사 설비투자 흐름이 주목되는 이유다. KT가 노키아와 함께 6G 주파수 대역 기지국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 KT >

전례로 보면, 설비투자 감소는 통신망 품질과 안정성 하락을 불렀다. 이동통신 3사의 설비투자는 LTE와 5G 등 새 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상용화 전후로 반짝 증가했다가 줄어들기를 반복해왔다. 그 중에서도 유선 설비투자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전자정부 구축 정책에 발맞춰 일었던 초고속인터넷 구축 붐 이후에는 줄곧 감소 추세를 보여왔다.

그 결과, 한 때 세계 최고로 꼽히며 전 세계 누리꾼들의 부러움을 사던 우리나라 초고속인터넷 품질 순위가 지금은 세계 20위권 턱걸이도 쉽지 않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서울 KT 아현전화국 통신구 화재 원인과 복구 지연 이유를 두고도 설비투자 소홀 탓 분석이 많았다. 지난해 KT 이동통신망 유령 기지국 침투 건도 탈통신을 외치며 설비투자를 줄인 게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해 SK텔레콤에 이어 KT와 LG유플러스에서도 줄줄이 터진 통신망 해킹과 가입자 개인정보 유출 역시 탈통신을 외치며 설비투자를 줄이는 과정에서 통신망 보안이 소홀히 다뤄진 탓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SK텔레콤 설비투자 흐름 역시 KT와 마찬가지로 우하향 모습을 보여왔고, LG유플러스는 횡보해왔다.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포함)·KT·LG유플러스의 지난해 합산 설비투자는 6조229억 원에 그쳤다. 5G 상용화 첫 해인 2019년 9조6055억 원과 비교하면 3조5826억 원(37.3%) 줄어든 규모다.

사업자별로는 SK텔레콤의 설비투자가 2019년 3조7400억 원에서 지난해 2조1290억 원으로 1조6110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KT는 3조2570억 원에서 2조1440억 원으로 1조1130억원, LG유플러스는 2조6085억 원에서 1조7499억 원으로 8586억원 감소했다.

통신사 설비투자 흐름은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통신설비 제조와 통신망 공사 등을 맡고 있는 업체들은 통신사 설비투자를 '생명줄'처럼 여긴다. 이 분야 생태계에 속한 업체들의 상당수는 통신사 설비투자에 의존해 살아간다. 통신사 설비투자가 사회적 책임 경영 인식되기도 하는 이유다.

시민단체들이 이동통신 요금 인하를 통한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요구하면서, 대안으로 설비투자 확대를 제안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요금을 내리기 싫으면 설비투자를 확대해,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통신장비 제조 및 통신공사 생태계로 돌아, 그쪽에서 고용 창출이 일어날 수 있게 하라는 거다.

정부도 이를 순기능으로 꼽아 '보이지 않는 손'을 티 나지 않게 쓰기도 했다. 유선 통신 시절에는 가진 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시외·국제전화 요금을 비싸게 받아 서민 생계용으로 쓰이는 시내전화 쪽 적자를 메우게 했다. 실제 한 때 시외·국제전화 원가보상률(원가 대비 수익율)은 140~160%에 이른 반면 시내전화 원가보상률은 70~80%대에 머물기도 했다.

이동전화 대중화 이후에는 요금을 투자보수율(같은 돈을 다른 곳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평균 이익률)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받을 수 있게 하며, 남긴 초과 이익으로 전후방 산업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2002년 KT 민영화 이전에는 이런 게 통했다.

KT가 한국전기통신공사 시절에는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했다. 눈짓만 해도 벌써 움직이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경기가 나빠지면 통신설비 공급업체들과 통신망 공사업체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당시는 정보통신부) 장관을 찾아가 "KT 설비투자를 늘려달라"고 요청하고, KT 설비투자 지출이 늘어나기도 했다.

정부의 보호 정책 덕에 챙긴 초과 이익을 투자하는 것이니, 투자 효율성이나 수익성 등을 크게 따지지도 않았다. KT가 설비투자 확대를 위해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광케이블을 전국에 널리 구축했다가 실제 써야 하는 단계에서는 버전이 낮아 폐기하고 새로 까는 일까지 벌어졌다.

다른 통신사들도 '어쩔 수 없이' 따랐다. 홀로 '저항하다가' 밉보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KT 민영화 뒤에는 이런 게 먹히지 않았다. KT가 '주주 반대'를 이유로 어깃장을 놓기 시작했다. 다른 통신사들도 KT도 안하는데 우리가 "왜"라며 돌아섰다.

때마침 통신업계에 불어닥친 탈통신 경영 분위기가 이를 가속화했다. 통신사 CEO들이 요금 인하나 설비투자 확대 요청 목적으로 만들어진 과기정통부 장관 간담회 참석 길에 기자들에게 '거부' 의사를 못 박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설비투자는 계속 뒷전으로 밀렸다. 통신사 실적 발표 보도자료에서도 설비투자 수치가 사라졌다. 물어봐야 따로 설명한다. 설비투자 감소에 문제의식을 갖는 게 아닌, 아예 숨겨버리는 꼴이다. 

KT 새노조가 설비투자 감소를 '위기' 원인으로 꼽아 전면에 내세웠다.

박윤영 사장이 지난 3월 취임하며 'KT 소명'과 '본업 충실'을 앞세운 점을 디딤돌로 삼았다. 박 사장은 취임 전 최종 후보 시절 비즈니스포스트와 만나 "통신사의 임무는 앞선 품질의 통신망을 한발 앞서 운용해 새로운 서비스와 산업이 탄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KT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또 통신망 운용과 유지보수 인력을 '중히' 쓰겠다고 했다.

이에 올 하반기 이후 KT 설비투자가 어떤 흐름을 보일지 주목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경쟁 사업자들의 설비투자 행보도 관심거리다. 'KT도 안 따르는데 우리가 왜'에서 'KT가 앞장서니 우리도 따라가야지'로 바뀔 수 있을까.

헛된 기대일 수도 있다. 한 이동통신 사업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우리는 이제 기간통신사업자가 아니라 AI 사업자"라고 했다. 기간통신사업자 책무를 벗고 싶은, 통신서비스 업계의 속내를 보여준다. 김재섭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