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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2013년 이후 14년 만의 이마트 대표이사 복귀를 앞두고 있다. 계열분리를 공식화한 상태에서 책임경영에 나선다는 의미인데 전문경영인과 '투톱' 체제를 본격화해 오너경영인의 복귀를 연착륙시키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 정용진 14년 만의 이마트 복귀, 한채양과 각자대표 체제 구축할까
16일 신세계그룹 안팎의 얘기를 종합하면 이마트부문 인사에서 가장 주목할 인물은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이다.
한 사장은 2023년 9월 이마트 대표에 내정된 뒤 2024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됐다. 임기는 2027년 3월까지인데 성과와 실적을 보면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그는 이마트를 이끌면서 기업형 슈퍼마켓 사업을 담당했던 이마트에브리데이와의 합병을 추진했고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의 통합매입 확대를 통한 수익성 개선, 비용 효율화와 점포 재단장 등을 추진했다.
올해 상반기 이마트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171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4% 증가했다. 할인점 영업이익은 531억 원으로 17.2%, 트레이더스홀세일클럽은 824억 원으로 12.7%, 이마트에브리데이는 164억 원으로 51.8% 늘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마트는 본업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상품과 가격 경쟁력 강화, 점포 리뉴얼을 통한 공간혁신, 고객경험 개선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며 “이러한 노력들이 할인점과 트레이더스홀세일클럽, 이마트에브리데이 등 오프라인 전 포트폴리오에 걸쳐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사장의 임기와 실적을 고려하면 이번 인사를 통해 한 차례 더 역할을 부여받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변수는 정 회장의 복귀다.
정 회장은 내년 3월 열릴 이마트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에 오른다. 한 사장이 이마트 대표 자리를 지키게 된다면 이마트에 '투톱' 체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신세계프라퍼티가 이미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이마트 역시 각자대표 체제가 들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회장은 올해 6월경 수시인사를 통해 이형천 대표와 신세계프라퍼티에 각자대표 체제를 꾸렸다. 정 회장이 중장기 비전과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맡고 이 대표가 개발사업 실행과 조직 운영을 담당하는 구조다.
신세계프라퍼티에 오너경영인과 전문경영인의 투톱 체제를 형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마트에서도 신세계프라퍼티와 같은 형식의 경영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마트가 신세계프라퍼티와 마찬가지로 각자대표 체제를 도입하게 되면 정 회장이 2013년 대표에서 물러난 뒤 13년 동안 이어온 전문경영인 단독 대표 체제가 오너경영인과 전문경영인의 투톱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의 향후 경영체제를 놓고 정 회장과 전문경영인의 역할 분담을 공식화하진 않았다.
다만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이 중장기 비전과 기업가치 제고, 신사업 발굴과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 등을 맡을 것”이라며 “전문경영인은 연간 경영계획 실행과 조직 운영, 수익성 개선을 담당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한 사장이 기존 사업의 영업과 수익성 개선을 맡고 정 회장이 신사업과 투자, 중장기 성장 방향에 무게를 두는 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오너가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전문경영인과 역할을 나누는 구조는 다른 대기업에서도 활용돼 왔다.
실무 현장을 두루 거쳐 기업 곳곳을 뼛속까지 아는 전문경영인들이 실무를 맡고, 오너경영인은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굵직한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방식의 역할 분담이 곳곳에서 이뤄졌다.
경쟁사인 현대백화점그룹만 봐도 오너 3세 승계 과정에서 전문경영인을 함께 전면에 세워 경영 안정성을 높였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2007년 35세의 나이로 회장에 올랐다. 젊은 나이에 총수에 오른 탓에 그룹 안팎의 우려가 적지 않았는데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를 불식하기 위해 30년가량 현대백화점에 몸담은 경청호 현대백화점 사장을 그룹 총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면서 리스크를 분산했다.
정 회장이 주요 의사결정을 맡고 경 부회장이 그룹 실무와 계열사 사이의 조정을 담당하는 구조였다.
롯데쇼핑은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역할을 나누면서 사업별 책임경영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정현석 백화점사업부 대표, 차우철 마트·슈퍼사업부 대표, 임재철 재무본부장과 함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신 회장이 대표이사로 참여하면서 주요 사업부와 재무를 맡는 전문경영인에게도 대표이사 권한을 부여한 구조다.
롯데그룹 역시 오너 3세의 승계 수업을 진행하면서 오너경영인과 전문경영인의 투톱 체제를 사용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11월 실시한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아들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을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이사로 배치했다. 그동안 받아온 경영수업을 토대로 경영능력을 보여주라는 시험대에 올린 셈인데 전문경영인인 박제임스 대표를 옆에 두는 형태로 오너경영인의 안착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롯데그룹 역시 오너 3세가 그룹의 미래 성장사업인 바이오사업에 직접 참여하면서 전문경영인과 경영 책임을 나누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두산그룹도 오너경영인과 전문경영인이 꾸준히 역할을 나누고 있는 그룹으로 꼽힌다.
오너 4세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2016년 회장 취임 당시 재무구조 개선과 신규사업 안착,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당시 두산에서는 박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전문경영인인 이재경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았다.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각자대표 체제는 꾸준히 이어져 현재는 박 회장과 김민철·유승우 사장이 각자대표를 맡고 있다.
정 회장이 14년 만에 이마트 경영 전면에 복귀하면서 전문경영인과의 각자대표 체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 주요 계열사 대표 취임 1년 안팎, 대규모 교체보다 성과 확인에 무게
이마트부문의 다른 계열사에서는 대표 교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점쳐진다.
정용진 회장이 2024년 초 도입한 수시인사 탓에 상당수 계열사 대표가 취임한 지 1년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SCK컴퍼니는 올해 6월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 이후 대표이사가 기존 손정현 대표에서 신동우 대표로 바뀌었다. 취임 석 달가량밖에 지나지 않은 만큼 브랜드 신뢰 회복과 내부통제 강화 성과를 먼저 확인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SSG닷컴을 이끄는 최택원 대표는 2025년 9월 선임됐다. SSG닷컴이 올해 12월을 목표로 '신세계몰'의 인적분할을 추진하고 있는 데다 이마트 점포를 활용한 배송 확대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 체제에서 사업 재편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마트24의 최진일 대표는 2025년 6월 취임한 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을 줄였다. 유임 쪽에 무게가 실리지만 매출 회복은 과제로 남아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최훈학 대표 역시 취임한 지 1년 밖에 되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늘어난 만큼 유임 전망에 힘이 실린다.
신세계푸드의 임형섭 대표도 지난해 9월 취임했다. 급식사업 매각과 이마트 완전자회사 편입 이후 기업 간 거래(B2B) 식품제조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어 현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마트 본업과 주요 자회사의 실적은 엇갈린다.
올해 상반기 이마트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171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4% 증가했지만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353억 원으로 25.2% 감소했다. SCK컴퍼니의 영업이익은 109억 원으로 85.5% 감소했고 SSG닷컴은 514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폭이 확대됐다.
정 회장이 대표이사로 복귀한 뒤 투자 우선순위와 자회사 사업구조를 직접 챙기고 전문경영인에게 사업별 성과책임을 요구하는 구조가 강화될 수 있는 이유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기 임원인사 시기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전문경영인과 정 회장은 유기적으로 협업해 시너지를 창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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