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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어머니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닮아 ‘리틀 이명희’로 불린다. 특히 전문경영인에게 권한을 맡기고 성과를 지켜보는 '신뢰주의' 기조를 놓고 어머니와 결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은 지난해 인사에서 실적이 부진한 주요 계열사 대표를 교체하면서도 성과를 낸 경영진은 승진시키며 쇄신과 보상을 병행했다. 올해는 신세계가 상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거둔 만큼 '신뢰주의'라는 큰 기조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 ‘리틀 이명희’ 정유경, 성과 낸 전문경영인에 다시 신뢰 보낼까
17일 신세계의 상황을 종합하면 지난해 정유경 회장이 실시한 인사의 성과가 올해 실적으로 일부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회장은 지난해 박주형 신세계 대표이사를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신세계디에프에는 각각 김덕주·이석구 대표를 새로 배치했다.
성과를 낸 경영진에는 힘을 실어주고 실적 개선이 필요한 계열사에는 새 인물을 투입한 셈이다.
실제 올해는 당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는 실적이 나오고 있다.
신세계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총매출 6조3558억 원, 영업이익 3650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총매출은 10.1%, 영업이익은 75.7% 늘어 모두 상반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요 계열사도 수익성이 개선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218억 원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신세계디에프도 영업이익 439억 원으로 흑자로 돌아섰고 신세계까사 역시 37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은 영업이익 126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 증가한 것이다.
이런 실적 흐름은 정 회장의 ‘신뢰경영’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정 회장은 어머니 이명희 총괄회장처럼 전문경영인에게 권한을 맡기고 성과를 지켜보는 경영 스타일로 평가받아왔다.
이명희 회장은 2005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아버지인 이병철 선대회장으로부터 백화점부문을 물려받게 됐을 당시 일화를 놓고 “출근 전날 아버지는 저를 불러 말씀하셨다”며 “첫째가 ‘서류에 사인하지 말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책임을 피하라는 게 아니다”며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라는 것이죠”라고 덧붙였는데 이는 이후 신세계의 인사기조가 전문경영인에게 일을 맡기고 신뢰하는 문화로 굳어지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명희 회장은 실제로 자신이 앞장서기보다는 전문경영인에게 회사 운영을 맡기는 모습을 취했는데 이는 정유경 회장이 신세계그룹의 백화점부문을 사실상 단독경영한 뒤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다만 ‘신뢰’가 무조건적인 장기 유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신세계디에프 대표를 교체했듯 일정 기간 역할을 맡긴 뒤 성과가 뒤따르지 않으면 책임을 묻는 모습도 보여왔다.
다만 올해는 지난해 선택한 경영진 체제에서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개선된 만큼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 박주형 신세계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대표의 유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사진은 박주형 사장(오른쪽)이 2026년 4월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 쇼케이스를 방문한 모습. <신세계>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박주형 신세계 대표이사 사장과 문성욱 시그나이트 대표이사 사장이다.
박 사장은 백화점과 오프라인 사업의 중심축을 맡고 있다.
박 사장은 2023년 신세계 대표이사에 오른 뒤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재 신세계센트럴 대표이사도 겸하고 있다.
1985년 신세계에 입사한 박 사장은 백화점과 이마트를 두루 거친 전략·기획 전문가로 꼽힌다. 신세계가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데다 백화점부문 영업이익도 크게 증가하면서 박 사장의 핵심 전문경영인으로서 입지가 한층 탄탄해졌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정유경 회장의 남편인 문성욱 사장은 투자와 온라인 사업의 중심축을 맡고 있다.
문 사장은 이마트 중국·해외·신규사업과 신세계인터내셔날 글로벌패션사업 등을 거쳐 시그나이트 대표를 맡아왔다.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까지 겸하게 돼 투자와 온라인 사업을 아우르는 역할이 한층 강화됐다.
지난해 새로 배치된 김덕주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이사와 이석구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도 취임 첫해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신세계디에프는 모두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두 사람 모두 현 보직을 맡은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만큼 올해 곧바로 수장을 다시 교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이사 역시 입지가 강화됐다.
신세계까사는 올해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김 대표는 올해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 겸직을 내려놓고 신세계까사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라이프스타일 사업부 ‘자주’ 영업양수에 따른 외형 확대를 넘어 까사미아와 자주의 실질적 시너지를 만들어내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 계열분리 뒤 인사도 독립, ‘신세계맨’ 발탁 늘어날까
이번 인사에서는 기존 경영진의 유임 여부뿐 아니라 신세계부문 내부 인재의 발탁 폭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과거에는 이마트와 백화점부문 사이 인적 교류가 활발했다. 박주형 사장은 2011년 이마트 전략경영본부장을 맡았고 문성욱 사장 역시 2011~2013년 이마트에서 중국·해외·신규사업을 담당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을 놓고 신세계그룹 안팎에서는 신세계부문에서 줄곧 성장한 사람들보다 이마트부문에서 오래 활약한 사람들이 신세계부문의 주요 보직에 자주 발탁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세계부문과 이마트부문의 계열분리가 공식화한 상황에서 앞으로 신세계부문 쪽 계열사에 좀 더 많은 '신세계맨'이 중용돼야 정유경 회장의 색깔이 짙어질 것이라는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신세계그룹은 과거의 일을 놓고 신세계쪽 사람과 이마트쪽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얘기한다. 과거는 현재처럼 두 부문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이마트와 백화점 사이 직원들이 자유롭게 발령나는 경우가 있었지만 계열분리를 선언한 이후에는 실무 직원 단위의 인적 교류가 상대적으로 줄었다”며 “다만 최고경영자(CEO)급은 과거 경력이나 계열사 이동 과정이 얽혀 있어 조금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계열분리가 진전될수록 두 부문의 인사 체계도 자연스럽게 분리될 가능성이 있다.
신세계는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1부문 대표에 1980년생 서민성 대표를, 코스메틱2부문 대표에 1985년생 이승민 대표를 선임했다.
서 대표는 2014년 신세계에 입사해 브랜드전략과 신세계인터내셔날 화장품 사업을 거쳐 퍼셀 대표와 백화점부문 뷰티전략TF장을 맡은 내부 인재다. 이 대표 역시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인수한 어뮤즈 대표를 맡은 뒤 회사 코스메틱본부 총괄을 거쳐 대표로 올라섰다.
두 사람 모두 1980년대생으로 정 회장이 신세계부문 내부에서 경력을 쌓았거나 계열사 사업을 맡아 성과를 낸 젊은 인재에게 역할을 넓혀준 사례로 볼 수 있다.
올해도 이런 발탁이 이어진다면 정 회장의 인사 기조는 기존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신세계부문 자체 인재풀을 넓히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신세계 계열사들이 전반적으로 안정적 성과를 내고 있어 이런 부분이 인사에서도 고려될 수는 있다”며 “다만 인사는 실적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닌 만큼 실제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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