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승진한지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정 회장이 10년 넘게 이어오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뿐 아니라 취미였던 골프마저 중단할 정도로 그룹 경영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이마트가 실적을 회복하는 등 성과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이 현주소에 안주하기는 힘들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신세계그룹이 언젠가는 계열분리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책임감이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정 회장이 차기 신세계그룹 총수로서 그룹의 외형을 키울 성장동력을 더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재계에서는 신세계그룹 사업구조가 유통업으로 쏠려있다는 점을 봤을 때 10년 후에도 이름에 걸맞는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필수라는 의견이 나온다.

올해 신세계그룹 상황을 보면 지난해보다는 사정이 나아보인다.

지난해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던 이마트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125억 원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영업이익이 131.7% 늘었다.

경기 스타필드수원과 스타필드마켓 죽전점 등으로 화제몰이에 성공하면서 ‘오프라인 유통 강자’라는 이미지를 고객들에게 다시 심어주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룹 전반적으로 보면 미래에도 국내 재벌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신세계그룹은 유통 경쟁기업으로 언급되는 롯데그룹과 달리 유통업에서 매출 대부분을 내고 있다. 유통업은 기본적으로 인구 수에 따라 미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데 저출산 등 기조를 봤을 때 신세계그룹의 미래가 녹록치 않을 수 있다.

신세계그룹은 유통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눈여겨 보고 있다. 7월 세계적 인공지능 석학인 앤드류 응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교수를 초청해 신세계그룹 경영진 20여 명이 ‘인공지능 시장 변화와 리테일 대응 전략’ 강연을 듣기도 했다.

정 회장은 2022년 신년사에서 “온전한 ‘디지털 피보팅’만이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승자가 되기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고 했을 만큼 디지털 전환 역량을 강조해 왔다. 이 연장선에서 보면 그룹 경영진들에게 인공지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어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실제로 인공지능이나 디지털 전환으로 어떻게 성과를 낼 것인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정 회장의 미래 전략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신세계그룹의 계열분리를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세계그룹은 크게 정 회장의 이마트와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신세계로 나뉘어져 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대부분 증여한 상태다.

이 총괄회장이 들고 있는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은 각각 10.0%씩이다.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주식 18.56%를, 정유경 총괄사장은 신세계 주식 18.56%를 보유하고 있다.

이 총괄회장이 가지고 있는 주식 가운데 이마트 지분은 정용진 회장에게, 신세계 지분은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모두 넘겨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늦어도 10년 뒤에는 이마트와 신세계의 계열분리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세계그룹은 전체 매출 가운데 3분의2 정도를 이마트 부문에서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 회장이 현재 재계순위 11위에 올라있는 그룹의 총수라는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신세계가 차지하고 있는 3분의1 정도 매출을 이마트를 통해 더 내야하는 것이다.

신세계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6조3671억 원을 기록했다. 유통업이 점점 쉽지 않은 흐름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마트가 계열사를 통해 매출 6조 원을 더 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로 여겨진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롯데그룹처럼 과감한 인수합병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마트가 3조4천억 원을 투자해 인수한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가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일 수 있지만 그룹의 미래를 위해서는 신사업을 통한 돌파구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괄회장이 신세계그룹의 재계순위를 끌어올린 사례를 봤을 때 정 회장도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에 성공한다면 신세계그룹의 위상을 지킬 가능성도 충분하다.

신세계그룹은 1997년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된 뒤 재계순위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총괄회장은 6년 만에 신세계그룹을 재계순위 22위로 만들었다. 신세계그룹은 2017년부터 8년째 재계순위 1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