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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회장은 공석인 경영전략실장에 새 인물을 세울지가, 정유경 회장은 박주형·문성욱 사장 등 기존 전문경영인의 역할을 어디까지 넓힐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은 각각 컨트롤타워 중심의 실행형 참모 체제와 역할 분담형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해온 바 있다. 이번 인사에서도 서로 다른 색깔이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정용진 체제에서 달라진 ‘참모의 조건’
18일 신세계그룹의 인사 흐름을 종합하면 이마트 핵심 참모는 단순히 오너를 보좌하는 자리를 넘어 오너의 판단을 계열사와 사업 현장에 연결하는 조정자 역할을 해왔다.
실제 정용진 회장 주변에서는 핵심 참모가 그룹 전략과 주요 사업을 폭넓게 맡으며 영향력을 키웠다가 성과나 대외 논란, 조직개편에 따라 역할이 조정되는 일이 반복돼 왔다.
정 회장이 2000년대 중후반 경영 전면에 나설 때는 구학서 전 신세계 회장이 대표적 핵심 참모였다. 구 전 회장은 그룹 실무와 조직 운영을 총괄하며 정 회장이 경영 경험을 쌓는 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를 안정적으로 받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에는 전략실 출신 인사들이 그 역할을 이어갔다.
허인철 전 이마트 대표는 2006년부터 경영전략실을 이끌며 그룹 재무와 전략을 총괄했다. 오너의 의사결정을 주요 계열사에 연결하는 핵심 참모로 자리잡은 뒤 2012년에는 그룹 주력 기업인 이마트 대표까지 맡았다.
하지만 노조 문제와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이 이어졌고 2013년 국정감사에서는 불성실 답변 논란으로 정 회장까지 국감에 출석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허 전 대표는 이듬해 1월 사의를 표명했다.
정 회장은 이후 외부 전문가에게도 핵심 사업을 맡겼다.
강희석 전 이마트 대표는 2019년 이마트 최초의 외부 출신 대표로 영입된 뒤 SSG닷컴과 지마켓까지 아우르며 오프라인과 온라인 사업 재편을 사실상 총괄했다. 이마트의 체질 개선과 이커머스 경쟁력 강화를 정 회장 대신 실행하는 핵심 경영인으로 힘을 받았다.
하지만 지마켓 인수 이후 이마트 연결 실적이 악화하면서 202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당시 신세계그룹은 대표이사 40%를 교체하는 쇄신 인사를 단행하며 실적 악화를 대표 교체의 주요 배경으로 제시했다.
가장 최근 사례는 임영록 전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다.
임 전 대표는 신세계프라퍼티에서 스타필드와 복합개발 사업을 이끈 성과를 바탕으로 2023년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장을 맡았다. 이후 그룹 투자와 미래사업을 조율하고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등 신사업에서도 전면에 나서며 영향력을 넓혔다.
하지만 올해 4월 돌연 경영전략실장에서 물러났다. 6월애는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에서도 자진 사임했다.
이처럼 정용진 체제의 핵심 참모는 권한이 큰 만큼 성과와 대외 리스크에 대한 책임도 무거웠다. 오너의 경영철학을 읽고 실행하는 능력뿐 아니라 자신은 한발 뒤에서 조직과 오너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역량도 중요했던 셈이다.
◆ 4개월 넘게 빈 경영전략실장, 권한 집중보다 ‘직할 실행조직’으로 바뀌나
이번 인사의 관심사는 단순히 새 경영전략실장 선임 여부에 그치지 않는다. 정용진 회장이 직접 경영전략실을 챙기기 시작한 이후 컨트롤타워의 역할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은 4월 임영록 전 실장의 겸직을 해제하면서 경영전략실을 정 회장 중심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당시 그룹은 경영전략실을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이를 빠르게 실행하는 혁신 조직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4월 초에는 경영전략실 내부 역할도 다시 나눴다.
전상진 경영총괄 부사장이 재무와 계열사 관리, 경영진단을 맡고 이규봉 경영지원총괄 전무가 인사와 감사를 담당하도록 했다. 기존 경영지원총괄이 함께 맡던 홍보 업무는 따로 떼어내 김수완 부사장이 이끄는 대외협력본부에 맡겼다.
이는 과거 경영전략실장이 여러 기능을 폭넓게 장악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각 전문 조직은 기능별로 움직이고 실장은 이를 정 회장의 의사결정과 연결하는 방향으로 바뀔 가능성을 보여준다.
실제 업계 안팎에서는 경영전략실이 정 회장의 의중을 즉각 실행하는 ‘직속 기동조직’에 가까워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기존 계열사 조율과 관리 기능에서 투자·신사업 발굴과 실행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경영전략실에서는 전상진 부사장, 이규봉 전무, 김수완 대외협력본부장 부사장 등이 주요 축을 맡고 있다.
이에 내부 발탁이 이뤄진다면 단순히 누가 승진하느냐보다 어느 기능의 인물을 실장에 세우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상진 부사장이 올라설 경우 재무·계열사 관리와 사업성 점검에, 기획라인에서 실장이 나온다면 투자·신사업 실행에 상대적으로 더 무게가 실릴 수 있다.
정유경 회장의 참모 체제는 정용진 회장과 결이 다르다고 평가된다.
정유경 회장은 한 명의 참모에게 권한을 집중하기보다 각 사업에서 성과를 낸 전문경영인에게 새로운 역할을 맡기는 방식을 활용해 왔다. 특정 인물을 장기간 ‘2인자’로 두기보다 사업 상황에 따라 자리를 바꾸거나 한 차례 물러난 인물을 다시 불러들이는 인사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 사례로 차정호 전 신세계 대표의 이동 과정을 꼽을 수 있다.
차 전 대표는 2017년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을 이끌며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이에 신세계그룹은 차 전 대표를 2019년 신세계 대표로 옮겨 백화점 경영을 맡겼다.
2년 뒤에는 다시 역할이 바뀌었다. 2021년 차 전 대표를 백화점부문 본부장으로 이동시켜 신세계와 백화점 계열사의 시너지를 조율하도록 하고, 백화점 경영은 손영식 전 신세계디에프 대표에게 맡겼다. 차 전 대표에게 전략 조정을, 손 전 대표에게 사업 실행을 맡기는 구조였다.
장재영 전 신세계 대표도 비슷한 사례다.
장 전 대표는 2012년부터 7년 동안 신세계를 이끌며 백화점 실적을 끌어올렸고 2019년에는 신세계인터내셔날로 자리를 옮겨 성장과 사업 다각화를 맡았다. 당시 신세계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대표를 사실상 맞바꾸면서 이미 성과가 검증된 경영인에게 새로운 사업을 맡긴 것이다.
손 전 신세계 대표의 복귀는 이런 인사 방식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사례다.
그는 신세계디에프를 이끌며 주요 명품 브랜드 유치를 주도한 뒤 2020년 고문으로 물러났지만 약 1년 만인 2021년 신세계 대표로 다시 발탁됐다. 당시 그룹은 손 전 대표를 백화점 경영에 다시 투입하면서 차 전 대표를 전략 조정 역할로 이동시켰다.
현재는 박주형·문성욱 사장이 이런 역할 분담의 중심에 있다.
박주형 신세계 대표이사 사장은 신세계와 신세계센트럴을 맡아 백화점과 오프라인 개발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정유경 회장의 남편인 문성욱 시그나이트 대표이사 사장은 신세계라이브쇼핑과 시그나이트를 통해 온라인과 투자사업을 맡고 있다.
12월 SSG닷컴에서 신세계몰이 분리되면 역할 범위도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문 사장이 신세계몰과 신세계라이브쇼핑·시그나이트로 나뉜 온라인·투자 기능을 어느 정도 맡게 될지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정 회장의 과거 인사를 보면 새로운 한 명의 ‘오른팔’을 세우기보다 이미 검증된 박주형·문성욱 사장에게 서로 다른 사업축을 맡기고 책임 범위를 넓히는 방식에 무게가 실린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인사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다”며 “경영전략실 및 인사 관련해서도 현재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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