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버가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 인수 이후에도 음식배달과 장보기·쇼핑 등 일상 서비스를 한 플랫폼에 묶는 전략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의 기존 사업 확장 방향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로 만든 이미지.
새 주인이 될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우버가 그리고 있는 성장 공식이 배달의민족이 최근 넓혀온 사업 영역과 상당 부분 맞물리면서 지금까지의 선택을 이어갈 근거가 더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우버와 딜리버리히어로, 우아한형제들의 사업전략을 종합하면 우버 체제로 넘어간 뒤에도 김범석 대표의 기존 사업전략의 큰 방향을 이어갈 수 있는 공통분모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우아한형제들의 모기업이며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민족을 운영한다.
우버의 딜리버리히어로 인수는 각국 경쟁당국의 승인 등을 거쳐 2027년 하반기 마무리될 예정이다. 거래가 완료되면 배달의민족을 비롯해 딜리버리히어로가 보유한 50개 시장의 사업이 우버 아래로 들어간다.
눈에 띄는 것은 우버가 인수 완료를 기다리는 사이 자체 배달사업의 운영 방식부터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우버는 2일 뉴스룸에 올린 조직개편 공지를 통해 레스토랑과 리테일, 다이렉트 등 세 갈래로 운영하던 배달 운영조직을 글로벌·지역·국가 단위에서 하나의 조직으로 합치겠다고 밝혔다. 각 사업의 손익도 단일 책임자가 맡도록 해 사업 사이 중복을 줄이고 자본을 더 효율적으로 배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음식배달과 상품배송을 각각 별개의 사업으로 키우기보다 한 울타리 안에서 운영하는 쪽으로 무게를 옮기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김 대표가 사업전략인 '배민 2.0'으로 그려온 방향과 가깝다.
배달의민족도 더 이상 음식점 주문만 늘리는 데 성장의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있다. 음식배달을 기반으로 장보기·쇼핑과 픽업 등 고객이 배달의민족을 이용할 수 있는 상황 자체를 늘리는 것이 배민 2.0의 핵심이다.
우버가 올해 내놓은 중장기 전략은 이보다 범위가 더 넓다.
우버는 4월 연례 신사업 행사 '고겟 2026'에서 ‘모든 것을 위한 하나의 앱’을 전면에 내걸었다. 차량 호출과 음식배달에 장보기, 호텔 예약 등을 붙이고 한 번의 검색으로 장소와 음식, 상품을 함께 찾도록 하는 방향이다.
딜리버리히어로 인수 역시 이 전략을 넓히는 수단으로 제시됐다. 우버는 인수가 완료되면 모빌리티와 배달을 함께 제공하는 시장이 34곳에서 58곳으로 늘어나고 전체 사업지역은 99개 시장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달의민족 입장에서는 현재 모회사가 추진하던 전략이 새 모회사에서 끊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범위로 이어지는 구조가 되는 셈이라고 볼 수 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현재 '에브리데이 앱'을 핵심 성장전략으로 삼고 있다. 음식배달에 장보기와 생활용품 등을 붙여 고객이 식사시간에만 앱을 찾는 데서 벗어나 일상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전략이다.
딜리버리히어로는 8월27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도 이 전략을 재차 강조했다. 올해 2분기 퀵커머스 총거래액은 1년 전보다 32% 늘었고 여러 퀵커머스 분야를 이용하는 고객은 한 분야만 이용하는 고객보다 딜리버리히어로 브랜드에서 평균 5배 많은 돈을 썼다.
니클라스 외스트베리 딜리버리히어로 최고경영자(CEO)도 당시 우버와의 결합이 에브리데이 앱 전략을 더욱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도 우버 인수를 기존 전략의 전환보다 확장의 계기로 보고 있는 셈이다.
▲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가 2025년 10월28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우아한테크 콘퍼런스 2025'에서 키노트를 발표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김 대표는 이미 한국에서 비슷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2025년 7월 배민 2.0을 시작하며 '원하는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대체불가능한 배달플랫폼'을 새로운 목표로 내걸었다. 단순한 디자인 개편이 아니라 회사의 미션과 서비스 원칙까지 다시 정비한 변화였다.
김 대표가 이후 B마트와 같은 장보기·쇼핑 서비스, 픽업 등에 힘을 싣는 것도 음식배달 밖에서 고객이 배달의민족을 다시 열 이유를 늘리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장보기 성장세는 2분기까지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B마트 누적 주문 수와 거래액은 1년 전보다 각각 약 42% 증가했다.
우아한형제들은 8월에도 B마트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고 픽업 전용 메뉴를 선보이는 등 음식배달 밖 서비스를 계속 손보고 있다. 현재도 음식배달과 함께 '장보기·쇼핑'을 주요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이런 사업을 각각 키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서로 연결해 배달의민족을 얼마나 자주 찾는 앱으로 만들 수 있느냐가 다음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버가 레스토랑·리테일·다이렉트 사업을 따로 운영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배달 조직으로 합치기로 한 것도 이 대목에서 의미가 있다. 새 주인의 운영 방향 자체가 음식과 상품의 경계를 낮추는 쪽으로 움직이면서 배민 2.0이 우버의 큰 전략 안에서도 자연스럽게 자리잡을 여지가 생겼다.
우버가 22일 딜리버리히어로 인수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자발적으로 사전심사를 요청하면서 내놓은 한국 투자 방침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우버는 거래가 완료된 뒤 배달의민족의 인재와 브랜드, 한국에 특화된 기술 역량에 투자하고 필요한 지원과 자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배달의민족이 지금까지 쌓은 경쟁력과 가치를 존중하겠다는 뜻도 함께 내놨다.
우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거래 이후에도 배달의민족의 우수한 인재와 상징적 브랜드, 현지에 특화된 기술 역량에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라며 "배달의민족이 국내 고객에게 높은 품질과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과 자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버와 배달의민족 사이에 구체적인 서비스 결합 방안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우버택시와 배달의민족을 연결하거나 우버의 멤버십과 배민클럽을 연계하는 등의 계획도 현재 공개된 것은 없다. 실제 시너지가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는 인수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더 지켜봐야 한다.
우버 관계자는 "거래 이후에도 배달의민족이 쌓아온 경쟁력과 가치를 존중할 것"이라며 "소상공인과 배달 파트너를 포함한 플랫폼 전반에 대한 투자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