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분기 깜짝실적을 냈지만 앞으로도 계속 좋은 성적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1인자인 인텔의 신제품 출시가 지연돼 데이터센터 투자가 둔화하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메모리반도체기업의 업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나온다.
 
삼성전자 3분기도 깜짝실적 이어질까, 인텔 새 서버용 CPU 지연은 부담

▲ 삼성전자가 개발한 512GB 용량 DDR5 D램 모듈. 차세대 컴퓨팅, 대용량 데이터센터, 인공지능 등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 


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인텔의 서버용 CPU 신제품 사파이어래피즈(Sapphire Rapids)의 출시시기가 애초 예정됐던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로 밀린 것으로 파악된다.

인텔은 세계 서버용 CPU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최근 AMD가 빠르게 쫓아오고 있지만 여전히 인텔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시장 조사업체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인텔은 1분기 서버용 CPU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데이터센터기업들이 서버 최신화, 새로운 데이터센터 건설 등 투자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인텔의 CPU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하지만 서버용 CPU 신제품 출시가 늦어지면서 데이터센터기업들이 애초 예정됐던 투자를 미룰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금 늦더라도 차세대 CPU 도입을 기다려 데이터센터 역량을 극대화하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올해 하반기 D램과 낸드 등 데이터센터용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축소되는 상황으로 연결될 공산이 크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사파이어래피즈는 하반기 데이터센터 투자 수요를 이끌어줄 제품으로 시장의 기대를 받았었다”며 “사파이어래피즈의 출시 지연은 투자 확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바라봤다.

사파이어래피드는 서버용 CPU 최초로 DDR5 D램을 지원한다는 점을 놓고 보면 차세대 D램 도입도 인텔의 지연에 영향을 받아 다소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DDR5는 D램의 최신 규격을 말한다. DDR5 D램은 이전 세대보다 데이터 처리속도는 2배가량 빨라지면서도 전력 사용량은 20%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요금으로 상당한 운영비를 사용하는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가장 먼저 활용될 것으로 전망됐다.

물론 새로운 D램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를 지원하는 CPU가 개발돼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기업들은 일찌감치 DDR5 D램을 개발한 뒤 인텔을 비롯한 CPU업체들이 DDR5 D램에 최적화한 CPU를 내놓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DDR5 D램을 지원하는 소비자용 CPU의 경우 올해 출시가 불확실하다. 여기에 사파이어래피즈의 출시 지연이 더해진 만큼 올해 DDR5 D램 수요는 애초 시장 기대치보다 상당히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12조5천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4% 증가했다. 증권업계에서 예상했던 11조 원대를 훨씬 뛰어넘은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호황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서버용 D램 수요가 위축되면 삼성전자가 2분기의 실적 개선세를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 서버용 D램은 전체 D램시장의 30~40%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삼성전자 서버용 D램과 관련한 악재를 이겨내고 또 한번 깜짝실적을 보여줄 수 있다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모바일, 가전 등 다른 사업들에서도 충분히 뛰어난 성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3분기 매출 70조 원, 영업이익 14조7천억 원을 거둬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 19%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동안 주춤했던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이 하반기 갤럭시Z폴드3, 갤럭시Z플립3 등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에 따라 개선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이 하반기부터는 신규계약에 따른 가격 인상효과를 보는 한편 의미 있는 추가 수주를 달성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