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AI 투자 과열론'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2027년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메모리 수익성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미나이로 생성한 AI 이미지>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AI 기업의 돈줄에 경색이 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확산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수요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일각의 AI 투자 과열론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설비 증설에 속도를 내며 마이크론, CXMT 등 경쟁사에 시장 점유율을 뺏기지 않기 위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14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생성형 AI 기업 앤트로픽은 올해 3분기 매출 168억 달러(약 22조7천억 원)를 기록하며, 조정 영업이익 기준 흑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2분기 연속 흑자와 함께 매출은 2분기 116억 달러보다 약 46% 증가했다.
오는 11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앤트로픽은 최대 2조 달러(약 2700조 원)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전분기 대비 매출 성장률이 2분기 143%에서 3분기 46%로 하락하고, 매출 규모도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AI 투자 과열론'에 불을 붙였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앤트로픽은 매출 증가율이 2분기 약 143%에서 3분기 약 46%로 둔화했다"며 "3분기 매출을 단순 연율화한 672억 달러는 투자자 설명회에 앞서 거론됐던 연율화 매출 기대치인 약 800억~1천억 달러를 밑도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앤트로픽은 향후 약 10년 동안 5180억 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투자 계약 의무 중 약 80%가 취소하기 어렵거나 사용량과 관계없이 지급해야 하는 금액이라는 점도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AI 산업의 수익성 확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DBS 아시아퓨처포워드 콘퍼런스에서 "AI 기업들은 AI 모델 학습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적자를 내고 있다"며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최첨단 생성형 AI 모델을 제공하는 사업에 상당한 매출 성장 잠재력이 있다는 점뿐"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로 AI 기업의 돈줄이 막힐 가능성도 부각되고 있다.
최근 네오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의 2032년 만기 회사채 가격은 액면가의 80% 밑으로 떨어지면서, 채권 금리가 15%까지 치솟았다. 6월 회사채 발행 당시 제시한 금리가 9.625%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AI 인프라 관련 기업들의 신용위험과 향후 자금 조달 여건을 부정적으로 보는 투자자가 늘어난 것이다.
코어위브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입해 데이터센터를 지은 뒤, 앤트로픽이나 오픈AI와 같은 AI 개발 기업에 임대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코어위브가 앞으로 이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면, 투자수익률(ROI)을 고려할 때 AI 인프라 사업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수준"이라며 "최근 시장의 가장 큰 불안 요소는 AI 3대 병목(전력, 자금, 반도체) 가운데 자금 문제로, AI 산업에 돈이 충분히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어위브 같은 미국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이 향후 부채를 갚지 못한다면, AI 인프라 투자가 위축되고 이는 메모리 가격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
이 같은 투자 과열론에 따라 14일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와 마이크론 주가는 각각 전날보다 6.06%, 4.08% 하락했다. 이날 14시35분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10% 이상 떨어지고 있다.
▲ 2026년 2분기 D램 매출 시장 점유율.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를 통해 "마이크론은 향후 메모리 가격에 관해 합리적으로 대응해왔지만, 다른 업체들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해왔다. 지금의 고객들은 이를 잊지 않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높은 메모리 가격에 불만을 드러냈다.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내년에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낸드플래시는 2027년 공정의 세대 전환 가속화와 신규 공장의 증설로 인해 2026년보다 훨씬 강력한 공급 증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2027년 낸드 시장이 좀 더 균형 잡힌 환경으로 변화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도 "2027년 범용 메모리 평균판매가격(ASP)의 하락 전환이 예상된다"며 "스마트폰과 PC 수요 감소, 중국발 점유율 경쟁 심화가 메모리 수급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2027년 범용 D램 가격이 최대 30% 이상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AI 투자 과열론과 메모리 가격 하락 가능성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설비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CXMT 등 경쟁사들이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하는 가운데 투자 속도를 늦추면,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CXMT의 올해 2분기 D램 매출 점유율은 10%로, 지난해 2분기 4%에서 6%포인트나 상승했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는 38%, SK하이닉스는 2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 D램 출하량을 올해보다 20% 이상 확대하며 점유율 지키기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평택 캠퍼스를 중심으로 D램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와 용인 1기 팹(Y1)을 중심으로 설비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38회 상하이시 시장 국제기업가 자문회의 행사장에서 취재진을 만나 "중국이나 미국 마이크론이 더 빠른 속도로 증설해버리면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줄어든다"며 "익스팬션(확장)을 빨리빨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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