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제5차 국가기후평가 보고서 표지. 보고서 발간을 주관하던 연방기관 합작 부서인 '미국 글로벌변화연구프로그램(USGCP)'이 페지됨에 따라 기존 데이터 관리 부처가 미국 해양대기청(NOAA)으로 이관됐다. 현재는 차기 보고서 작성이 중단됐다. <미국 해양대기청>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과학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단한 미국 '국가기후평가(NCA)'의 역할을 이어받을 연구에 나섰다.

20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지구물리학회, 미국 기상학회 등이 기존에 미국 정부가 발간하던 국가기후평가의 역할을 대신하는 '미국 기후 컬렉션'의 첫 번째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보도했다.

국가기후평가는 미국 연방정부 소속 기관들이 모두 협력해 4년마다 발간하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공식 보고서다. 1990년에 제정된 글로벌변화연구법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마지막 보고서는 2023년에 나온 제5차 국가기후평가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4월 차기 보고서인 제6차 국가기후평가 작성에 참여하고 있던 과학자들을 모두 보직 해임하고 관련 작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국가기후평가는 다른 나라에서도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참고할 정도로 기후변화에 관한 데이터가 충실히 갖춰져 있었으며 학술적, 정책적 가치가 매우 높은 보고서였다.

이에 미국 민간 학자들은 국가기후평가 발간 중단으로 인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에 대응되는 자체 보고서 발간을 결정했다.

이번 첫 번째 보고서 주 저자인 코스타 사마라스 미국 카네기멜론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기후 과학이 정치적으로 지지를 받지 못할지라도 이 분야는 계속 발전해야 한다"며 "정부가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대응하건 안 하건 지역사회는 여전히 그 영향에 노출돼 있다"고 강조했다.

사마라스 교수는 제6차 국가기후평가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다가 지난해 4월에 해임된 학자이기도 하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번 미국 기후 컬렉션 작성에는 과학자 175명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미국 기후 컬렉션이 민간 학자들이 참여하는 자발적 연구인 만큼 국가기후평가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미국 지방정부와 주 정부,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등 국제기구에서 수행할 미래 기후 평가의 토대가 되도록 종합 연구를 지속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았다.

이번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관한 데이터를 제공하기보다는 현재 미국 내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부분을 확인하고 연구 범위를 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작성됐다.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특히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른 전력, 물 사용 증가, 온실가스 배출량 변화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최근 들어 복합적 재난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산불, 폭염 등 재해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위험을 가지고 있는지 연구하고 대응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브랜든 존스 미국 지구물리학회 회장은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이번 사례는 지구물리학회를 비롯해 여러 학회들이 현 상황에 대응하고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