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이사가 미분양 등 주택사업 부진 여파를 쉽게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건설은 최근 모회사 이마트의 알짜 자산인 신세계영량호리조트를 넘겨받아 재무체력을 보강하고도 신용등급 전망이 하락했다. 2024년 건설부동산 경기침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실적개선을 통한 경영정상화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시선이 나온다.
 
신세계건설 그룹 지원에도 신용도 흔들, 정두영 미분양과 악전고투

▲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이사이 주택사업 부진으로 재무부담을 쉽게 떨치지 못하고 있다.


17일 신용평가사 분석을 종합하면 신세계건설은 높은 원가부담과 분양경기 불확실성 등 업황 영향으로 수익성 개선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를 비롯해 서울에서도 분양실적이 저조한 점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회사의 재무부담이 더 가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둘 다 16일 신세계건설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신세계건설은 바로 며칠 전 이마트 100% 자회사 신세계영랑호리조트를 흡수합병해 자산 650억 원을 보충했지만 여전히 등급감시가 필요한 기업으로 평가받은 셈이다.

결국 정 대표로서는 내년에도 주택사업 위기관리를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 경영 실적 개선 없이는 재무지표를 비롯한 회사 상황이 더 나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세계건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2023년 3분기에만 영업손실 485억 원을 내면서 올해 누적 영업손실이 902억 원에 이른다. 2022년 원자재값 상승, 분양 부진 등 영향으로 연간 영업손실 120억 원을 내면서 적자전환한 뒤 손실규모가 더 확대되고 있다.

신세계건설은 올해 3분기 누적기준 매출원가율이 99.2%까지 치솟으면서 영업이익률은 –7.8%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영업현금흐름도 3분기 기준 –1676억 원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주택사업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면서 총차입금은 2022년 1125억 원에서 2023년 9월 말 기준 3785억 원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265%에서 470%로 높아진 상태다.

2020년(6.5%), 2021년(5.6%)과 비교하면 회사의 차입금 의존도가 5~6배 수준이 됐다.

신세계건설은 2022년과 올해 주요 분양현장 가운데 대구 등을 중심으로 분양률이 채 30%가 되지 않는 사업장이 여럿이다.
 
신세계건설 그룹 지원에도 신용도 흔들, 정두영 미분양과 악전고투

▲ 신세계건설 대구 본동 빌리브 라디체 조감도. <신세계건설 홈페이지>


대구에서는 대구 본동 빌리브 라디체(분양률 22.9%), 대구 칠성동 빌리브 루센트(21.6%), 대구 수성4가 빌리브 헤리티지(22.6%) 등에서 이미 대손상각비 365억 원이 발생했다. 대손상각비는 회수가 불확실한 외상매출금을 말한다.

신세계건설은 연신내 오피스텔(27.7%), 마포 빌리브 디 에이블(69%) 등 서울 현장들도 미분양이 난 상태다. 이밖에도 부산 명지지구 빌리브 듀클래스(47.4%), 남양주 마석 빌리브 센트하이(55.2%), 고성 봉포리 생활형숙박시설(58.1%), 울산 신정동 빌리브 리버런트(67.8%)도 미분양 현장으로 남아있다.

2024년에도 주택분양 경기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날 2024년 건설산업 연간 전망보고서에서 “건설사 업황 및 주가회복을 위해서는 분양 경기 회복이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서는 주택구매 수요가 발생해야 한다”며 “2024년 중 금리인하가 이뤄진 뒤에야 주택수요의 본격적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신 연구원은 다만 금리가 내려도 수요진작 정책 지연 등 주택매매에 있어 직접적 규제가 많은 상황에서는 수요 증가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준성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9월 보고서에서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미분양 리스크 관리 목적으로 분양 자체가 연기되고 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배후수요가 취약한 지방은 입주물량 증가가 분양률 개선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세계건설은 올해 3분기 기준 주거시설과 상업시설 등 건축부문 매출 비중이 92.2%를 차지한다. 그밖에 토목부문 매출 비중은 2.1%, 레저부문 등 기타가 5.7%다.

해외사업도 없다.

주택사업 외에도 스타필드 등 그룹 계열사 상업시설 일감 등이 있긴 하지만 건축부문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로 건설부동산 경기침체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신세계건설은 앞서 2017년 주거 브랜드 ‘빌리브’를 내놓고 오피스텔, 고급 도시형생활주택을 중심으로 주택사업을 확대하면서 대구 등 비수도권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장을 늘려왔다. 신세계건설은 이런 주택사업 확대 기조와 최근 경기침체 등에 따른 그룹 투자계획 지연으로 계열사 수주물량도 예전보다 크게 줄었다. 

신세계건설은 2018년 말 기준으로는 전체 수주잔고에서 계열사 일감이 차지하는 비중이 36.6%에 이르렀는데 올해 3분기 말 기준 계열사 수주잔고 비중은 13.1%로 낮아졌다.

신세계건설 실적개선을 위해서는 주택부문 미분양 해소가 절대적으로 보인다.

이승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신세계건설은 그룹 계열사, 공공공사 물량을 제외한 민간공사 비중이 60~70%로 증가했고 지방 주택사업장, 오피스텔 등 분양실적 부진에 따른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며 “지방 분양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기존 미분양 사업장과 관련 영업 및 재무부담이 더해질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바라봤다.

서재훈 한국기업평가 연구원도 신세계건설 신용등급 평가 보고서에서 분양률 제고를 통한 원활한 공사대금 회수 여부, 회사가 제시한 자구책 이행 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수준을 모니터링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미분양 물건에 관한 담보대출, 공매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책을 실행하기로 했다. 신세계건설은 신세계영랑호리조트 흡수합병으로 부채비율을 3분기 기준 470%에서 356%로 낮추는 등 재무지표 개선으로 신용도를 높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정 대표는 2022년 10월 그룹 정기인사로 신임 대표에 올랐다. 정 대표는 1965년생으로 경문고와 건국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1990년 신세계에 입사했다.

그 뒤 신세계건설에서 32년 동안 영업2담당, 공사담당, 영업총괄, 영업본부장 부사장 등을 두루 거쳤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