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자율주행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고객사를 잇따라 확보하면서 TSMC 추격에 시동을 걸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파운드리 첨단 공정의 기술력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자율주행을 비롯한 차량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파운드리 성장의 디딤돌을 만드는 일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자율주행용 반도체 개발업체 모빌아이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칩을 생산하는 계약을 놓고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은 운전 중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차량이 인지하고 판단해 기계장치를 제어하는 것으로 완전자율주행의 발판이 되는 기술을 말한다.
모빌아이는 세계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칩 시장에서 점유율 7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전문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다.
카메라 센서를 활용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자율주행시스템의 모태라고 불리는 기업이다. 2017년 인텔에 153억 달러에 인수돼 현재 시가총액이 334억 달러에 이르는 거대 팹리스로 자리 잡았다.
모빌아이는 삼성전자에 7~28나노미터대 공정으로 생산하는 통합반도체칩(SoC)를 설계해 맡기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이번 계약 협상은 세계 1위 TSMC가 차지하고 있던 모빌아이 파운드리 물량을 일부 가져오는 것으로 전해져 의미가 깊은 것으로 여겨진다.
모빌아이는 최근까지 TSMC에 칩생산을 맡기고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같은 차량용 반도체 전문업체들이 다른 칩과 패키징해 보쉬와 현대모비스 등 완성차 1차 부품사에 납품하는 구조를 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테슬라의 자율주행칩을 생산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이번에 모빌아이라는 또다른 대형 고객사를 유치하면 미래차에 들어가는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단단히 다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2019년부터 14나노 공정에서 테슬라의 2.5세대 자율주행(FSD) 칩을 생산하고 있으며 8나노 공정에서 자율주행 칩을 생산하는 계약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테슬라의 차세대 칩 수주를 놓고도 TSMC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모빌아이에서 수주에 성공한다면 자율주행 등 차량용 반도체 기술력을 글로벌 시장에서 한층 더 인정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계현 사장은 지난해 말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방문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소니를 방문하면서 자율주행 분야에서 잠재적 고객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경 사장은 올해 1월 소니 본사를 방문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 인스타그램에 소니와 혼다의 합작 자율주행차 ‘아필라’를 소개하면서 “소니에서 자율주행차를 혼다와 함께 만들고 있다. 변화다”고 적었다.
▲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삼성전자 반도체 첨단공정의 기술력을 적극적으로 알려 자율주행 등 차량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고객사를 넓히는데 힘을 주고 있다.
전자업계에서는 이 글의 의미를 놓고 파운드리 사업의 무게추를 기존 모바일 칩에서 자율주행 등 차량용 반도체로 옮기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 사장의 시선이 자율주행 등 차량용 반도체 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에 자율주행 반도체 기업 암바렐라와 5나노 파운드리 생산 계약을 맺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국내 팹리스 에이디테크놀로지와 협력해 독일 인공지능 반도체 전문기업 비딘티스와 5나노 공정에서 첨단자율주행 반도체 개발을 위한 계약도 맺으며 파운드리 사업 고객사를 차량용 반도체분야로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많은 분야에서 반도체 수요가 감소한 것과 달리 차량용 반도체 판매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로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의 전망을 밝게 바라보는 전망이 나온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빌아이와 테슬라의 성장은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을 선도할 것이다”며 “세계 2위인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안에서 차량용 반도체 비중은 아직 낮지만 앞으로 '수량(Q)'의 성장과 함께 '판매가(P)'의 상승으로 사업의 규모는 물론 수익성도 급격하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