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국 반도체공장 인력난, 인텔 TSMC에 이어 애플 구글과 경쟁

▲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내부. <삼성전자>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건설을 앞두고 인텔 및 대만 TSMC뿐 아니라 대형 IT기업과도  경쟁구도를 형성하며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기업들이 공장 가동에 필요로 하는 인력과 비교해 가용 노동인구가 크게 부족한 상황에 놓인 만큼 삼성전자도 인력 확보에 선제적으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프로토콜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 반도체공장 투자를 결정한 삼성전자와 인텔, TSMC가 모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프로토콜은 미국 유력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계열의 IT전문지다.

미국정부가 52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지원법안 시행 계획을 발표한 뒤 인텔은 약 200억 달러,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 TSMC는 120억 달러의 미국 반도체공장 투자 계획을 잇따라 내놓았다.

프로토콜은 미국 조지타운대 분석을 인용해 2024년부터 이들 기업의 신규 반도체공장 가동이 시작되면서 2만7천 명에 이르는 새 일자리가 창출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반도체기업들의 신규 공장 가동에 필요한 인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훨씬 부족한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대학교를 갓 졸업한 엔지니어들이 삼성전자와 인텔, TSMC의 신규 반도체공장에 활발하게 취업한다고 해도 약 3500명 규모의 일자리는 채워지기 어려울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조지타운대 연구소는 해당 반도체기업들이 중국과 대만 등에서 전문인력을 대거 영입해 미국으로 들여와야만 공장을 계획대로 운영하는 데 충분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현재 미국정부의 이민정책을 고려할 때 수천 명의 인력을 미국으로 들여오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된다.

프로토콜은 반도체공장 가동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관련된 학과 졸업생이 반도체기업에 취업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도 인력 부족에 큰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교 졸업생들은 일반적으로 애플이나 구글 등 대형 IT기업을 반도체기업보다 선호하기 때문에 반도체공장에서 근무할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프로토콜에 따르면 미국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대학생 수는 2010년 연간 2만 명에서 2021년 4만 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반도체 관련된 학위를 취득하는 학생 수는 1990년대와 비교해 현재 거의 같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삼성전자 미국 반도체공장 인력난, 인텔 TSMC에 이어 애플 구글과 경쟁

▲ 미국 인텔 반도체공장 내부 사진.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하는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에서 인력 확보에 특히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인텔은 역사가 깊은 미국 반도체기업, TSMC는 세계 1위 파운드리업체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세계 시스템반도체시장에서 후발주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삼성전자와 인텔, TSMC 사이 미국 신규 반도체공장 가동에 맞춰 인력 확보 경쟁이 벌어지면서 삼성전자가 더욱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 셈이다.

프로토콜은 미국에서 전자제품 관련한 제조업이 이미 크게 위축돼 반도체는 해외에서 생산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점도 반도체 인력난에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코딩 등 순수 소프트웨어 분야와 관련한 교육과정 도입이 확산되고 있지만 트랜지스터 등 전자와 반도체 관련한 교육은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프로토콜은 “반도체기업들은 미국에서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 인력 확보를 위해 서로 경쟁해야 할 뿐만 아니라 대형 IT기업을 상대로도 맞서야 한다는 점을 고통스럽게 실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퍼듀대학교 등 일부 학교는 반도체 관련한 인력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에 대응해 반도체 전문 교육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다만 프로토콜은 정작 인력 수요가 가장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애리조나 등 지역에서 치열한 인력 확보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인텔은 캘리포니아주에서 이미 여러 대학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인력 확보에 도움을 받고 있다. TSMC도 현지 대학에서 전문인력의 채용을 유도하는 프로그램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미 반도체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텍사스주를 중심으로 현지 대학과 연계한 반도체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방식으로 인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이들 반도체기업이 일제히 새 공장을 가동하며 필요로 하는 수만 명의 신규 인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프로토콜은 “반도체기업들이 필요한 만큼의 신규 인력을 채용해 육성하는 일은 결국 미국 주요 대학교 졸업생들이 대형 IT기업에서 눈을 돌리게 하는 데 달려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