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삼성전기에 따르면 중국 톈진에 세운 적층세라믹커패시터 신공장의 양산 가동시점을 잡는 데 신중을 기하고 있다.
적층세라믹커패시터는 전자제품의 필수재료다. 전자회로에 일정량의 전류가 흐르도록 제어해 과전류를 방지하는 전기댐의 역할을 한다.
삼성전기가 하반기 중 톈진 신공장의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말부터 톈진 신공장의 시양산 과정을 거치면서 양산 가동 준비를 이미 끝냈다.
전자업계에서는 경 사장이 톈진 신공장을 활용한 사업전략의 변경을 고려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톈진 신공장은 전장이나 모바일기기 등에 쓰이는 초소형 고용량의 고부가 적층세라믹커패시터를 생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장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톈진 신공장은 특히 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 생산에 최적화된 설비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 전방사업인 완성차시장에서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이 부족해 완성차 생산에 차질이 잇따르고 있다. 당장 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 생산을 늘려도 수요가 따르지 않을 공산이 크다.
글로벌 경영컨설팅기관 보스턴컨설팅그룹은 10일 ‘반도체 공급 부족과 관련한 견해 - 자동차산업 전망(Perspective on the semiconductor shortage - Automotive Production Outlook)’ 보고서에서 올해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글로벌 차량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400만~600만 대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적어도 내년 2분기까지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능력이 완성차회사들의 수요에 대응하지 못할 것으로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내다봤다.
전장용으로 쓰이는 고부가 적층세라믹커패시터는 삼성전기와 일본 무라타제작소, 대만 야게오 등 소수 회사들만이 생산에 필요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삼성전기의 공급능력 확대는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경 사장으로서는 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의 전방시장을 낙관하기 어려운 만큼 신공장의 양산 준비가 끝났다고 해서 무작정 가동에 들어갈 수는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기가 톈진 신공장에서 모바일기기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를 먼저 생산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모바일기기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는 요구되는 기술 수준이 전장용보다는 낮지만 일반 가전제품용보다는 높다. 전장용만큼은 아니라도 고부가 제품으로 여겨진다.
시장 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는 아직 반도체 공급부족현상의 영향을 받지 않고 시장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톈진 신공장을 3분기부터 본격 가동하면서 모바일기기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 수요에 대응하는 능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며 삼성전기가 톈진 신공장의 전략을 변경하는 쪽에 무게를 싣기도 했다.
다만 삼성전기의 톈진 신공장이 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 생산에 최적화돼 있어 라인을 다시 모바일기기용으로 최적화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무시할 수는 없다.
톈진 신공장의 적층세라믹커패시터 라인을 모바일기기용으로 최적화한 뒤 전방산업 회복에 따라 다시 전장용으로 최적화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기는 전략 변경으로 2중의 부담을 안게 될 수도 있다.
삼성전기는 해마다 매출의 절반가량을 컴포넌트사업부에서 낸다. 이 컴포넌트사업부의 주력 제품이 바로 적층세라믹커패시터다.
삼성전기는 톈진 적층세라믹커패시터 신공장이 앞으로 실적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 사장은 3월 열린 삼성전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톈진 적층세라믹콘덴서공장이 시양산을 거치면서 물량을 키워가고 있다”며 “더 높은 수준의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상황에서 톈진 신공장이 큰 기여를 할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공장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경 사장도 양산품목과 양산시점을 놓고 전략적 판단에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톈진 신공장의 적절한 양산 가동시점과 생산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