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재태크에 몰리는 개미, 개인투자용 국채 흥행에 ETF도 인기

▲ 금리인하 기대가 이어지면서 정부가 발행하는 개인투자용 국채부터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 등 채권 상품에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금리인하 기대감에 채권 투자가 개인투자자의 ‘재태크’ 선택지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개인투자용 국채부터 다양한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으로 채권투자 문턱이 낮아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16일 미래에셋증권의 청약 신청 페이지에 따르면 정부가 처음 발행한 개인투자용 국채에는 13일 청약 접수 뒤 이틀 동안 청약금 2160억 원이 몰렸다. 

만기가 10년인 개인투자용 국채 03540-3406는 청약 첫 날부터 발행한도 1천억 원을 넘는 청약금이 몰렸고 이틀 접수 경쟁률은 1.79대 1로 흥행에 성공했다.

이번 청약은 17일까지 진행된다. 보통 청약 마지막 날 접수가 몰리는 점을 고려하면 경쟁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은 정부나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금융상품이다. 발행시점에 정해진 이자율에 따라 수익을 지급하기 때문에 주식 등과 비교해 안정적 투자처로 평가된다.

정부의 이번 개인투자용 국채도 만기가 10년, 20년으로 장기간 자금을 묶어둬야 하지만 만기 때 확실한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만기까지 보유하면 표면금리(채권에 적힌 금리)에 정부가 개인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주는 가산금리까지 받을 수 있다.

10년물 국채는 표면금리 3.540%에 가산금리가 0.150%, 20년물은 표면금리 3.425%에 가산금리가 0.300%다.

연간 매수금액 한도인 1억 원을 투자한다고 하면 10년물의 경우 세전 기준 만기 수익률은 43%, 20년물은 107%에 이른다. 20년을 묻어두면 투자한 금액의 2배를 돌려받는 것이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정부가 개인의 장기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발행하는 금융상품인 만큼 이자소득에 분리과세 혜택도 제공된다. 금융소득 2천만 원 초과분을 종합소득에 합산해 세율을 적용하는 일반 국채보다 세제 혜택이 크다.

정부는 개인투자용 국채를 2024년 연간 1조 원 규모로 발행할 계획을 세워뒀다. 청약 흥행이 예상되면서 국채 발행한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일각에서 나온다.

다만 개인투자용 국채는 일반 시장에서 개인 사이에 거래할 수 없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중도환매 때도 정부가 정해놓은 금리로만 다시 팔 수 있기 때문에 일반 국채와 달리 시장 금리변화에 따른 채권가격 변동에 따른 자본차익은 기대할 수 없다.

10년, 20년 뒤 특정한 목적의 ‘목돈’ 형성을 위한 장기 저축의 성격이 강한 셈이다.
 
채권 투자로 금리인하 시기 차익을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아지면서 국내외 채권형 ETF 상품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국내 ETF시장에서 국내주식 상품의 순자산총액은 4월보다 2.4% 줄어든 반면 채권형 ETF 순자산은 3.9% 증가했다. 채권형 ETF 순자산 증가율은 국내형 ETF 상품 종목 509개의 전체 순자산 증가율(1.0%)을 훌쩍 웃돌았다.

같은 기간 미국 장기채 등 해외 채권형 ETF 순자산은 8.9% 늘어났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상품인 해외주식형 ETF(8.7%)보다 조금 높은 수치다.

투자자들의 돈이 주식보다 채권을 향하고 있다는 뜻이다.
 
채권 재태크에 몰리는 개미, 개인투자용 국채 흥행에 ETF도 인기

▲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에는 최근 1년 동안 5천억 원이 넘는 개인투자자 자금이 순유입됐다. <한국투자신탁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는 최근 1년 동안 개인투자자의 순매수금액이 5065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만 5월 말까지 개인투자자 순매수가 2777억 원 가량 유입됐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30년국채+12%프리미엄(합성H)'도 상장 한 달여 만에 순자산이 500억 원을 넘어섰다. 특히 개인투자자의 누적 순매수 규모가 277억 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채권을 직접 매수하는 개인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6월14일까지 채권 21조2404억 원어치를 직접 사들였다. 2023년 같은 기간(17조6751억 원)과 비교해 20.1% 늘었다.

채권은 발행시점에 정해진 이자율로 이자를 지급하기 때문에 시장 금리가 내리면 기존에 보유한 이자율 높은 채권 가치는 상승하게 된다. 새롭게 발행되는 채권들은 더 낮은 이자율을 주기 때문이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하가 9월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에도 채권 매수 심리는 유지되고 있다”며 “결국 시장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시장 데이터를 반영하겠다는 발언에 주목하며 다시 물가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인데 6월과 7월에도 물가 둔화가 이어지면 올해 2번의 금리인하가 이뤄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바라봤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