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설’ SKIET 높은 그룹 의존도가 발목, 김철중 공급처 다각화 '발등의 불'

▲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취약점으로 높은 그룹사 의존도가 부각되고 있는 만큼 김철중 대표이사 사장은 고객사 다변화를 통해 취약점을 보완하는 데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SK아이이테크놀로지(이하 SKIET)가 SK그룹 울타리에서 배터리 4대 소재 가운데 하나인 분리막 사업을 급속도로 성장시켰지만, SK온 등 높은 그룹 계열사 공급 의존도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그룹 계열사 외에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것이 김철중 SKIET 대표이사 사장의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6일 증권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SKIET는 SK온의 배터리 재고조정 영향이 지속되면서 올해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분석됐다.  

다른 배터리 소재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회사 역시 전기차 시장의 수요 정체에 직접적 영향권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이 정체함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계획이 늦춰지고, 이에 따라 당초 전망보다 배터리 셀 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배터리 소재 수요도 덩달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회사는 그룹의 배터리 사업 계열사인 SK온의 사업 부진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대부분 국내 배터리 셀 제조사들이 수요 정체 가운데에서도 배터리 사용량 측면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 반해 SK온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역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에 따르면 SK온의 올해 1~3월 누적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7.3GWh로 지난해 같은 기간(7.9GWh)보다 8.2% 줄었다. 사용량에서 역성장한 배터리 셀 제조사는 글로벌 10위권 기업 가운데 SK온과 일본 파나소닉밖에 없다. 

이 같은 SK온 부진은 SKIET의 영업실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SKIET의 올해 1분기 매출에서 고객사별 매출 비중을 보면 A사 142억 원(30.7%), B사 110억 원(23.7%), C사 102억 원(22.0%)이다. 주요 고객과 거래 규모는 영업 기밀에 해당하는 만큼 매출처 명칭은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주요 고객사인 SK온에 대한 매출 규모가 100억 원대로 낮아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SK온 대상 매출이 979억 원으로 거의 1천억 원대에 육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80~90%가량 매출이 감소한 것이다.  

실제 회사는 1분기 영업손실 674억 원을 내며, 증권사들의 추정치 평균(컨센서스)인 영업이익 23억 원을 대폭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회사의 영업실적이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올해 연간 기준으로는 영업적자를 면키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분리막 사업은 고정비 비중이 높아 공장 가동률이 낮아지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는데, SK온을 비롯한 주요 고객사들에 공급하는 물량이 단기간 늘어나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IET는 유럽 완성차 업체들에 출하하는 비중이 높아 부진을 면치 못하는 SK온 매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점이 실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SK그룹의 일원이란 점은 SKIET가 성장하는 데 강한 버팀목이 됐다.

SK온이 든든한 수요처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그룹의 네트워크와 자금력, 사업역량 등은 회사가 해외사업을 확장하고 연구개발 등을 진행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된 것으로 파악된다. 
 
‘매각설’ SKIET 높은 그룹 의존도가 발목, 김철중 공급처 다각화 '발등의 불'

▲  SK아이이테크놀로지 폴란드 공장. < SK아이이테크놀로지 >


하지만 매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SK온의 사업 부진이 최근엔 성장의 발목을 잡는 집접적 요인이 되고 있다. 

게다가 SKIET는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 과정에서 지분 매각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지분을 매각해 현금화하는 데 그칠 가능성도 있지만, 경영권까지 통째로 넘기는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회사는 SK그룹에서 떨어져나와도 사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좋은 몸값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회사는 SK온을 제외한 다른 수요처를 늘려 사업 안정성을 높이는 게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다. 

김철중 사장도 이 같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공급처 다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회사는 북미 지역 모 고객사와 2030년까지 분리막을 공급하는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해외 우려집단(FEoC) 세부지침을 확정한 만큼,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수요처를 다변화하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해외 우려집단 세부지침이 사실상 중국기업이 만든 배터리 소재·부품 등의 북미 진출을 차단하는 정책인 만큼, 한국과 일본 분리막 업체들이 북미에서 매출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SKIET는 해외 우려집단 적용에 따른 고객사 다변화가 2024~2025년 중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연내 추가 장기공급 계약 체결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