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오너 3~4세로 경영권 승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동일인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삼성그룹과 롯데그룹 이외에도 적지 않은 수의 대기업집단 총수가 변경될 가능성이 떠오른다.
 
공정위 대기업집단 동일인 개편, 이재용과 신동빈 총수 될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2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발표한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대기업집단 동일인 제도를 현실에 맞도록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동일인 지정 실태조사에 착수했는데 조사 결과에 따라 이르면 5월 대기업집단 지정 때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지정된 동일인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2014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나 법원에서 한정후견인을 지정하도록 한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사실상 경영을 하지 않고 있음에도 각 그룹의 동일인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해 9월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이런 지적이 나오자 “사실상 현실에 맞게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과 롯데그룹 동일인이 실질적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으로 변경되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그룹과 롯데그룹 외에 다른 기업의 동일인이 변경될지도 주목된다. 공정위가 관련 실태조사를 하고 있고 업무계획에서 “책임성 확보가 어려운 동일인 사례를 재검토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동일인이 의식불명 등 경영이 사실상 어려운 경우 뿐 아니라 지분상속 등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됐으나 기존 총수가 동일인 지위를 유지하는 경우도 동일인 재검토 사례로 언급했다.

대기업집단 가운데는 지분승계와 경영권승계를 모두 완료하고 이미 선대가 아닌 후계자가 총수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가운데 두산그룹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발표된 대기업집단 지정현황에서 두산그룹 동일인은 오너3세인 박용곤 명예회장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박 명예회장은 이미 1996년 두산그룹 회장에서 물러나며 그룹 경영을 내려놓은 지 20년이 넘었다.

두산그룹 회장 자리는 박용오 박용성 박용만 전 회장 등 박 명예회장의 동생들을 거쳐 이미 2016년 오너4세인 박정원 회장이 물려받아 2년이나 지났다.

박 회장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두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두산 지분을 5.50% 보유하고 있어 박용곤(1.23%) 명예회장은 물론 박지원(3.65%) 부회장, 박진원(3.52%) 네오플럭스 부회장 등 다른 오너 4세를 제치고 개인 최대주주에 올라 있어 지분 승계도 사실상 마쳤다.
 
공정위 대기업집단 동일인 개편, 이재용과 신동빈 총수 될 듯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왼쪽)과 구자열 LS그룹 회장.


대림그룹과 효성그룹도 상황이 비슷하다.

대림그룹은 이준용 명예회장, 효성그룹은 조석래 명예회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돼 있지만 이들은 고령으로 경영 일선에서 떠나 있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끈다.

이들도 지분승계를 마무리했다.

이해욱 부회장은 계열사 합병을 통해 2015년 대림그룹 지주회사인 대림코퍼레이션 최대주주에 올랐고 조현준 회장도 꾸준한 지분 매입으로 2014년 부친을 제치고 효성 최대주주가 됐다.

LS그룹은 구태회 LS그룹 명예회장이 2016년 별세했음에도 동일인으로 지정돼 있다. 구자열 회장이 지분은 2.50%로 구자은(3.87%) LS엠트론 부회장, 구자홍(2.78%) LS니꼬동제련 회장보다 적지만 그룹 경영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기 때문에 동일인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준대기업집단인 공시대상 기업집단 역시 동일인과 실질적 총수가 다른 곳이 적지 않다. 동원그룹은 동일인인 김재철 회장 대신 김남정 부회장이 경영 전반을 이끌고 있고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도 부친보다 2배 이상 많다.

윤세영 회장에서 윤석민 부회장으로 경영권과 지분승계를 끝낸 태영그룹과 이인희 고문이 아닌 조동길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 있는 한솔그룹도 동일인 변경 가능성이 있다.

세아그룹의 경우 이태성 부사장의 지분승계는 끝났으나 경영을 여전히 이순형 회장이 맡고 있는 만큼 동일인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